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장 재임 시절 당원 모집에 송락회 이용
“사전선거 운동 취재 기자 조심해서 당원모아야”

인천투데이=김현철·박규호 기자│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인천 연수구을에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인천경제청장 재임 시절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조직을 이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18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송락회 회원들은 김 전 청장의 선거를 돕기 위해 김 전 청장을 대신해 국민의힘 당원을 모집하는 등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락회는 ‘송도를 즐겁게 하자'고 만든 사조직

송락회는 ‘송도를 즐겁게 하자는 취지로 만든 사조직으로, 최근 김 전 청장의 총선 출마를 돕고 있다. 송락회 회장은 A씨로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말 사퇴 전까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본인이 직접 당원을 모집할 수 없는 지위였다. 이에 송락회 회원들이 김 전 청장을 대신해 당원 모집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고, 당내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85조에 근거해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장차 있을지 모를 당내경선에 대비하여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지지할 당원을 모집한 행위'는 ‘경선운동’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경선운동에 참여할 수 없는 공무원의 신분으로 당원 모집에 개입했거나, 지시했다면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 

국민의힘 포켓용 입당원서.
국민의힘 포켓용 입당원서.

송락회 회장 A씨 ‘국민의힘 포켓용 입당원서’ 제작 제안

<인천투데이>가 확보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지난 6월 송락회 회장 A씨는 B씨에게 본인의 사비를 들여 ‘국민의힘 포켓용 입당원서’를 제작하자고 제안한다.

입당원서는 통상 당에서 제공하는데, 당시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입당이 늘어나자 당이 제공하는 입당원서가 모자랐고, A씨는 송락회가 직접 제작해서라도 당원을 모집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같은 달 A씨는 B씨에게 “내일 (김 청장)을 만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라”라고 한 뒤 “(우리가) 앞으로 활동을 하려면, 네가 내 이야기도 잘하고 내 피알(PR, 홍보)을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송도에 최대한 다니면서 내가 사람들을 접촉하고 해야한다”며 “내가 먼저 얘기했듯이 (김 청장이) 큰 회사 몇 군데만 (납품하게) 해줘서 납품하는 방식이 제일 낫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벌어서 김 청장을 돕겠다고 해라”고 말했다.

이후 7월 A씨는 B씨에게 “요즘 김 청장을 만나냐”고 묻고, B씨는 “못 만나고 있다”고 답한다.

A씨는 “지난주부터 일주일에 (입당원서) 20장씩 받아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자 “B씨는 ”당분간 천천히 하시라. 기자들한테 얘기가 돌았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다른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지난 7월 B씨는 C씨에게 “기자가 사전선거운동 관련해 취재하고 있어 (당원을) 조심히 모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C씨는 “어디 기자냐”고 물었고, B씨는 “그것까지는 청장님도 파악이 안 된다고 하시고, 나도 파악이 안 된다”고 답한다.

송락회 관계자 “지난해 6월께 김 전 청장이 회원들에게 당원 모집 지시"

송락회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는 <인천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난해 6월께 A씨 사무실에서 김 전 청장이 송락회 회원들에게 당원을 모집하라고 지시했다”며 “8월께 언론이 취재를 시작하자 조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제기된 문제가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인천투데이>는 이와 관련해 김 전 청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이 인천경제청장 재임 시절 송락회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김진용 전 인천경제청장이 인천경제청장 재임 시절 송락회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한편, 지난 11일 김 전 청장은 <인천투데이>와 통화에서 “본인은 송락회 회원이 아니다”고 송락회와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김 전 청장은 송락회 회원 명찰을 패용하고 송락회 행사에 수차례 참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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