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밀학교, 학생들에게 서약 강요ㆍ3주 만에 21명 퇴학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친구들과 학교에 지각을 했는데, 교장선생님이 부르셔서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왜 늦었냐고 꾸짖으면서 친구의 귀를 잡아당기고, 목을 힘껏 잡았습니다. 다른 친구도 꾸짖으면서 때렸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저의 화장한 얼굴과 귀걸이를 보시며,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냐고 술집 고용 여자냐고 했습니다. 또 우리 보고 부모 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렇다며 또 그러면 부모님을 혼내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셔서 수치심이 느껴지고 창피했습니다’
2013년 6월 OO일 △△△ 올림

“위 글은 지난 6월 이 일을 겪은 학생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자필로 써서 제출한 글입니다. 학생이 좀 완곡하게 표현했는데, 교장선생님은 화장을 한 여학생들에게 ‘사창가에서 일하느냐’ ‘창녀냐’라는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한다고 합니다. 지각을 하거나 불량하다고 생각되는 남학생들은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거나 당수로 목을 치기도 하고,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폭력을 행사합니다.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우리 학교에는 학교를 잘 다니는 학생들만 뽑을 것’이라고 대놓고 이야기합니다.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위탁 교육을 받으러 온 학생들에게 ‘무단결석ㆍ지각ㆍ조퇴 등이 3회가 되면 스스로 위탁 교육을 해지하고 재적교로 복귀하겠다’, ‘흡연 측정을 동의하며, 흡연하다 적발된 횟수가 2회가 되거나 흡연 측정 검사 시 흡연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오면 위탁생 선정이 취소되는데 동의하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에 동의하게끔 강요합니다. 교장선생님은 독단적으로 서약서에 적힌 무단결석 관련 조항을 출석률 90% 이상으로 바꿔 입학한 지 3주 만에 학생 21명이 최근 수탁 해지(=퇴학 조치) 당했습니다. 이게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을 치유하기 위해 세운 공립 대안학교의 모습이 맞습니까? 지난 8월에는 교사 한 분이 교장선생님의 막말과 독단적인 학교 운영으로 명예퇴직을 앞당겨 신청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개교 2개월 만에 학생 3명을 수탁 해지(=퇴학 조치)해 물의를 일으켰던 공립 대안학교 인천해밀학교가 또 다시 시끄럽다.

해밀학교는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인천지역 중ㆍ고등학생들을 치유하겠다며 인천시교육청이 야심차게 설립한 첫 공립 대안학교다. 하지만, 개교 2개월 만에 대안학교 취지에 맞지 않는 상벌점제를 운영하고 과도한 처분으로 학생 3명을 퇴학 조치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시교육청이 컨설팅도 진행했으나, 1년 5개월 만에 더 큰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2012년 3월 개교한 인천지역 유일의 공립 대안학교인 인천해밀학교의 모습. 해밀학교는 해밀의 뜻인 '비온 뒤 맑게 개인 하늘'을 표방하며 학업 중단 학생들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앙정부, 인천시청, 인천시교육청이 총92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립했다.
<인천투데이>에 제보된 내용을 정리하면, 해밀학교 교장은 학생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폭력을 일상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또한 위탁 교육을 희망하는 학생과 부모에게 개근, 금연, 오토바이와 학교폭력 안 하기, 교사 지시에 복종하기 등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강요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아침 흡연 측정 검사도 진행한다.

아울러 입학 후 3주 동안 적응교육기간을 두고 이 기간에 출석률이 90%가 안 되거나 흡연 측정 검사에서 적발된 학생을 모두 퇴학 조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19일 입학한 학생 66명 중 45명만이 학교에 남았다. 19명은 출석률 90%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2명은 흡연 측정 검사에서 적발됐다는 이유로 퇴학 조치됐다. 퇴학 조치된 학생 대다수는 원래 다니던 학교를 자퇴했다. 26일 31명의 학생이 새로 입학했다. 이 학생들도 3주 동안 적응교육기간을 거쳐 퇴학 조치될 수 있다.

최근 퇴학 조치된 자녀를 둔 학부모는 지난 25일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상처를 받고 적응하기 어려워서 해밀학교에 가게 됐고, 아이가 이제 막 적응을 해서 잘 다니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출석률이 조금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시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게 하는 게 어디 있는가”라며 “아이와 부모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이를 다시 일반학교로 보내, 아이가 적응을 못하고 외톨이로 지내고 있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야할 대안학교 교장이 아이들과 학부모의 말을 무시하고 막말을 일삼으면 되겠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의 다른 대안학교 관계자는 “일반학교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막말과 폭력으로 학생들이 상처를 받고, 출석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안학교에서도 쫓겨난다면 이 학생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라며 “대안학교 취지와 정반대로 학교를 운영하는 교장의 책임이 크다. 대안학교와 관련한 교육철학을 가진 교장이 운영할 수 있게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밀학교 교장은 26일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1학기에 다녔다가 2학기에도 다니길 희망하는 학생들 중 출석률이 저조하거나 흡연하는 학생들 20여명만을 대상으로 그런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받은 것은 아니고 강요한 적이 없다”며 “훈계 차원에서 남학생에게 ‘자식아’라고 하면서 머리나 목을 툭 친 적은 있지만, 체벌을 한 것이 아니다. 화장을 하고 교복 아닌 사복을 입은 여학생에게 ‘네가 하고 다니는 것은 저녁에 출근하는 사람이나 하는 차림이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타이르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학생들이 과장되게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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