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흔들리는 한국지엠, 출구는(1)

▲ 한국지엠 부평공장 일부 전경.<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자동차산업은 부품 2만개를 조립하는 특성으로 인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또한 철강ㆍ기계ㆍ전자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선도한다. 아울러 정비ㆍ할부금융ㆍ보험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전후방 산업과 연관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면 다른 재화 2.93대 분을 함께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3위 완성차제조사인 한국지엠 본사와 공장이 인천 부평에 있다.

한국지엠은 인천 제조업체 중 가장 큰 사업장이다. 그에 따른 고용 효과와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런 한국지엠이 흔들리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지엠의 모(母)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지엠)가 영양분만을 빼먹고 충분한 먹거리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엠은 유럽시장에서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차량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에 고용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한국지엠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 세 차례 보도한다. 특히 유럽 수출 물량이 사라지면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내수판매 확대 방안을 집중 모색해본다.

지난해 역대 최대 연간 내수판매량 기록
내수점유율 더 끌어올리기 위한 과제는?

한국지엠은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차량 총15만 1040대를 판매해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연간 최대 내수판매 기록은 2012년의 14만 5702대다.

마크 코모(Marc J. Comeau) 한국지엠 판매ㆍA/Sㆍ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업계 최고의 서비스 고객만족도를 바탕으로 내수판매 신장세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지엠의 2013년 연간 판매대수는 총78만 518대(내수 15만 1040대, 수출 62만 9478대)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CKD(반조립제품) 수출은 118만 4774대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은 이러한 내수판매 실적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지엠이 ‘쉐보레 유럽 철수에 따른 대안으로 한국지엠의 내수판매 확대와 호주 공장 폐쇄에 따른 호주 수출 물량 한국지엠 배정, 러시아 시장 확대로 한국지엠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했다고 전하고 있다. 쉐보레를 유럽에서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한국 여론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지엠은 쉐보레의 유럽시장 철수 결정에 앞서 한국지엠의 물량을 계속적으로 축소해왔다. 2012년 11월, 군산공장의 차세대 크루즈 생산계획을 취소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차세대 아베오 생산에서 한국지엠을 배제했다. 또한 7월에는 부평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되던 모카 차종을 올 하반기부터 스페인 사라고사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역대 최대의 연간 내수판매 실적을 달성했지만, 한국지엠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10% 정도의 내수점유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내수 판매망 정비와 함께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신차 출시, 그에 따른 마케팅을 수반해야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때만이 유럽시장에서 철수한 물량을 어느 정도 국내에서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지엠의 고용불안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공산이 크다.

수출 크게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하락세
지엠, 한국지엠서 저가 수입해 고가 판매

한국지엠은 출범이후 영업적자를 기록하다가 2006년 흑자로 전환됐다. 그리고 2012년에 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비용 8140억원을 장기미지급 비용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한국지엠의 성장성은 대체로 현대자동차를 능가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대우차를 인수하고 스파크ㆍ크루즈 등을 지엠의 글로벌 브랜드인 쉐보레(Chevrolet)와 뷰익(Buick)으로 공급해 고성장을 달성해왔다. 2012년 수출액은 13조 8057억원으로 지엠이 대우차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영업했던 2003년 수출액 2조 9765억원의 4.6배에 달한다.

그러나 수익성은 매우 취약한 구조다. 2006년 이후 3% 중반 수준을 유지하던 영업이익률은 2008년 2.4%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이지만, 현대ㆍ기아차와 달리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는 수출에서 나타난다. 한국지엠의 노동생산성은 현대차에 비해 월등히 앞선다. 편성효율(Line Balance: 생산라인을 구성하는 각 공정에서 소요시간의 균형상태)이 현대차보다 30% 이상 높다. 차량 생산에 투입되는 인건비 역시 현대차의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왜 수익성이 낮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지엠의 수출구조는 차량이 현대ㆍ기아차에 비해 저가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신차를 개발하고 양산해 그에 걸맞은 가격으로 수출하는데 반해, 한국지엠은 지엠에 유리한 방식으로 수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대당 판매가격은 2007년에 비해 27% 올랐지만, 한국지엠은 12% 정도 인상됐다.

한국지엠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지엠이 한국지엠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완성차와 CKD 등을 매입해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지엠 자회사로의 수출은 급증했는데, 이러한 수출 비중이 증가하면 할수록 한국지엠의 수익성이 좋아지기는커녕 악화되고 있다. 한국지엠의 지엠 매출 비중은 2003년 전체 수출에서 48.9%에 불과했지만, 2008년 61.4%, 2010년 73.4%로 증가하면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지엠이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으로 생산된 한국지엠 차량을 저가로 지엠의 자회사에 판매해 현지에서 높은 수익을 챙기고 있는 반면, 한국지엠의 낮은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추측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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