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구 300만 도시 인천의 과제 8. 지방자치와 재정분권<하>

<편집자 주> 인구 300만 시대를 앞둔 인천이 ‘인천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 분야별로 준비해야할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규모는 커지긴 했지만, 사람들이 여건이 되면 떠나는 도시 인천. 사람들은 왜 떠나는 것이고, 인천에 정착한 사람들이 인천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인천사람들은 과연 인천에 살고 싶어 할까? 이 물음에서 이번 기획취재를 시작했다.

인접한 서울시는 어떻게 살고 싶은 도시를 꿈꾸고 있고, 또 부산시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300만 도시에 걸맞은 자치행정과 경제ㆍ산업, 교육, 문화, 사법, 언론 등 각 분야에서 인천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부산 수준 교부금 확보로 급한 불 꺼야
광역시 자치구에도 보통교부금 지원해야

 
지방자치제도 실시 후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8 대 2’으로 고착화돼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1995년 63.5%에서 2014년 50.3%로 계속 하락했다.

2013년 인천시의 재정자립도는 56.78%로 2012년보다 13.98%포인트(p) 하락했다. 특별ㆍ광역시 평균 6.26%p의 두 배 이상이다. 재정자주도는 전년보다 14.5%p 떨어진 62.5%를 기록했다. 특별ㆍ광역시 평균은 71.75%(전년 대비 6.97%p 하락)이다.

2010년 취득세 감면에 따라 지방소비세가 도입됐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지방자치에 부합하는 재정 분권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으면 재정 운용이 경직될 수밖에 없고, 지역개발 투자 사업은 고사하고 지자체 운영조차 어렵기 마련이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 후 인천은 빚더미에 앉았다. 아시안게임 빚만 1조 7500억원이고, 기존 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향후 10여년 간 매해 5000억~6000억원을 갚아야한다.

급한 불을 끄고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에서 타 지역과 형평성을 확보해야한다. 정부는 내국세의 19.24%인 약 35조원을 지자체에 교부하고 있다. 그중 인천시는 올해 2338억원을 받았다. 강화군 1300억원과 옹진군 900억원을 합해 약 4500억원이다. 이는 전체 교부금의 1.5%다.

이에 비해 부산시는 8631억원을 받았고, 부산시 기장군은 740억원을 받았다. 인천과 부산을 비교하면 부산이 약 3.75배 더 많이 받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현행 교부금 배분 기준과 기준 통계는 불합리하다. 이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면 인천시는 최소 3000억~4000억원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뒤 “또한 광역시 자치구도 강화군이나 옹진군처럼 보통교부금을 받게 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이전과 지방소비세 확대는 분권 기초
보육사업과 기초연금, 국고 비율 높여야

저출산과 고령화시대 사회복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복지비의 국고 보조비율부터 조정해야한다.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을 위해 취득세를 대폭 감면했다. 지방세 감면 총액은 2011년 기준 15조 1612억원, 감면율은 22.5%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방세수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8.8%씩 증가한 반면 지방세 감면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19.9% 증가했다. 문제는 이 지방세 감면 조치가 정부의 정책목적 달성에 따른 조치로 실시됐다는 것이다.

지방세입은 줄고, 사회복지 수요 증가와 더불어 지방비 매칭으로 진행되는 국고 보조사업의 증가는 지방 재정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재정을 부담해야하는 국고 보조사업은 2005년 359개에 23조원에서 2014년 956개에 61조 784억 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국고 보조사업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지방 부담금의 지속적 증가는 지자체의 재정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방세수 확충 못지않게 국고 보조사업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엄밀히 따지면, 영유아보육사업과 기초연금은 국민최저생활보장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즉, 정부가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지자체에 전가해 지방 재정 위기를 초래한 만큼,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거나 국고 보조율을 90%까지 확대해야한다는 자치단체장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2012년 여야가 합의한 대로 영유아보육사업의 국고 보조율 현행 ‘서울 35%ㆍ타 지역 65%’를 ‘서울 40%ㆍ타 지역 70%’로 변경해야한다. 최근 교육감들이 ‘누리’사업을 안 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인하하면서 지방세가 현저하게 감소했다. 지방세는 거래세 위주라 타격이 컸고, 이에 지방소비세(=부가가치세의 11%)로 보전해주고 있다. 지자체는 현행 지방소비세율 11%를 19대 국회 임기 내에 16%까지 인상하고, 2017년까지 20%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질적 재정 분권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간 세목 조정이 필요하다. 국세인 양도소득세는 거래 때 발생하는 것으로 지방세나 다름없다. 즉, 양도소득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방 재정 건전성을 도모하고, 나아가 재정 분권의 기초를 닦아야한다.

이명박 정부부터, 정부는 줄곧 ‘부자감세와 서민증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담배소비세ㆍ주민세ㆍ자동차세 등 서민 부담을 늘이는 대신, 법인세ㆍ소득세ㆍ종합부동산세 인하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율을 낮춘 뒤, 기업들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감면받은 법인세 총액은 38조 7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년 정부 예산안(=376조원)의 10%에 달한다.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2009~2013년 법인세 신고 현황’ 자료를 보면, 대기업에 깎아준 법인세는 전체의 68.5%인 26조 5287억원이었고, 중소기업 25만개가 감면받은 법인세는 31.5%인 12조 2040억원이었다.

