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길재단, 연구단지보다 부동산개발에 집중하다 된 서리

바이오연구단지 대신 부동산개발 수익사업에 치우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건설업체 임원과 하청업체 대표, 인천시 고위 공무원이 잇달아 구속 되면서 비리로 얼룩진 송도BRC는 어떤 곳일까?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클러스터로 불린 송도BRC는 과연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까?

송도BRC는 가천길재단이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5공구)에 2013년까지 짓기로 한 바이오연구단지(Bio Research Complex)를 말한다.

가천길재단은 2009년 IBM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현 인천도시공사)와 합자해 특수목적법인 외국인투자기업 BRC(주)를 설립한 뒤, 같은 해 11월 송도지구 5공구에서 기공식을 개최했다.

가천길재단은 2013년까지 송도지구 5공구 내 25만 1021㎡의 터에 바이오와 의료 분야 연구개발(R&D) 시설과 아파트형 공장, 지원시설 등을 갖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송도 BRC 조성사업 시공을 맡았으며, 가천길재단의 야심찬 계획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오히려 (주)BRC는 목적사업인 바이오ㆍ의료산업분야 기업과 연구소 유치보다는, 바이오연구단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스마트밸리 내 아파트형공장과 기숙사, 상가 분양 등 부동산개발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송도BRC, 2009년 분양할 때부터 특혜의혹 제기돼

지난해 10월 인천지방검찰청이 송도 BRC 내 지식산업센터 터파기 공사를 한 대우건설의 하청업체 그린종합건설(주)와 자회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비리와 특혜 의혹이 세상에 드러났다.

구속된 최아무개(50) 그린종합건설 대표이사는 대우건설이 2300억원대 스마트밸리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의 핵심 측근인 (주)BRC 대표에게 대우건설을 소개한 핵심 고리역할을 했고, 가천길재단이 발주한 공사 대부분을 수주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BRC 조성사업 과정에서 하청업체 대표 최씨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전 대우건설 이준하 건축사업본부장을 구속했고, 대우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려 3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최씨 역시 구속했다.

BRC 사업은 안상수 전임시장 시절에 시작한 사업으로 분양 때부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2011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감사해 ‘BRC 사업이 실제로는 국내 기업이 주도하면서도 외형만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만들어 세 가지의 대규모 특혜를 줬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감사원은 ▲BRC(주)는 IBM의 지분이 0.5%에 불과한데도, 외국인투자기업은 조성원가 이하로 땅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근거를 악용해 716억원에 달하는 땅값 차익을 얻은 점 ▲외국기업연구소 유치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내용을 약정하지 않아 계약 이행이 불투명한 점 ▲임대 부지 목적 외 사용 시 반환 협약이 생략된 점 등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BRC 특혜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은 2009년 11월 BRC(주)와 최초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최종 잔금을 3단계에 걸쳐 분할납부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2013년 5월까지 완납하게 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매매계약이 1년 안에 금액을 납부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사실상 특혜였다.

인천경제청, 환수부지 용도변경해 직접 개발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감사원의 시정명령과 특혜 의혹 시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비리 의혹이 세상에 드러나고,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특혜 의혹을 규명하라는 여론이 일자,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10월 BRC 전체 부지 7개 필지(=25만 1021㎡) 중 2개 필지(=송도동 206번지 일원 5만 5657㎡)를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2개 필지의 매입비용은 266억 9850여만원이다.

이 금액은 2009년 11월 26일 (주)BRC에 매각할 때 가격으로, (주)BRC는 인천시로부터 3.3㎡당 158만 3000원(조성원가)에 매입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2개 필지 중 1개 필지(=3만 7053㎡, 토지가격 177억 7420여만원)를 매입했고, 올해 예산 89억 2430여만원을 반영해 나머지 1개 필지(1만 8604㎡)도 조만간 환수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청은 BRC에서 환수한 토지의 용도를 변경한 다음 첨단산업과 관련한 기업을 유치해 부지 매입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주 인천경제청 투자유치본부장은 “BRC에서 비리의혹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건설 수주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BRC 조성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330여개에 달하는 바이오산업 관련 업체가 BRC에 입주했다”고 한 뒤 “환수 부지는 송도에 바이오 용지가 부족해 우리가 직접 개발하고자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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