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창립 국제심포지엄 - 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적 경제(상)

인천대학교 사회적기업 연구센터(센터장 양준호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사회적경제 연구센터로 개편했다. 개편과 동시에 후기산업사회연구소 부설 연구소에서 독립연구센터로 거듭났다.

인천대 사회적경제 연구센터는 지금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사회적경제가 ‘복지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연구 범위를 사회적기업에서 사회적경제로 확장하고 특히 사회적금융(Social Finance)에 대한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대 사회적경제 연구센터는 지난 2일 열린 발족식에서 사회적금융을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일본 사회적금융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코세키 타카시 메이지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진보적 금융체제로서 사회적금융과 지역 사회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한 부여)’를 주제로 사회적금융의 필요성과 미국ㆍ영국ㆍ일본 내 사회적금융 사례를 발표했다.

코세키 타카시 교수는 미국과 영국에 각각 2년 간 머물며 사회적기업을 연구했다. 2010년엔 한국사회연대은행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내년에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의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finance: 소액 금융)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날 양준호 교수는 ‘새로운 시민적 금융체제를 통한 지역사회의 역량 강화와 사회적경제 구축’을 주제로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뒤, 사회적금융이야말로 사회적경제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한 심포지엄은 7시에 이르러도 끝나지 않았지만, 협동조합ㆍ사회적기업ㆍ마을기업ㆍ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인천지역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온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원들도 끝까지 남아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래는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등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편집자 주>


지금 사회적금융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 코세키 타카시 교수.
코세키 타카시 교수는 지역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회적금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빈곤지역과 낙후지역은 외부에서 자본을 가져온다든지 내부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외부로 유출되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또 세계 선진국 주요 도시의 경우도 복지국가에서 신자유주의로 전환하면서 정부 차원의 소득재분배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코세키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만연하면서 지역사회의 피폐화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나고 있는 게 사회적기업ㆍ협동조합ㆍ협동조합금융 등 사회적경제’라고 했다. 그는 일본과 영국, 미국 주요 도시의 사례를 들어 최근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 일본 도쿄 야마타니 = “도쿄 야마타니 지역은 일본식 숙박시설이 많이 들어서있는 멋있는 도시였다. 그런데 1990년대 노숙자가 모이는 곳으로 전락했다. 왜 그랬냐면, 일본 정부의 공공사업이 삭감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수입을 상실하자 노숙자가 됐다. 이들은 공공지출사업에서 일하던 노동자였다”

# 영국 버밍엄시 = “버밍엄 역 앞에 가면 아름다워 보이지만,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쇠락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업률이 높은 저소득층이 거주하는데,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다. 치안도 좋지 않아 범죄율도 높다. 그래서 인재도, 자본도 빠져나가고 있다”

# 미국 뉴욕시 = “일본에 동일본대지진(=후쿠시마 대지진)이 있었다면, 미국에는 2012년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가 있었다. 뉴욕도 그런 참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주로 뉴욕 연안에 있던 영세기업들이 부도를 맞았다. 그런데 모든 상업은행은 이들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코세키 교수는 “뉴욕은 이 대참사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적경제를 활용하고 있다. 지역에 자금을 유입해 지역 내 순환을 촉진하는 것, 내발(內發)적 발전은 지역의 것으로 지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인데, 이는 사회적금융이 지역사회에서 해야할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또, “신자유주의 이후 시장은 실패했다. 지역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의 방법은 사회적금융이다. 그러나 사회성만 추구하면 지속성은 훼손된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중 복지 최하위 미국, 사회적금융은 선두 … ‘지역재투자법․투자감세제도’로 사회적금융 육성

▲ 미국 ‘식량사막’ 지원차량(위 사진)과 문화예술 지원 프로그램(아래 사진 2개).<사진제공·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코세키 교수는 자신이 2년간 머물렀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의 사례와 최근 연구한 뉴욕의 사회적금융 사례를 들어 지역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사회적금융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필라델피아는 워싱턴과 뉴욕 사이에 있는 도시다. 필라델피아 중심부와 외곽에는 부유층이 거주하고, 그 중간인 ‘이너 시티(inner city)’에는 대부분 저소득ㆍ저자산ㆍ고실업ㆍ저학력이 몰려있다. ‘도넛’ 형태로 도시의 부자와 가난한 자가 나뉘어 살고 있다.

