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구 300만 도시 인천의 과제 7.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상>

인구 300만 시대를 앞둔 인천이 ‘인천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 분야별로 준비해야할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규모는 커지긴 했지만, 사람들이 여건이 되면 떠나는 도시 인천. 사람들은 왜 떠나는 것이고, 인천에 정착한 사람들이 인천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 갈수는 없는 걸까?

인천사람들은 과연 인천에 살고 싶어 할까? 이 물음에서 이번 기획취재를 시작했다. 인접한 서울시는 어떻게 살고 싶은 도시를 꿈꾸고 있고, 또 부산시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300만 도시에 걸맞은 자치행정과 경제ㆍ산업, 교육, 문화, 사법, 언론 등 각 분야에서 인천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아시안게임은 끝났고, 빚잔치가 시작됐다
10여년간 매해 5000억~6000억원 갚아야

 
민선5기 인천시는 2012년 5월 30일에 재정위기 극복 대책을 발표했다. 당해 현금만 약 1조 2500억원이 부족해 자산을 매각해 현금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자는 게 대책의 요지였다.

이 5.30 재정위기 대책 발표에 앞서 2010년 7월 민선5기가 출발할 때, 인천시민사회는 아시안게임 유치권을 반납하자고 주장했다. 대회를 치르더라도 주경기장 신축 대신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사용하자는 여론도 일었다. 시민사회는 2012년에는 국비 확보를 위한 2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30%(=아시안게임 총사업비의 30%) 국비 지원 무산 시 유치권을 반납하자고 했으며, 2014년으로 앞당겨진 도시철도2호선 공사를 당초 계획대로 2018년에 완공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나 국비 지원은 4800여억원(주경기장 선설비 1326억원 포함, 총사업비의 약 19.2%)에 그쳤고, 인천시는 지방채 1조 2500억원을 발행해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도시철도2호선 완공 시기는 2016년으로 수정됐다. 그리고 이제 인천시에 남겨진 것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빚이다.

5.30 대책 발표 후 인천시는 약 2조원이 넘는 자산을 매각했다. 송도6ㆍ8공구(=토지리턴 매각)와 인천종합터미널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재정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어, 시는 올해도 구월농산물도매시장과 북항 배후 부지 등 5000억원 이상의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시의 재정위기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4000억원대의 부채를 갚았다. 올해도 대략 4800억원의 부채(원금과 이자)를 갚을 계획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내년부터 아시안게임 지방채 원금 상환이 시작된다. 아시안게임 사업비 약 2조 5000억원 중 경기장 건설, 도로 개설, 대회 운영비에 지원된 국비 48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원 200억원은 시가 지방채 1조 2500억원과 시비(=지방세와 세외수입 등)를 마련해 조달했다.

시는 내년부터 지방채 1조 2500억원과 이자 5000억원을 합한 1조 7500억원을 2029년까지 갚아야한다. 내년에 673억원을 갚는 것으로 시작해 2020년에 최고 1573억원을 갚고, 다시 연차적으로 2029년까지 갚게 돼있다.

시 산하 공사와 공단을 제외한 시의 지난해 금융부채는 약 3조 1000억원이다. 여기에 영업부채[=MRG(최소 운영수입 보장) 사업비 등]까지 포함하면 약 4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즉, 아시안게임 지방채 상환까지 포함하면 시가 향후 10여년 동안 매해 갚아야할 빚은 약 5000억~6000억원이다.

‘폭탄 돌리기’ 지속되는 재정건전화 작업

시의 2014년 본예산은 7조 8373억원이고, 1차 추가경정예산(안)은 본예산보다 3420억원 증가한 8조 1793억원이다. 일반회계 예산은 5조 2638억원에서 5조 2428억원으로 210억원 감소했으나, 특별회계 예산이 2조 5735억원에서 2조 9365억원으로 약 3630억원 증가했다.

시가 당초 계획과 달리 예산을 증액하기로 한 배경에는 ‘재정위기 단체’ 지정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기준 시의 채무비율(=부채/총예산)은 약 37%로, 예산을 감축할 경우 2014년 말 기준 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돼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정복 시장은 1차 추경 편성을 앞두고 재정 건전화를 위해 허수를 버리고 실수로 감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예산 구조조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불투명한 세입 예산이 그대로 반영돼 ‘폭탄 돌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 예산은 채무비율이 40%를 넘지 않게 맞춰져 있다. 시 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목표 채무비율은 39.5%까지 상승하게 돼있고, 내년에도 이를 유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분모(=총예산)를 키우지 않고 분자(=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채무비율은 높아진다.

즉, 계획대로 예산을 감축했을 경우 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기 때문에, 시는 일반회계 세외수입 예산에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매각대금 3100억원, 북항 배후 부지 매각대금 1139억원, 소래ㆍ논현구역 매각대금 197억원, 기타 매각대금 100억원 등 약 5614억원을 반영했고, 지방세 수입에 DCRE(주)의 지방세 1690억원까지 반영했다.

