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공유경제로 인천의 문화예술 활성화] 1. 공유경제와 공유문화

▲ 지난 8월 4일 방문한 프랑스 파리 변두리 지역인 19구에 위치한 문화공간 ‘상카르트 104’. 휴일을 맞아 지역주민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공유경제는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집, 차량 등,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눠 쓰는 새로운 소비를 말한다. 공유경제는 이런 유형의 자산뿐 아니라 지식과 재능, 경험과 취미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과도한 소비문화나 소유의 경제를 지양해야하며, 공유의 경제와 문화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해법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도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정부의 콘텐츠, 데이터, 유휴 공간 등을 민간에 개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유명 대학은 교육 콘텐츠를 코스별로 공개해 누구나 무료로 석학들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선 서울시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9월 공유도시를 선포한 후 공유경제기업을 지원하고 유휴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요한 시간만큼 빌릴 수 있는 자동차 공유서비스인 ‘나눔카’, 주거공간에 여유가 있는 노인과 주거공간이 필요한 대학생이 주거공간을 나눠 쓰는 ‘한지붕 세대공감’, 한정적인 주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주차장 공유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신흥경제사업의 모델도 되고 있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청년 세 명이 시작한 개인들의 빈 집(또는 빈 방)을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 ‘에어비엔비(www.airbnb.com)’는 현재 시가 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호텔과 비교해 훨씬 저렴한 숙박비와 현지인의 집에 머무르면서 낯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홈스테이의 장점이 여행객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에어비엔비는 유명 호텔 체인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이밖에 영국에선 사용하지 않는 땅을 농사를 짓도록 빌려줘 농작물을 나눠가지는 ‘랜드쉐어(www.landshrare.net)’, 주로 아이티(IT)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무실을 함께 공유하며 일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인 ‘코-워킹스페이스’는 세계 각국에 가맹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이 한국의 특성에 맞게 공유경제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에어비엔비와 같이 개인들이 빈 집(또는 빈 방)을 공유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코자자(www.kozaza.com)’는 한옥과 템플스테이(=사찰 체험)와 같이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집(방)들을 위주로 홍보하고 있다. ‘비엔비히어로(www.bnbhero.com)’는 전라남도 여수나 순천시의 박람회 등 지역 행사와 협력해 부족한 숙박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카쉐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소카(www.socar.kr)’와 ‘그린카(www.greencar.co.kr)’는 서울시와 협력해 공영주차장과 공공기관의 주차장에서 쉐어링 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루 이용자가 현재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건과 같은 유형 자산뿐 아니라 무형 자산을 활용한 공유경제 사업들의 활약도 눈에 띄고 있다.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위즈돔(www.wisdo.me)’, 현지인이 직접 여행 가이드를 해주는 ‘마이리얼트립(www.myrealtrip.com)’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아동의류를 공유하는 ‘키플(www.kiple.net)’, 취업을 앞둔 청년에게 정장을 공유하는 ‘열린 옷장(www.theopencloset.net)’,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공유하는 ‘국민도서관 책꽂이(www.bookoob.co.kr)’, 물건을 공유하는 ‘헬로우마켓(www.hellomarket.com)’ 등이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바람은 문화예술영역에서도 불고 있다.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 중 일부는 자신의 음원을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공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공유된 음원을 가지고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리믹스(Remix)곡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예술의 공유는 새로운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좋은 재료가 되기도 하고,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홍보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문화예술영역에서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뚜렷한 모델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미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오래 전부터 자리 잡은 유럽에서는 여러 모델을 만날 수 있다.

독일 동베를린의 대규모 맥주 공장을 영화관, 공연장, 갤러리, 호스텔, 예술단체들이 활용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쿨투어브라우어라이와 페퍼베르크, 2차 세계대전까지 독일 영화의 본산지 역할을 했던 우파영화제작소를 리모델링해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과 대안학교, 레스토랑 등을 운영 중인 우파파브릭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파리 변두리 지역인 19구에 위치한 문화 공간 ‘상카르트 104’는 장례식에 필요한 관과 비석 등을 제작하는 공간이었으나,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이 되자, 파리시가 2008년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시설로 완벽하게 탈바꿈시켰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은 아뜰리에 17곳에서 작업 중이며, 이곳에선 2012년에만 대형 전시회 9개와 축제 12번, 공연 620회가 열렸다. 상카르트 104는 지역의 문화기관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대여해주며, 지역주민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파리시 중심가인 리볼리가에 위치한 로베르네집은, 14년간 방치됐던 7층짜리 건물을 젊은 예술가들이 1999년 점거하면서 예술 명소가 됐다. 현재 20개국에서 모인 예술가 32명이 저렴한 임대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개성 넘치는 전시와 퍼포먼스로 로베르네집은 지역의 명소가 됐다.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은 언제든지 예술가들의 작업 과정을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모델들은 주로 재생 공간을 활용한 사례가 많다.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결합돼있는 것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인천투데이>은 최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라는 주제의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공유경제와 공유문화의 개념, 한국과 독일, 프랑스의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사례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한 기획연재를 여섯 차례에 걸쳐 보도해 ‘공유경제를 통한 인천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 강현숙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기획실장.
“6개월 후에도 여전히 제품 형태를 유지하고 있거나 사용되고 있는 물건이 몇 퍼센트나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 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과도한 소비문화로 인해 태평양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쓰레기섬이 만들어지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7월 2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교육실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공유경제와 공유문화’에 대해 강의한 강현숙(사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기획실장은 과도한 소비문화와 소유경제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강 실장은 “공유는 유행이 아니라,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공유경제와 공유문화를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가정집 냉장고에는 무슨 음식물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검은 봉지가 가득 차있고, 한 번 사용한 후에 먼지만 쌓이고 있는 요구르트 제조기나 믹서기 등 불필요한 물건들이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환경에 대한 문제 인식과 경제 불황 등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광고에 의해 소비패턴이 좌우되고 있지만, 커뮤니티에 의한 소비패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를 똑똑한 협력적 소비라고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가 쉬울 거예요. 국내에서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문화가 아직 있고, 내 정보나 경험, 물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인색한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공유 활동들이 사회에 자리 잡을 때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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