코세키 교수는 “이너 시티에는 뚱뚱한 사람이 많이 거주한다. 이 도시의 비만은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단면이다. 빈곤과 비만은 비례한다. 미국 주요 도시의 공통점은 빈곤지역에 비만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이를 ‘식량 사막(Food Desert=식료품을 구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한다. 풍요로운 미국에 왜 이런 현상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텐데, 질은 안 좋고 칼로리만 높은 ‘정크 푸드(junk food)’가 빈곤층에 순환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 빈곤지역에 가면 유기농은커녕 몸에 좋은 식료품이 거의 없다. 음식권을 받아서 음식을 충당하는데, 치안이 불안하니 제대로 된 음식과 식료품을 파는 가게가 못 들어온다. 빈곤이 더욱 확대ㆍ재생산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식량 사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금융으로 불리는 지역 재투자기금 ‘티아르에프(TRF=The Reinvestment Fund: 재투자기금)’가 나섰다. TRF는 필라델피아 빈곤지역에 제대로 된 식료품을 공급하는 슈퍼마켓을 창업하는 사회적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코세키 교수는 “미국에는 투자감세제도가 있기 때문에 TRF와 같은 지역 재투자기금 설립이 가능했다. 빈곤지역은 아이들의 문화예술교육도 차단돼있다. 투자감세제도로 만들어진 ‘엔에프에프(NFF=Nonprofit Finance Fund: 비영리재정기금)’는 빈곤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펼치는 비영리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해 엄청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주로 연안지역에 영세 기업과 빈곤층이 있는데, 주로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상업금융이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디폴트(default: 채무 불이행)를 걱정해서다.

이때 이들을 지원하러 나선 게 커뮤니티 개발금융기관(CDFI= 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s)’이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복지 수준이 최하위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 of 1977)’이라는 연방정부의 법이 있었기에 이 같은 금융사각지대를 지원할 수 있었다.

시디에프아이(CDFI)는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금융의 하나로 연방정부 차원의 기금이다. 한국으로 치면 중소기업청 등이 나서 일반 상업은행의 기부와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민관협력기금을 조성한 뒤 금융 소외가 심각한 지역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투자를 하는 것이다.

코세키 교수는 “사회적금융으로 지역을 다시 활성화하는 일을 시도하려는 데 미국이 앞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역재투자법이 있어 영리 은행은 지역사회 활성화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역재투자법은 은행이 금융 소외자를 지원하는 구제 금융에 나서게 하고 있다. 연방정부 금융당국은 지역에 기여한 정도를 평가해 기여도가 적은 은행에 불이익을 주고, 크게 기여한 은행은 브랜드파워(=상표경쟁력)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지역재투자법과 더불어 미국 연방정부가 도입한 정책은 투자감세제도다. 민간투자자가 커뮤니티 개발기관(CDE= Community Development Entity)에 투자할 경우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코세키 교수는 “투자자가 직접 투자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크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가 곧바로 저소득층과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게 여의치 않다. 그래서 중간 조직으로 CDE를 두고 있다. 민간투자자가 CDE에 투자하면 CDE는 다시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지원한다. 정부는 투자자에게 투자액만큼 감세혜택을 준다. CDE를 통해 위험요소를 줄이고 용이하게 투자할 수 있게 했다. 2000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 후 365억불이 투자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도 신자유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도시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같은 도시에서도 한국으로 치면 구별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빈곤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금융 소외ㆍ배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회적금융을 도입했다. 미국은 사회적금융이 비교적 탄탄했는데,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재해 발생 때 영리 은행이 영세기업을 외면하자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기업: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 사회적금융: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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