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회, “루미나리에와 야시장으로 상권 활성화하겠다”
의류상점과 갈등 예고 … 부평구, “100% 동의해야 가능”

부평 문화의거리에 상설 야시장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차 없는 거리에서 시작한 마을만들기 사업이 야시장 설치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와 함께 야시장 유치 절차상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문화의거리상인회(이하 상인회)는 상설 야시장 설치에 동의하는 상인들의 동의서를 받아 3월 12일 부평구에 제출했다. 상인회는 안전행정부가 실시하는 야시장 공모 사업에 참여해 국비(최고 5억원)를 지원받아 상설 야시장을 설치하자고 부평구(사업비 중 지방비 50% 부담)에 제안했다.

상인회 소속 상인들이 야시장 설치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하는 상인들은 상인회의 추진 절차상 하자와 야시장 설치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한 뒤, 일주일 후 부평구에 반대 진정서를 제출했다.

상인회는 부산 부평깡통시장 내 상설 야시장을 사례로 들고 있다. 상설 야시장을 유치해 문화의거리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상설 야시장 운영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다.

야시장의 주된 테마는 루미나리에(=전구를 이용한 조명건축물 축제)와 먹을거리다. 안행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 그 지원금으로 문화의거리에 조명건축물을 설치하고, 노점 40여개를 들여와 오후 7시 이후에도 사람이 붐비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가꿔온 차 없는 거리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화의거리는 1998년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며 시작됐다. 이후 공연을 위한 상설무대가 들어섰고,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한평공원과 주민쉼터가 들어섰다. 또한 정부가 공모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과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건물주와 건물주 상인, 세입자 상인, 노점 상인까지를 포함한 상인회가 탄생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문화의거리로 마을만들기 운동을 배우러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화의거리를 방문해 영감을 얻어 갔다. 인천 자전거도시 만들기 운동과 ‘책 읽는 부평’ 운동, 국내 중소상인 보호운동의 씨앗이 싹튼 곳도 바로 부평 문화의거리다.

야시장 설치에 반대하는 상인들은 이처럼 문화의거리가 20여년에 걸친 건물주ㆍ상인ㆍ노점상인의 합의, 그리고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어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 시민공간이자, 문화공간이기에 이 공간을 다시 노점으로 채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야시장 들어설 경우, 공공재 사유화 전망

상인회가 사례로 든 부산 부평깡통시장 내 야시장을 문화의거리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부산 부평깡통시장은 오후 6~7시에 철시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철시 후 야시장을 개설하는 것이 기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시장에는 캐노피가 설치돼있어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노점 수레에 천막과 비닐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도시미관을 해칠 염려가 없었다.

반면 문화의거리는 전통시장이 아닌 의류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상점가라, 먹을거리 야시장과 시너지 효과보단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의류 중심인 골목에 음식 노점들이 들어서면, 의류 판매점들과 갈등이 불가피하고 특히 음식 냄새로 인해 의류매장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문화의거리에는 캐노피가 없어 눈이나 비가 오면 천막과 비닐 설치가 불가피해, 거리 미관을 저해할 수 있다.

현재 문화의거리에는 주민 휴식공간, 문화공간, 노점 공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현재 노점 13개가 있는데, 여기에 신규 노점 40여개가 추가 되면 공간 재구성이 불가피하다. 문화의거리가 노점 공간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노점이 한번 들어오면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지 않고 정비하는 게 불가능하다. 즉, 문화의거리는 공적 공간임에도 나중에 노점들이 이를 사유화해 결국 ‘권리금’과 ‘자릿값’ 등이 오가는 사태도 예상된다.
문화의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할 때 노점을 정비하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당시 재산세 납부액을 기준으로 노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대를 잇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매매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뒀다. 이는 노점상의 생존권을 위해 일정 기간 장사를 할 수 있게 보장해주고, 당사자가 그만두면 다시 공공재로 환원하는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부평구, “상인 100% 동의 받아야 가능”

안행부 공모사업에 참가하기로 한 상인회의 추진 절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인회는 공모 사업 참가를 앞두고 3월 5일 첫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 반대의견이 나와 6일 부평구와 상인이 함께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인회는 찬성 쪽 상인만 모아 간담회를 진행한 뒤 부평구에 동의서를 제출했다. 결국 반대 쪽 상인들이 반대 진정서를 부평구에 제출하면서, 야시장 설치를 두고 상인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평구 경제지원과는 상인회 소속 상인들의 100% 동의가 있어야 야시장 설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케이드 설치 때도 100% 동의가 필요한 만큼, 야시장의 경우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경제지원과 담당공무원은 “현재는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 구에서는 많은 부서의 검토의견을 모아야한다. 주차문제, 음식 위생문제, 쓰레기배출 문제, 도로점용 문제, 도시경관 문제 등 검토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어느 법에도 노점을 양성화하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부평문화의거리 야시장] 관련 반론보도 <4월 29일 추가 게재>

본지 4월 1일자 「부평 문화의거리, 상설 야시장 설치로 ‘시끌’」제목으로 “부평문화의거리가 안전행정부 주관의 상설야시장 공모전이 찬성회원만으로 공청회를 실시하고 동의서를 받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우려되며, 의류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상점가라, 먹을거리 야시장과 시너지 효과보단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부평문화의거리 상인회는 “부평 문화의거리 야시장 설치 공모전이 찬성 회원만으로 공청회 실시한 것이 아니라, 지난 3월 6일 공청회 전에 야시장 설치를 반대하시는 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부평문화의거리 상인회는 “공청회 공지에도 불구하고 반대하시는 분들이 일방적으로 참석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을 뿐, 상인회에서 일방적으로 찬성하는 쪽 회원만 모아 공청회를 진행하고 동의서를 제출하였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해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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