이 공유재산들의 매각대금과 지방세가 올해 들어올지 불투명하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시 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게 돼, 시는 ‘폭탄 돌려막기’식으로 세입에 반영한 것이다.

인천시 그동안 자산매각으로 버텨
시 재정위기 시민들 삶에 악영향

▲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장면.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와 그 이자를 합해 1조 7500억원을 2029년까지 갚아야한다.
시 세입예산은 크게 지방세ㆍ세외수입ㆍ지방채ㆍ교부금ㆍ국고보조금으로 구성돼있다. 이중 시가 걷는 항목이 지방세(=취득세ㆍ자동차세ㆍ지방소득세ㆍ지방소비세ㆍ담배소비세 등)와 세외수입이다. 세외수입은 경상적 세외수입(=주정차 위반 과태료, 종합문화예술회관 이용료, 박물관 이용료, 상하수도 이용료 등)과 임시적 세외수입(=자산매각)이다.

시가 설정한 올해 지방세 규모는 2조 5600억원이고, 세외수입은 7300억원이다. 7월 말 현재 지방세 징수율은 57.5%이며, 세외수입 중 경상적 세외수입 600억원을 제외한 임시적 세외수입은 6700억원으로 앞서 지적한 것처럼 매각이 불투명하다.

시가 걷어 들이는 지방세와 경상적 세외수입만으로는 시 인건비와 경상운영비(=사업비를 제외한 각종 법적ㆍ의무적 경비: 교육청 법정전출금,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 사회복지시설 지원 예산, 문화예술 지원 예산, 사회단체보조원금, 인천지하철 지원금, 버스준공영제 지원금, 인천의료원 지원금 등)를 마련하기도 빠듯하다.

시 재원에 한계가 있어,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시비 매칭(=일정한 비율로 부담)도 어렵다. 이에 유정복 시장은 불요불급한 국고보조사업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시는 그동안 지방채와 자산매각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 자산매각이 여의치 않고, 아시안게임 부채마저 추가 됐다.

시 재정상황이 이러하자, 유 시장은 2018년까지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유 시장의 의지와는 별개로 현재 시 재정 상태로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시 재정위기는 시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친다. 인천교통공사는 지하철 요금을 200원 인상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대중교통은 공공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게 타당하나, 현재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시 재정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무상교육과 무상보육은 둘째치더라도, ‘수익자 부담’ 아래 각종 공공재 이용료를 인상해야할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 상하수도, 예술회관, 주차장 등이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자치구 재정위기는 더욱 심각

2008년 미국에서 비롯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09년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정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세금 감면정책을 확대 시행했다. 이로 인해 취ㆍ등록세에 기반을 둔 지방재정의 세입 기반은 더욱 위축됐다.

특히, 지방세 비과세와 감면 정책은 지방세 감소분에 대한 적절한 보전 계획 없이 지방자치단체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시행됐다.

취득세 감면은 지방재정을 강타했다. 광역시ㆍ도의 지방세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취득세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취득세의 일부를 재원조정교부금으로 자치구에 교부하는데, 총액이 감소하면서 자치구의 세입도 크게 줄었다.

일례로 부평구의 경우 2010년 재원조정교부금이 172억원 감소돼 2011년 본예산에 공무원 인건비 4개월 치(=110억원)를 편성하지 못하기도 했다.

여기에 2008년 소득세ㆍ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으로 소득세ㆍ법인세의 10%인 지방소득세가 감소했고,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에 따라 내국세가 줄면서 법정 교부세[내국세의 19.24%로 광역시ㆍ도와 시ㆍ군(자치구 제외)에 배분]가 줄어 지방세입이 감소했고, 종합부동산세 인하는 자치구의 재원인 부동산교부세의 감소를 초래했다.

2008년 세제 개편으로 인해 2012년에만 지방세입이 약 7조 8000억원 감소했고,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누적 세입 감소분은 약 2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와 저출산 대책에 따라 복지사업이 늘면서 지자체의 복지예산은 2008년 22조원에서 2014년 40조원으로 늘었다. 총예산 대비 복지비 비중도 17.4%에서 24.5%로 증가했고, 복지비 연평균 증가율은 11.0%로 지방예산 증가율 4.7%의 두 배 수준을 넘고 있다.

2013년 무상보육 확대와 2014년 7월 기초연금 시행으로 지방비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 기초연금 시행으로 지방비는 2014년 1.8조원, 2015년 2.6조원, 향후 4년간 10.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평구의 경우 기초연금 지급률이 6월 전체 노인인구의 67.6%에서 7월 이후 70.3%로 2.7% 포인트(p) 증가했고, 향후 고령화에 따른 65세 이상 인구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된다. 2015년에는 기초연금이 924억원으로 2014년 626억원보다 297억원(47%)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재정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는 물론 자치구는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 해법은 없는지, 다음 호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