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규제 완화’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중 정부가 학교 주변에도 ‘단란주점과 같은 청소년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축 허가 방안을 추진하면서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몇 몇 지역에서는 학교정화구역 내에 호텔을 지으려는 자와 이를 허가하지 않은 교육청 사이에 소송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계양구에서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경제 관계부처들은 관광호텔은 유해시설도 아니고 혐오시설도 아니라며, 도심에 호텔을 지을 땅을 구하지 못해 도시 발전이 저해되고 관광객 불편이 크니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도심에 호텔을 지을 길이 열리면 관광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따른다고 역설한다.

이는 교육권 보장보다는 기업이나 건축업자 등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지난 3월 20일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몇몇 기업가들은 자기의 민원사례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건의했고, 대표적인 것이 대한항공의 호텔 건축 민원이다. 대한항공 호텔 건립 소송은 2012년 대법원에서 패소한 사안이다.

대법원에서도 ‘학교 주변 호텔 건축 제한은 적법’이라고 판결했는데, 이를 ‘나쁜 규제’라고 개혁해야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규제 개혁은 바람직한 경쟁을 촉진하는 시장 질서를 만들거나, 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한 사회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교 주변 호텔 건축 허가는 규제 개혁의 원리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학교 주변 또는 주거전용지역에 호텔 건축을 허가하는 게 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한 사회질서 확립이라 할 수 있나. 이를 반대하는 의견은 당연한 것 아닌가.

곳곳에 유해환경이 진을 치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때문에 유해환경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학교정화구역을 둔 것 아닌가. 학교 주변 호텔 건축 허가는 호텔 투숙객을 대상으로 하는 유해업소들의 학교 주변 난립을 유발할 수 있다.

학교보건법은 교육을 위한 ‘착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명시한 것이 학교보건법상 정화구역이다. 이것을 변경하거나 폐지하려면 교육적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한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교육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제쳐놓고 관광산업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학교 주변 호텔 건축 허가를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을 검토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기업이나 개발업자들의 민원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제대로 된 규제 개혁에 집중하기 바란다. 아울러 ‘나쁜 규제’와 ‘착한 규제’의 기준을 ‘돈’이 아닌 ‘사람’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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