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창립 국제심포지엄 - 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적 경제(하)

인천대학교 사회적기업 연구센터(센터장 양준호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사회적경제 연구센터로 개편했다.

인천대 사회적경제 연구센터는 지금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사회적경제가 ‘복지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연구 범위를 사회적기업에서 사회적경제로 확장하고 특히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인천대 사회적경제 연구센터가 지난 2일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사회적금융 재원, 미국처럼 법과 제도로 뒷받침해야

▲ 양준호 교수가 사회적금융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지역재투자법과 투자감세제도를 바탕으로 사회적금융을 활성화하고 있는 것에 비해 영국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사회적금융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코세키 타카시(小關隆志) 일본 메이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영국은 미국과 달리 정부의 변덕스러운 정책 변화 때문에 사회적금융이 혼란스러워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영국 시디에프아이(CDFI: 커뮤니티 개발 금융기관)가 50~60여개 되는데 2012년 50% 정도가 흑자경영을 했다. 그러나 시장자유주의자인 헤브론 총리가 정부보조금을 삭감하면서 흑자경영이 줄어들었다. 결국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일반 영리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우리의 제2금융과 같은 금융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일본도 사회적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난민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금융이 주목받고 있다. 터키와 미얀마 등지에서 온 난민들의 창업자금을 사회적금융이 빌려주는 것이다.

코세키 교수는 “신용불량자들의 금융이력에 주홍글씨를 지우고, 이들에게 금융을 지원하는 신용생활협동조합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금융을 얘기하는데, 아직까지는 수요에 비해 유효성이 떨어진다”며 “미국 사례에서 확인했지만 정부가 다양한 정책으로 사회적금융의 자금이 잘 조성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협의ㆍ조정으로도 경제 작동, 사회적금융은 그 심장”

양준호 교수는 ‘진보적 금융체제로서 사회적금융과 지역사회에서 탈(脫)시장적 조정’이라는 주제로 사회적금융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양 교수는 “양극화와 빈곤의 문제, 지역 간 빈부격차 문제는 시장의 문제다. 시장원리가 아닌 다른 방법은 없는가?”라고 한 뒤 “탈(脫)시장적 조정인 ‘사회적 조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시장적 조정’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이것은 ‘탑다운(top-down: 상의하달 방식)’ 개념인 과거 국가사회주의 개념과 다른 것이다. 이제는 사회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는 양적 불균형이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금리 변동에 의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한다. 이것이 사후적 조정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사회적금융은 사전적 조정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자본주의의 기본 모순은 과잉생산과 공황에 있다. 생산이 이뤄지고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게 사후적 조정이라면, 사전적 조정은 상호협의로 조율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노력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면 백전백패한다.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지지가 시장적 지지로 이어질 때 가능하다”며 “시장경제는 불황일 때 더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리 은행은 경기에 탄력적으로 반응하기에 불황일 때 자금 지원을 줄인다. 반면 사회적금융은 오히려 경기 변동에 비탄력적으로 반응해 불황일 때 자금을 지원한다. 그래서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의 심장”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가 이날 발표한 주된 논지는 ‘경제가 시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회적 협의와 조정에 의해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핵심은 사회적금융이라는 것이다.

그는 “생산하기 전에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량과 가격을 결정하는 것, 생산자와 소비자가 풍부한 양적ㆍ질적 정보 교류로 이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게 사회적 조정이다. 사회적금융은 사전적 조정에 해당하는 이 사회적 조정 방식의 경제 조정 방식에 기여할 수 있다”며 “스웨덴에서 생산자연합과 소비자연합이 자동차 생산량과 가격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는 복지 수단 아닌 경제 조정의 새로운 형태”

이날 토론회는, 신자유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금융이 정부의 복지 지출을 줄이는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사회적경제가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 사회적금융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사회적경제를 복지 분야 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해 대해, 코세키 교수는 “미국 공화당이 정부 지출을 줄여 재정건전화를 기하려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사회적경제를 활용하고 있다. 공공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넘겨버린 현상의 귀결”이라고 비판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맞는 지적이지만, 복지의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적 복지가 무조건 옳은 일이냐? 공공기관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수혜자가 수직적인 문화에 길들여진 공적 제공자에게 접근하는 게 쉽지 않아, 수혜자도 불편하다”며 공공의 역할 수행과 민간의 효율성 간 조율을 강조했다.

코세키 교수는 사회적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 ‘식량사막(Food Desert=식료품을 구할 수 없는 지역)’의 경우 ‘티아르에프(TRF=The Reinvestment Fund: 재투자기금)가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모든 면에서 반드시 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클린턴 정부 시기 ‘복지에서 노동으로’라는 구호가 유명했다. 이 시기 취업에 초점을 맞췄는데, 저임금 노동자가 양산된 측면도 있다”며 “사회적금융이 경기 변동에 역행적인 경우가 많지만, 영세 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 그래서 미국 사례가 반드시 옳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세키 교수는 사회성이 강한 사회적금융기관들이 금융당국에 의해서 자기자본비율 등의 규제를 받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사회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에서는 사회적금융이 대부업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용금고와 신용조합 등 기존 사회적금융기관이 당국의 규제로 원래 역할을 못하면서 일본에서는 시민은행과 엔피오(NPO) 은행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은행이나 협동조합이 아닌 대부업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준호 교수는 사회적경제를 아직까지도 복지의 새로운 형태로 인식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경제를 ‘공적 지출을 감소할 수 있는 공급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것.

그는 “사회적경제는 경제의 새로운 조정 방식이다. 사회적경제는 시장에 의해서만 사후적으로 조정되는 경제 조정을 사회적 조정으로 상대화할 수 있다”며 “스웨덴ㆍ노르웨이ㆍ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는 이노베이션(innovation: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산업분야가 아닌 자동차ㆍ 철강ㆍ석유화학 등의 산업에서 자본가끼리의 연합, 소비자끼리의 연합 구성으로 사전에 경제를 조정하면서 과잉생산을 견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거듭 강조하지만, 사회적경제를 경제 조정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복지 사업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대부업 등록방식의 사회적금융 육성에 대해 “현재 한국에서 1~2금융권 설립방식으로는 사회적금융을 할 수 없다. 대부업으로 사회적금융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대부업은 BIS(국제결재은행 자기자본비율) 적용을 안 받는다”며 “다만 대부업은 예금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금 조성은 기부금과 후원금을 확대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사회적경제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임금 수준과 관련해서는, 사회적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증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을 통한 사후적 조정이 아닌 사전적 협의에 의해 도출되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합의에 의해 경제가 조정’되는 현장을 경험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지닌 가치를 인식하는 시민들을 많이 양성하는 게 옳다”며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자생력을 사회적시장에서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임금 역시 증대되고 고용의 안정성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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