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생존요건 침탈해 4명 사망케 해”
"2708채 소유 탐욕으로 다수가 고통받아”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조직적인 전세사기를 벌인 이른바 ‘건축왕’ 남모(62)씨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형법상 사기죄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다.

7일 인천지방법원(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은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한 선거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 약 115억원 추징을 명령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시민 서명 전달을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방호과가 문을 막아 충돌이 벌어졌다. (사진제공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시민 서명 전달을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방호과가 문을 막아 충돌이 벌어졌다. (사진제공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인천지법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 각각 징역 4~13년 형을 선고했다.

이날 오 판사는 “피고인들은 사회초년생이나 노인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범행해 동기나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191명, 피해액수는 148억원으로 막대하고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은 대출 받거나 일하며 모은 전 재산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씨는 주택 2708채를 소유하며, 탐욕에 따라 피해를 준 부분에 큰 죄책감을 져야 한다”고 한 뒤, “사회공동체 신뢰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는데도 변명을 하고 피해자 100여명이 법정에서 진술하며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거환경을 침탈한 중대 범죄를 저지르며 20~30대 청년 4명이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 그런데도 국가나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해 재범 우려도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2건 이상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경합법 가중’ 규정에 근거해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오 판사는 “사기죄에 대해 선고할 수 있는 한도는 징역 15년에 그치고 있다”며 “현행법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의 안정을 파괴하고 취약계층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사회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질적 사기 범죄를 예방하는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는 사회초년생이나 취약계층으로 전세보증금을 잃게 되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남씨에게 징역 15년, 공범 9명에게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남씨 측은 선고 공판을 앞두고 “담당 법관으로부터 공정한 판단을 구하기 어렵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로 공판이 진행됐음에도, 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남씨 일당에게 조직적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수천세대에 이르는데 형량이 너무 낮다”고 반발했다.

한편, 건축왕 남씨 등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남씨 일당의 전체 범죄혐의는 563채에 453억원이지만, 이날 재판부는 먼저 기소된 148억원 전세사기 사건만 다뤘다. 나머지 사건은 별도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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