선광, “공사가 공문서 번복” ↔ 공사, “실시계획대로 준공해야”

▲ 인천신항 선광 컨테이너부두 일부 모습.
올해 5월로 예정됐던 인천신항 1-1단계 컨테이너부두 개장이 인천항만공사(이하 공사)의 ‘갑질’ 행정 탓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임 공사 사장 때 문서로 합의한 일이 사장이 바뀌면서 없던 일로 번복돼, 공기업 행정의 일관성과 신뢰가 훼손됐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까지 나서 신뢰 회복을 주문했지만, 공사는 요지부동이다.

이로 인한 인천신항 개장 차질에 따른 투자 기업의 손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나아가 인천항을 이용하는 해운사와 화주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해 인천신항의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남항 컨테이너부두 운영사인 (주)선광은 2010년 4월 인천신항 1단계 컨테이너부두 B터미널 운영사(=SNCT, sunkwang new container terminal)로 선정됐다. 그 뒤 2215억원을 투자해 올해 1월 8일 B터미널 1단계 공사를 준공했다. 상부공사 준공 후 겐츄리크레인까지 갖췄지만 공사가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아, 올해 5월 개장이 불투명해졌다.

B터미널의 규모를 보면, 선석 길이 800m, 항만 부지 47만 8000㎡로 연간 처리능력은 120만TEU다. 선광은 부두시설 공급 과잉 우려와 물동량 예상 추이를 고려해 B터미널을 1단계(410m)와 2단계(390m)로 나눠 올해 1월 1단계를 준공했다.

1단계 부두 준공 허가와 관련해 ‘2013년 6월 20일 공사가 회신한 시행문서대로 공사를 진행했는데, 공사가 입장을 번복해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게 선광의 얘기다.

하지만 공사는 ‘실시계획대로 부두 전체를 준공하지 않았다. 2015년 7월 8일까지 나머지 390m 구간을 준공하라’고, 선광이 신청한 부분 개장 준공허가 신청서를 반려했다.

공사의 입장은 ▶2010년 4월 선광이 B터미널 전체를 준공해 운영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2011년 2월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실시협약서를 체결했고 ▶2013년 3월 실시협약 후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2013년 7월 선광이 실시계획 승인 허가를 토대로 공사 착수신고서를 공사에 제출한 만큼, 부두 전체를 준공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사업계획서와 실시계획승인허가서, 공사착수신고서에 모두 B터미널 부두 전체 개장으로 돼있다는 게 공사의 입장이다. 따라서 선광이 주장하는 단계별 개장은 실시협약서와 실시계획승인허가 규정과 부합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선광은 2013년 6월에 부두시설 공급 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단계별로 개장하기로 공사와 합의했다며, 당시 주고받은 시행문서(신항개발팀-1126호)를 공개했다.

공사가 선광에 회신한 공문에는 ‘부분 준공 구간은 착공 후 18개월(2015년 1월 8일)까지 완료해야하며, 잔여구간 CY부지의 조성 시기는 물동량 추이에 따른 부두운영사의 경영여건 등을 고려해 별도 결정하고자 합니다’라고 돼있다.

“공문으로 약속하고 감리보고서까지 받고, 번복”

선광은 ‘부두 가동율이 50%대로 예상됐고, 이에 따라 투자 대비 경영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부두를 단계별로 개장하기로 공사와 합의했다’고 했다. 또한 ‘물동량 규모에 맞는 단계별 개장을 했을 때 금융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특정 사업을 담보로 대출해주고 그 사업의 수익금으로 되돌려 받는 금융기법)이 가능했기에, 단계별 개장은 자금 조달의 필수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선광 관계자는 “공사가 당시 부분 개장에 관한 시행문서를 보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PF 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신항 컨테이너부두운영사업에서 철수했을 것”이라고 한 뒤 “결국 공사도 이 같은 우려에 동의해 2013년 6월 20일 우리에게 부분 개장 시행문서를 회신했다”고 말했다.

