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와 지방세 모두 고등법원 공방 예고

OCI그룹, 국세이어 지방세 소송에서도 승소

OCI(옛 동양제철화학)그룹이 인천시를 상대로 한 지방세 부과 취소 행정소송에서도 이겼다.

인천지방법원 제2재판부(임태혁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OCI 자회사 DCRE가 인천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등 1700억원대 지방세 부과 취소 소송 재판에서 DCRE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인천 남구가 DCRE에 부과한 취득세 등 지방세 부과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이유를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OCI와 국세청 간 국세 소송과 DCRE와 인천시 간 지방세 소송은 사실상 동일 사건이다. 때문에 OCI가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국세(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부과 취소 소송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6일 1심에서 OCI의 손을 들어주면서 인천지법 결과 또한 DCRE가 승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기업의 기업분할이 세금 감면 대상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한다. 첫째 독립해 사업이 가능한 사업부문을 분할해야 하고, 둘째 자산과 채무를 모두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하며, 셋째 분할 시점을 기준으로 회계연도 종료 시점까지 승계 받은 고정자산의 절반 이상을 승계 받은 사업에 직접 사용해야한다.

서울행정법원은 국세 소송에서 OCI의 기업분할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고 판결했는데, 인천지법 또한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한편, DCRE는 인천시가 부과한 지방세 중 263억원을 납부하고, 1925억원(중가산금 포함)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다. 인천시가 패소했다고 해서 납부한 돈을 지금 돌려주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DCRE가 승소하면 인천시는 263억원과 대법원 재판까지 걸린 기간 만큼에 해당하는 이자를 계산해 돌려줘야하고, 인천시가 승소하면 DCRE는 대법원까지 진행 된 기간만큼 해당하는 중가산금을 더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

인천시는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인천시 또한 국세청처럼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지법 판결 역시 서울행정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금감면 충족 조건을 두고 다툴 여지가 많다.

서울행정법원은 DCRE가 기업 분할일인 2008년 5월 1일을 기준으로 회계연도 종료일인 2008년 12월 31일까지, OCI로부터 받은 고정자산의 절반 이상을 OCI로부터 넘겨받은 사업에 직접 사용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DCRE는 직접 생산하지 않고 OCI에 의뢰해 생산했다. 즉, OCI 시설에서 OCI 직원들이 DCRE로부터 주문 받아 위탁 생산한 것이라 고법에서 다툴 여지가 많다.

또한 DCRE는 자산과 채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하는데, OCI의 채무인 지하폐석회 처리에 대해 인천시는 DCRE가 승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 이 역시 고법에서 다툴 여지가 많다.

때문에 국세청과 인천시의 5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세금 소송은 고등법원에서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이 예상 된다.

“기업분할 시, 지방세도 국세처럼 이연과세 해야”

한편, 이번 인천지법 1심 선고는 SK이노베이션과 SK인천석유화학의 기업분할에 대한 지방세 부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인천시는 2011년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4개 자회사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SK인천석유화학과 SK에너지가 취득한 자산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다시 세무조사를 실시해 2011년 기업분할이 세금감면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12월 SK인천석유화학 측에 2710억원 규모의 지방세 과세 예고를 했다.

시가 바로 세금을 부과하면 SK 측이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하거나, OCI처럼 소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리 예고를 해서 행정력 낭비를 줄였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패소하면서 시 입장이 난처해 졌다. 시가 지방세를 부과할 경우 SK 측이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방세는 국세처럼 이연과세가 아니기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K씨는 “OCI의 세금 불복소송은 그 전에 조세심판원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기각했던 내용인 만큼 고법에서 다툴 여지가 많아 이번 1심 판결이 확정판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 뒤 “세금을 감면해주는 기업분할 시 적격분할 제도가 때론 부실자산을 부실자회사로 떠넘기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 게다가 이연과세 자체가 기업에게 상당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런 만큼 지방세 또한 국세처럼 이연과세가 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분할 시 이연과세란 세금감면이 아니라 일정기간 세금 부과를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OCI와 DCRE의 기업분할의 경우 국세는 이연과세 대상이라 OCI가 기업분할 과정에서 자신이 취득한 DCRE의 주식을 미래 어느 시점에 처분하기 전까지 징수를 유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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