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인천지역 농산물도매시장의 실상(2)

<인천투데이>은 삼산농산물도매시장에서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인에게 지급하는 출하장려금과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문제점 등을 앞서 다뤘다. 도매법인 소속 경매사의 횡포도 고발했다.

‘갑’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도매법인의 횡포는 이밖에도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도ㆍ감독해야하는 인천시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조례상 중도매업 허가권은 인천시장한테 있는데
도매법인이 자리 배정, 목표 매출액 각서까지 받아

▲ 삼산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일부 모습.
인천지역 농산물도매시장 도매법인들은 중개ㆍ거래되는 농산물의 위탁 수수료로 거래액의 6%를 챙긴다. 도매법인들은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중도매인과 관계에서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도매법인 인천원예농협 삼산공판장(이하 원협)은 얼마 전 목 좋은 자리에서 장사하기를 희망하는 중도매인에게 ‘1년에 매출액을 10억원 이상 올려야한다’는 각서를 받고 자리를 배정해준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원협 소속으로 마늘 장사를 하는 중도매인 A씨는 이런 각서를 제출하고서야 장사할 수 있었다. ‘인천시 농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도매인의 허가는 인천시장이 하게 돼있음에도 불구, 도매법인이 조례와 시행규칙에도 없는 ‘갑’의 횡포를 자행한 것이다.

이와 관련, 원협 관계자는 “A씨가 들어간 자리는 장사가 잘 되는 자리여서 상인들이 서로 들어가려고 했다. 중도매인조합에 의견을 내라고 했는데,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며 “좋은 자리에 서로 들어가려고 하니,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원협) 전 사장 밑에서 장사하던 사람이라 다른 곳으로 보내기도 그렇고, 조정에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원협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중도매인들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협에서 야채를 취급하는 B씨는 “앞으로도 목 좋은 자리가 나오면, 이런 횡포를 계속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인천시장과 계약을 체결하고 장사하는 것이다. 이런 횡포에 대해 관리사무소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술 마시고 경매하는 행태까지
김장철 사실상 지나 임시개장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투입해 설립한 농산물도매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우선해야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최고 ‘갑’은 도매법인이다. 도매법인에 소속된 경매사들도 영세한 중도매인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일부 중도매인은 “지난달 중순 원협 소속 경매사가 술에 만취해 경매장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매사들은 새벽에 출근해 종종 소주 한두 잔 정도는 마시고 경매장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경매사는 만취한 상태에서 경매장에 올라가 경매를 진행하려 했다. 경매사가 계속 횡성수설하자 경매는 중단됐고, 경매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결국 원협은 만취한 경매사를 끌어내리고 다른 경매사를 올렸다.

이런 사태가 발생해도, 중도매인들은 도매법인에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원협 소속 정희철 채소 중도매조합장은 “농민들이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이다. 술 먹고 경매장에 오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경매사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은 김장철이 사실상 끝난 12월에서야 김장철 대비 임시 개장을 실시, 상인들과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은 당초 휴일인 지난 1일과 8일 임시 개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원협삼산공판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한 중도매인은 “대부분 김장을 11월이면 끝낸다. 임시 개장을 할 거면 11월에 해야 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8일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을 찾은 소비자 박아무개(43)씨는 “배추가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한 뒤 “하지만 동네 주부들이 대부분 김장을 마친 상황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박종원 삼산농산물 중도매인조합장도 “대다수 가정이 이미 김장을 끝낸 12월에 임시 개장을 하겠다는 발상은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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