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공유경제로 인천의 문화예술 활성화 8. 인천의 나아갈 길(마지막 회)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라는 주제의 공동기획취재 국내 일정과 해외 일정을 통해 공유경제와 공유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사례에선 공유경제의 개념과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 중 ‘청년일자리 허브’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운영하는 기관도 있었지만, ‘국민도서관 책꽂이’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등 해외 사례에선 시정부의 주도로 공간 재생을 통해 엄청나게 큰 규모로 운영되는 복합문화예술 공간, 예술가 등의 자발성 속에 공간 점유로 시작해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예술 공간이 눈에 띄었다.

인천에선 예술가나 시민(생활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해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문화바람’과 ‘스페이스빔’을 만났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동기획취재로 만난 사례들을 종합해, 공유경제로 인천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일지 짚어보았다.<편집자 주>

[해외] 공공재원 지원 받으면서도 기관 설립 목적 잃지 않아

▲ 독일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을 방문한 모녀가 그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집과 차량 등,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새로운 소비를 말한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이런 유형의 자산뿐 아니라 지식과 재능, 경험과 취미 등 문화예술적인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독일 영화의 본산지 역할을 하다 수십년 동안 폐허로 유지됐던 베를린 ‘우파’ 영화제작소를 젊은 예술가 집단들이 문화ㆍ생태ㆍ지역생활공동체로 탈바꿈시킨 ‘우파 파브릭’, 폐쇄됐던 베를린 맥주공장을 재생해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탄생시킨 ‘쿨투어브라우어라이’와 ‘페퍼베르크’, 폐쇄된 건물을 무일푼 예술가들이 점거한 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로베르네집’, 파리의 낙후한 19구 지역의 장례식장을 리모델링해 아마추어와 프로 예술가, 시민들이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나누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든 ‘상카르트 104’.

이 해외 사례들을 보면, 시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예술가들이 스스로 나서 공간을 마련(=점거)하고 시정부를 움직이거나 기업 후원 등을 통해 그 기관이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높이는 역할도 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특히 대다수 기관은 낙후한 지역에 위치해있어, 지역주민들의 문화의식이 높아짐과 더불어 해당 기관을 찾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지역 발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 프랑스 파리의 로베르네집에서 작가(오른쪽)와 관광객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예술가의 경계를 없애고 자유롭게 문화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거나 예술가의 아뜰리에를 공개해 작품 제작과정을 눈으로 보고 예술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또한 대부분의 기관이 지역의 학교나 기관들과 연계해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점이었다.

이 기관들이 재정적인 부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전체 재정의 80% 이상을 시정부가 지원하는 등, 상당수 기관이 공공재원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재정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관들은 서점이나 레스토랑, 극장 등을 유치해 재정을 충당하기도 했다. 또한, 공연과 전시회의 일부를 유료로 진행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ㆍ예술 분야는 공공재원의 지원 없이 지속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프랑스나 독일의 기관들도 대부분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관들은 공공재원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애초 기관을 만들었던 목적을 잃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개념이 도입되는 공유문화의 확산을 위해서는 공공재원의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애초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온 기관이 가진 목적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천] 시민 스스로 문화적 능력 발휘할 기회와 제도적 뒷받침 필요

▲ 문화바람과 밴드놀이터가 주최한 2012년 퍼니락페스티벌에서 밴드팀의 열정적인 공연에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인천이 문화의 불모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천시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개발 중심이고,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높이는 일이 대규모 문화행사를 열거나 큰 공연을 유치하는 것 정도에만 머물고 있다는 인상을 보인다.

마을만들기 붐(boom)이 일면서 시가 예산 수십억원을 마을만들기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이 마을만들기 사업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을만들기가 마을이 가지고 있던 기존 문화를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을 하는 형식으로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의 사례로 취재한 ‘문화바람(남동구 간석동)’은 독일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돼 단체를 설립해 생활공동체를 만들었으며, 문화ㆍ생태ㆍ지역공동체를 핵심 가치로 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점, 공연장이나 전시실, 예술동아리들의 연습실 등을 운영하는 점 등이다.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모인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우파파브릭’은 1만 8000㎡의 넓은 공간(건물ㆍ부지)을 베를린시와 66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사용 중이며, 전체 예산의 60%를 지원받고 있다.

반면, ‘문화바람’은 주로 회원(후원회원 포함) 1200여명이 매달 내는 회비(후원금)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천문화재단으로부터 건물 임차보증금 일부를 지원받았지만 향후 2년 뒤 다시 돌려줘야하는 처지이다.

또한 프로젝트 공모에 신청해 선정되는 것 이외에 공공재원을 지원받는 것은 딱히 없다. 때문에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2년 뒤에는 지금 사용 중인 건물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스페이스빔 등이 주최한 2010 배다리문화축전 참가자들이 즐거워하고 있다.<사진제공ㆍ스페이스빔>
동구 배다리에 위치한 ‘스페이스빔’은 독일 베를린의 ‘쿨투어브라우어라이’나 ‘페퍼베르크’와 닮았다. 모두 술을 생산하던 폐쇄된 공장을 재생해 만들었다. 또한 기존의 공간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했다는 점, 지역의 문화ㆍ예술을 지키려고 하는 점, 지역의 기관들과 연계해 다양한 문화ㆍ예술 관련 프로젝트와 체험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반면, 독일의 기관들은 베를린시정부가 100년간 운영권을 주는 등 공공재원을 투입했지만, ‘스페이스빔’은 회원 60여명의 회비와 프로젝트 사업 등을 통해 지원받는 공공재원 정도가 전부다. 운영이 어려운 형편이다.

임승관 ‘문화바람’ 대표는 “다른 어느 지역을 가도 생활예술인들이 직접 연습실ㆍ소극장 등의 공간을 자체적으로 만든 사례가 없다”며 “문화ㆍ예술 분야는 애초 시장경제에서는 살아 남을 수 없는 구조다. 공공재원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기존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기관의 정신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인천은 자꾸 큰 시설을 만들어서, 아니면 행사를 개최해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고, 그것이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문제가 있다”며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화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한다.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주최한 2013년 1차 공동기획취재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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