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시장 도매법인은 또 다른 갑, 판매 장려금 제대로 지급 안 해”

 

▲ 인천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서민에게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하는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도매법인의 횡포에 중도매인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은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신선하고 값싼 농산물(채소ㆍ과일)을 구입할 수 있게 하자는 목적으로 2001년 5월 개장했다. 부지 10만 7912㎡에 경매장 3개(1만 8003㎡)를 설치했다. 정부 314억원, 인천시 252억원 등 총809억 21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소비지와 생산자 모두를 위해 혈세를 공급해 도매시장을 개장한 것이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에선 경매사 39명, 중도매인 274명이 일한다. 농산물 거래량은 하루 평균(2011년 기준) 700톤이다. 경상ㆍ전라ㆍ충청(각 16%), 인천(12%), 경기(11%) 등지에서 농산물이 반입된다.

이곳에는 부평농산ㆍ경인농산ㆍ인천원예농업협동조합 등 도매법인 세 개가 입주해있다. 법인들은 중도매인 274명과 계약을 체결해 경매로 농산물을 공급한다. 2011년 거래량은 총21만 4794톤, 2734억 7000만원어치다. 2001년 12만 2153톤, 876억 4300만원과 비교하면, 거래량은 두 배가량 늘었고, 거래금액은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라진 판매 장려금, 누가 챙겼나

도매법인들은 도매시장에서 중개ㆍ거래되는 농산물의 위탁 수수료 ‘100분의 6’을 챙긴다. 이 수익으로 장소 사용료(00.5%), 출하 장려금(0.7%), 판매 장려금(0.7%)을 지급한다. 출하인 손실보증금(0.5%.경매 낙찰 금액아 타 법인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경우 가격을 보전하는 금액)에다 거래보증금이 더 있는데, 거래보증금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도매법인은 위탁 수수료 6%에서 사용료와 장려금 등을 제외하고 3.5%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도매법인의 수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경인농산의 매출액은 2001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거래한 물량은 7만 3264톤, 930억 5500만원이다. 2012년에는 7만 2876톤, 1031억 5500만원의 물량을 소화했다. 경인농산은 지난해 위탁 수수료로 61억 8930만원을 벌었다.
 

▲ 경인농산(주) 사업 실적 현황.

문제는 도매법인이 중도매인에게 지급해야할 판매 장려금과 출하 인에게 지급해야할 출하 장려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중도매인들에 따르면, 도매법인들은 중도매인이 경매 대금을 100%로 결제하면 판매 장려금 0.7%를 지급한다. 결제일이 하루라도 늦거나 경매 대금 100%를 납입하지 못할 경우 판매 장려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도매법인들은 영세한 출하 인에게 출하 장려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 경인농산이 지난해 출하 장려금으로 지급해야할 총액은 7억 2208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지급된 출하 장려금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한 중도매인은 “부평과 부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상추 5~10박스 내놓는 사람은 (도매법인이) 출하 장려금을 주는 것도 모른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종원 삼산농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 연합회장은 “경인농산을 비롯해 도매법인들은 (중도매인이) 마감일에 마감을 안 하면 판매 장려금을 주지 않고 있다. 안 주려고 이용해 먹는 것 같다. 만약 1억 원을 마감해야하는데 9,000만원만 마감해도 장려금을 주지 않고 있다. 9000만원에 대한 판매 장려금을 줘야 하는 것이 합당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사가 안 돼 망해 나가는 사람에게는 담보 등을 통해 받아낼 돈을 다 받아내면서 장려금을 정산해주지 않고 있다. 구월도매시장과 삼산도매시장 법인들이 당연히 지급해야할 판매 장려금을 마감일과 연동해 교묘히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도매인들은 10여 년 동안 이렇게 쌓인 출하·판매 장려금이 삼산농산물 시장에서만 수 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인농산 쪽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 마감일을 지키지 못 해 장려금을 못 받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출하 장려금은 5천만 원 이상의 출하 자에게만 지급하고 있다. 이 부분도 강제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인농산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억 19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인농산 측은 판매 및 출하 장려금의 지급 건수와 총액 등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에 있는 중도매인들이 다른 시ㆍ도의 중도매인들에 비해 판매 장려금에서 차별을 받고 있지만, 인천시는 법인과 중도매인이 스스로 풀어야할 문제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인천투데이>이 지역별 중도매인 판매 장려금 지급 현황을 확인한 결과, 판매 장려금 비율이 인천보다 낮은 지역은 서울(0.6%)과 대전(0.6%) 등 소수였다. 반면 대구(1.2~1.5%), 포항(1.6%), 수원(1.5%), 원주(1%), 마산(1%), 구리(0.8~1.1%), 부산(0.9%) 등, 다수 지역은 인천보다 비율이 높았다.

한 중도매인은 “인천에서 IMF 당시 중도매인들이 고통분담차원에서 판매 장려금을 0.7%로 인하했는데, 그 이후 경제가 좋아져도 판매 장려금을 인상시켜 주지 않았다”며 “다른 시ㆍ도와 형평성을 고려해 장려금을 올려달라고 해도, 법인들이 독재적 운영을 하고 있어 말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도매인도 “농산물시장 도매법인은 또 다른 ‘갑’이다. 법인의 횡포가 심각하다. 법인 눈 밖에 나서 장사가 잘 안 되는 한 데로 쫓겨난 사람도 있어, 장려금 인상을 말도 못 꺼낸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한 중도매인은 도매법인이 요구한 수치의 농산물을 매입하지 않았다고 7차례나 불려가 모욕을 당했다.

수익금, 사회 환원 안 하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들여 마련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영세 상인들이 장사로 돈을 벌 때, 법인들은 상인들에 대한 관리ㆍ감독 외에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지만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부평농산에서 채소를 취급하는 한 중도매인은 “도매인들은 야채 등을 경매로 살 때 도박을 하는 심정이다. 잘 못 사는 경우 큰 손해를 본다. 한파나 삼복더위 때 야채나 과일이 얼거나 상했을 때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서, “도매법인이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버니 법인 2세들이 이사나 직원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도매시장 내 노후한 시설물의 유지ㆍ보수, 보강사업에 세금을 투입하려고만 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삼산농산물시장 청사 옥상 방수공사, 경매장 셔터 교체공사, 종량제 대비 계근대 설치 공사 등을 실시했다.

또한 인천시는 내년에도 삼산농산물시장에 대대적인 현대화 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위탁수수료를 챙기는 도매법인은 이와 관련,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다. 재정난에 허덕인다는 인천시가 시장 사용료를 ‘1000분의 5’ 밖에 받지 못 하면서도, 시설유지관리 및 증개축 시장질서 유지 인건비 등의 비용만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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