또 법인세 감면 규모는 2009년 5조 8710억원에서 2010년 6조 1694억원, 2011년 7조 7357억원, 2012년 9조 5977억원, 2013년 9조 3589억원으로 매해 증가했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인상은 정부가 결정해놓고, 지자체가 욕먹는다. 인천시만 보더라도 담배소비세 인상에 따른 지방세 증가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신규철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사무처장은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부자감세 기조를 2008년 수준 이전으로 환원해야한다. 법인세ㆍ소득세ㆍ종부세 등을 정상적으로 환원한 뒤 전체적인 증세를 거론해야한다”며 “내국세를 늘려 교부금을 늘리고, 지방소비세 인상과 양도세의 광역시ㆍ도 이전으로 재정 분권의 기초를 닦아야한다. 또한 이 같은 재정 분권을 전제로 담배소비세와 자동차세를 자치구로 이전해야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늘어난다고 시민들 행복?

▲ 인천시는 민선5기 시절인 2012년 5월 30일 재정위기 극복 대책을 발표했고, 그 이듬해 4월 16일,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5.30 대책’평가와 과제 토론회(위 사진)를 열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인천시의 재정위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인천시가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는 대회조직위원회 등에 파견된 공무원 400여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조직위 해산 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시에 복귀해야한다.

시는 인구 300만에 맞춰 행정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다. ‘국’을 1~2개 정도 더 늘리는 방안을 안전행정부와 협의 중이다. ‘국’ 하나가 늘면 150여명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재정을 고려했을 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시 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인건비는 오히려 늘었다. 2012년 대비 2013년 시 공무원 인건비는 14%(=340억원) 증가했다. 반면, 다른 특별ㆍ광역시들은 평균 179억원 줄었다.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시 재정위기로 인해 지하철 요금이 오른다. 버스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주정차 위반 과태료 등도 오를 공산이 크다. 시 재정위기가 시민들의 삶으로 직결되고 있는 판국에 공무원 조직만 늘리는 게 과연 타당한가? 공무원이 늘어난다고 시민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어, “게다가 2013년 기준 인천시의 지방세와 세외수입 체납액은 2012년보다 368억원 증가한 368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세입예산에도 북항 배후부지 매각대금과 DCRE 취득세 체납액 등 약 5000억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천교통공사는 퇴직금을 850억원 적립해야했지만, 한 푼도 없다. 퇴직금을 시에서 받아서 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민공감대 없이 조직만 늘릴 게 아니라,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 인천지하철2호선 행정지원 업무에 시 공무원을 파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또, “신규 대형 사업은 이제 주민투표로 결정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시민들도 자기책임을 지는 것이다. 카지노만 해도, 지난해 국내 외국인카지노 16곳이 낸 지방세가 126억원에 불과하다. 지하철 신설, 국제행사, 워터프런트사업, 카지노 유치, 위험ㆍ기피시설 유치도 모두 주민투표로 의견을 물어서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채무비율 조정해야 교부금 확보 가능
3연륙교 개통으로 세수․투자유치 확보

지자체의 재정이 탄탄해야 시민들의 공공서비스 이용 부담이 줄고, 또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과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인구 300만 시대, 인천시가 가장 시급해야 할 과제는 재정위기 극복이라는 것이다. 교부금 배분 형평성 확보와 국세 일부의 지방세 이전을 통한 재정 확보와 더불어 당면한 인천시의 과제는 부채 해결이다.

2014년 인천시 예산은 ‘채무비율 39.5%’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불투명한 세입예산이 반영돼있어, ‘폭탄 돌리기’로 막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들어오지 않는 돈을 세입예산에 편성해놓고 있다 보니, 지방세 징수율이 낮고 체납액이 많아 교부금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불투명한 세입예산을 구조조정하면 채무비율은 40%를 넘어선다. ‘채무비율 40%’ 유정복 인천시장이 안전행정부 장관 시절 지방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다. 즉, 시가 교부금을 더 받기 위해서는 예산을 현실적으로 편성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채무비율 상승을 해결해야한다. 그렇다면 아시안게임 부채를 채무비율에서 제외하든가, 아니면 재정위기단체 지정 채무비율을 40%에서 더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아울러 제3연륙교를 속히 개통해야한다. 3연륙교는 서구 청라지구와 중구 영종지구를 잇는 교량으로, 개통 시 청라지구와 하늘도시 내 개발 사업에 훈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는 인천국제공항 3단계(=2여객터미널, 2017년 완공)와 4단계 공사를 준비하는 일이자, 영종지구 내 민항기 정비 산업, 항공물류산업, IT산업 투자 유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아가 인천도시공사 부채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예상된다.

재정분권 위한 ‘규모의 경제’ 토대 닦아야

세계가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넘어가면서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된다. 중앙집권이 산업사회에 맞는 체제라면, 지식정보사회에 맞는 체제는 지방분권이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국방ㆍ안보ㆍ외교ㆍ통상ㆍ통신 등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ㆍ문화ㆍ교육ㆍ치안ㆍ사법ㆍ입법 등의 분야에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과감한 권한 이양과 함께 국세와 지방세 간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방분권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뒷받침할 일정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지방 재정 전문가들은 이를 인구 약 500만 규모의 경제권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에 인천도시철도를 인접한 김포ㆍ시흥까지 연장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인천ㆍ부천ㆍ김포ㆍ시흥은 현재 450만명 생활권이다. 인구 300만이 아니라 500만을 대비한 지방자치(재정), 산업ㆍ경제, 문화, 교육ㆍ대학, 물류 분야의 비전을 수립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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