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관광버스 지입차량 ‘갑-을’ 모순 ① 법원경매에 넘어간 관광버스

지입차량, 실소유주는 기사·서류상 소유주는 회사

유관하씨는 2007년 7월 초, 45인승 버스를 1억 300여만원에 샀다. 새 차였다. 관광버스를 몰아 돈을 벌기 위해서다. 앰프시설 등을 갖추는 데 2700만원을 더 썼다.

집을 담보로 4000만원을 차량 인도금으로 내고, 나머지 6300만원은 현대커머셜에서 60개월 할부(연 9%)로 대출받았다. 시설비는 전에 하던 사업을 청산하고 남은 돈으로 해결했다.

유씨는 자신의 차량을 서울 소재 관광버스회사에 지입차량으로 등록했다. 차량의 실제 소유주는 운전기사이지만, 서류상 소유주는 관광버스회사로 돼있는 게 지입차량이다.

관광버스회사가 보유한 차량의 명의는 모두 회사로 돼있다. 여객운수사업법상 이를 어기면 안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유 차량의 80~90%가 지입차량이다.

지입차량이 성행하게 된 것은, 관광버스회사 설립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며 조건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회사가 차량을 실제 보유하지 않더라도, 지입차량만 있으면 불법이라도 여객사업이 가능하다. 또 운전기사는 개인이 지닌 영업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때문에 자신의 차량으로 회사가 배정한 일을 해주면서 고정수익을 마련하고, 자신의 영업으로 추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지입차량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때론 독이 돼 차량마저 회사에 빼앗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심지어 이를 비관해 자살에 이른 경우도 있다.

통상 지입차량을 등록할 때 회사 대표가 차주와 나란히 보증을 서게 돼있다. 유씨는 보증을 설 형편이 안 돼 형이 보증을 섰고, 지입차주가 회사에 차량을 뺏기는 경우가 더러 있기에 유씨의 형수가 유씨의 차에 근저당 4000만원을 설정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유씨는 그렇게 해서 2007년 7월 자신의 버스를 서울 소재 (주)동O관광에 지입차량으로 등록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로 옮긴 2008년 6월까지 11개월을 그곳에서 일했다. 벌이도 좋았다.

유씨는 “회사에서 일감을 많이 물어왔다. 회사가 배정해주는 일만 맡아도 월평균 450만~480만원에 달했다. 거기에 내가 영업해 일한 수익까지 보태니 살만했다. 기름값, 차 할부금, 각종 공과금, 지입료(=회사에 내는 돈)를 제하고 순수입이 380만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좋은 시절은 2008년 6월까지였다. 그무렵 이후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악몽이었다. 유씨의 차량은 법원 경매에 넘어갔고, 그는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유일한 희망의 끈은 경매를 뒤엎기 위한 소송뿐이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소송에 대한 희망이었는데, 민ㆍ형사소송 1심에서 패소한 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분한 마음에 유씨는 다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억 3000만원을 투자해 새 차를 마련하고, 월 380만원을 벌던 이가 왜 빈털터리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회사 옮긴 첫 달부터 산산조각 깨져버린 꿈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는 유씨는 서울 동O관광에서 지입차량 기사로 일하며 백운공원 옆 백운주차장을 월 15만원씩 내고 정차장으로 이용했다.

2008년 6월 무렵, 백운주차장을 정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던 인천청O관광 지입차량 기사 서아무개씨가 유씨에게 ‘인천에 있는 그OO관광에서 일은 많은데 차가 부족하다며 지입차량을 모집한다’고 알려줬다.

유씨는 이왕이면 고향에서 일하는 게 좋다고 여겼고, 지인들도 많아 개인영업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인천에서 일하니 서울로 출퇴근하는 기름 값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씨는 2008년 6월 백운주차장에서 (주)그OO관광 관리부장 천아무개씨를 만났다. 천 부장이 제시한 조건이 좋았다. 계약조건을 믿고 2008년 6월 그의 차량을 그OO관광으로 이전했다. 물론 지입차량은 여객운수사업법상 불법이라 계약서는 없었다.

차량등록을 인천으로 이전하는 것은 서류상 소유주가 (주)동O관광에서 (주)그OO관광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유씨는 이때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근저당을 유지하는 것을 회사와 합의했다.

유씨가 그OO관광과 이전 계약을 맺을 때 녹취한 기록을 보면, 당시 그랜드관광은 ①통근거리 왕복 20킬로미터 이내 운전 ②월수입 300만원 보장 ③지입차주 부가세 100% 환급 ④리터당 기름 값 300~400원 지원 ⑤회사 직영버스와 동일한 배차를 약속했다. 유씨는 매월 회사에 40만원(= 지입료 25만원 + 주차ㆍ청소비 15만원)을 내는 조건이었다.

회사가 유씨에게 배차한 운송 실적에 따른 급여는 전적으로 회사에서 배분하는 것이었고, 유씨가 개인영업으로 일한 것은 유씨의 소득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OO관광이 약속한 조건은 지켜지지 않았다. 계약조건 중 유일하게 지켜진 것은 유씨가 매달 회사에 내는 지입료와 관리비 40만원이었다.

유씨는 “한진중공업 통근 운송 등으로 월 최하 300만원을 보장하고 왕복 20킬로미터 이내라고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월 통근 운송수입은 150만~170만밖에 안 됐다. 회사 직영차와 동일하게 배차해준다고 했는데, 약속을 안 지켰다. 일감 없을 때는 직영차를 통근에 우선 배차하고, 성수기 때는 직영차를 내보내고 지입차를 통근에 배차함으로써 이중 차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00만원을 맞추려면 하루에 두 번(회당 5만원), 30일 통근버스를 운전해야하는데 안 됐다. 회사 거래 주유소에서 기름 값 리터당 300~400원 할인해준다고 했는데, 60만원 정도 할인해줬고, 부가세(=기름 값, 차량정비에서 발생하는 부가세)는 100% 환급해준다고 했는데, 안 해줬다. 그러면서 받을 것은 다 받아갔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그OO관광으로 옮긴 첫 달부터 빚을 지기 시작했다. 그가 첫 달에 회사 일을 해주고 받은 돈은 170만원이었다. 그리고 이 금액은 그가 자신의 차량을 2009년 12월 법원경매로 뺏기기 전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는 이 돈으로 매달 자동차 할부금 130만원을 내야했다. 자신이 직접 영업해서 일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구조였다.

유씨는 그 때부터 차량 배차와 지원이 계약조건과 다르다며 회사에 항의했다. 회사와 계약조건을 두고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됐다. 그리고 2009년 그의 차량은 회사가 법원에 경매를 신청하면서 날아가 버렸다. 서류상 소유주가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가 경매를 신청한 2009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2건에 달하는 소송이 진행됐다. 소송은 회사가 유씨를 상대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일부 소송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회사는 왜 유씨의 차량을 경매에 넘겼을까.(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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