공사가 2013년 6월 20일 회신한 시행문서에 따라 2010년 4월의 사업계획서와 2011년 2월의 실시협약서, 2013년 3월 실시계획승인서가 변경됐다는 게 선광의 입장이다.

또한 선광은 “2014년 1월에 공사로부터 전체 부두 800m에서 1단계 410m 개장으로 변경하는 ‘실정보고’ 승인을 받았다”며 “2013년 6월 시행문서에 따라 2013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공사했다. 이 기간의 건설공정을 공사에 보고하고 감리보고서까지 제출했다. 공사는 여태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준공을 앞두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공사는 ‘해당 시행문서는 2단계 개장 시기 연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해수부는 ‘공사가 투자 기업의 요청에 시행문서로 회신한 만큼, 신뢰ㆍ신의원칙에서 이를 뒤집는 것은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아울러 ‘컨테이너부두 개발로 부산ㆍ광양ㆍ평택항처럼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며, 양쪽이 시행문서의 취지와 2단계 착공시점 등을 협의해 합의점을 찾길 바라고 있다.

부산ㆍ광양ㆍ평택항은 물동량 예측 실패로 민간자본 컨테이너부두사업이 실패했다. 부산항에선 사업 실패로 컨테이너부두를 일반부두로 전환하고, 컨테이너부두를 반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준공허가 반려한 공사 속내는?

▲ 인천항만공사가 선광 쪽에 회신한 공문.
해수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선광과 공사는 합의점을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공사가 문서로 회신한 사항을 뒤집는 위험까지 무릅쓰는 배경에는,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사는 인천신항 하부공사비를 당초 324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개발부담금, 지방세 증가로 약 1200억원이 더 늘어 4400억원이 됐다. 즉, 선광이 1단계 부두 400m에 대해서만 임차료를 낼 경우, 공사 임대수익은 2년간 약 79억원 준다. 이는 경영실적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선광은 우선 1단계 부두 준공을 허가해주고, 대신 신항 조기 개장으로 발생하는 임대료 편익 50억원과 2단계 컨테이너부두 지연에 따른 2년치 임대손실액 79억원을 상계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차액 29억원을 PF 대출금 50% 상환 시점에 납부하겠다고 했다.

선광 관계자는 “2015년 5월로 예정됐던 부두 개장이 지연되면 대출약정 위반, 채권보전 미이행으로 채권단이 대출자금을 회수한다. 회사는 PF 대출로 약 1580억원을 약정하고 이중 900억원을 인출해 공사비와 장비 구입대금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준공허가를 못 받아 채무약정 불이행으로 나머지 680억원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이 사태가 지속되면 채권단이 900억원까지 회수할 예정이라, 막대한 경영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수부의 중재와 선광의 조정안 제시에도 불구, 공사는 여전히 부두 전체를 개장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선광은 지난 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임대수익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행정절차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선광으로부터 어떤 조정안을 받은 것도 없다”고 한 뒤 “행정절차에 따라 부분 준공을 하려면 실시계획을 변경해야한다. 그런데 실시계획이 변경되지 않았다. 시행문서를 적용해도 1단계 부두는 2015년 1월 8일까지지만, 실시계획을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5년 7월 8일까지 나머지를 준공해야한다. 그래야 준공을 허가할 수 있다. 해수부 역시 ‘행정절차대로 이행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선광 관계자는 “2014년 4월 실시계획 변경을 신청했는데 공사가 물동량 산출을 보완하라며 반려했다. 그래서 10월에 연구용역 결과를 첨부해 다시 제출했다. 약 두 달간 붙잡고 있다가 지난해 12월에 ‘2015년 7월 8일까지 잔여 부두를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명기해서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며 “시행문서에 ‘잔여 부두 조성 시기는 물동량 추이에 따른 부두운영사의 경영여건 등을 고려해 별도로 결정하자’고 돼있는데, 공사가 이를 번복했다. 또한 조정안도 분명히 제시했는데, 공사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사의 입장은 여전하다. 공사는 ‘문서에 별도로 결정하자고 돼있지만, 실시계획을 변경하지 않은 만큼 전체 공사기간은 여전히 올해 7월 8일까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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