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업체 지난해 12월 31일 계약 만료로 업무 종료
입주민 3~4명이 돌아가며 관리사무소 임시 운영
난방배관 터져 200세대 난방, 150세대 온수 불가
동대표 6명도 사퇴서 제출해 업체 선정에 어려움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인천 부평구에 소재한 산곡5차 현대아파트의 수백세대가 난방 배관이 터져 추위 속에 떨고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관리업체가 없어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인천투데이>가 8일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면, 산곡5차 현대아파트는 올해 들어 총 8개 동 중 5개 동의 200세대 정도가 난방배관이 터져 난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중 150세대는 8일 온수 배관이 터져 온수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8일 방문한 인천 부평구 소재 산곡5차 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모습. 입주민들이 돌아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8일 방문한 인천 부평구 소재 산곡5차 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모습. 입주민들이 돌아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이 아파트는 난방이나 온수배관을 수리하기 위한 공사를 전혀 못하고 있다. 관리업체가 지난달 31일부로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업무를 종료하고 관리사무소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동대표 등 6명,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명은 사퇴서를 제출했다. 남은 동대표가 3명 뿐이라 이들이 새로운 관리업체도 선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새롭게 선관위를 구성하고 동대표를 선출해 입대의를 구성하고 관리업체도 선정하고 공사업체도 선정해야 한다. 이럴 경우 시간이 걸려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릴 수 밖에 없다.

관리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관리사무소는 입주민 3~4명이 돌아가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8일 방문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매우 분주했다. “난방이 안들어와서 노모가 너무 힘들어한다” “지하주차장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했는데, CC(폐쇄회로)TV를 볼 수 있게 해달라” 등 민원으로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전화기도 쉴새없이 울렸다. “물이 안 나오는 데 어떻게 하느냐” “난방은 도대체 언제 되는 거냐” 등 민원이었다.

이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아파트 한 주민은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했는데, 난방이 안돼 너무 힘들어 한다. 난방이 빨리 들어올 수 있게 좀 힘써달라”고 사정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 인천시 감사에서 입대의 16건, 관리업체 22건 등 총 39건을 지적받았다. 과태료 처분만 8건이다. 수의계약을 부적정하게 하거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사용해야할 비용을 수선유지비로 지출하고 결산 처분을 부적정하게 사용한 점 등으로 적발됐다.

이에 입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체 1161세대의 과반이 넘는 636세대 동의 서명을 받아 지난달 1일 입대의에 제출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제7조를 보면, ‘입주자 등은 기존 주택관리업자의 관리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새로운 주택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기존 주택관리업자의 참가를 제한하도록 입주자대표회의에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입대의는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입대의 회장과 관리소장은 비대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관리소 직원들이 아파트를 돌면서 서명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동의 철회 서명을 받아 비대위의 반발을 샀다.

비대위가 부평구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구는 ‘관리사무소가 철회 서면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관리사무소에 보냈다. 이후 해당 행위는 중단됐지만, 관리업체는 지난달 21일 입대의에 계약 만료를 통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산곡5차 현대아파트의 난방배관 모습. 비대위 관계자들은 관리사무소가 제대로 배관이 관리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제공 비대위)
산곡5차 현대아파트의 난방배관 모습. 비대위 관계자들은 관리사무소가 제대로 배관이 관리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제공 비대위)

비대위 관계자는 “입대의와 관리업체가 입주민들이 추후 관리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알면서도 ‘그래 한번 당해봐라’하는 생각에 이렇게 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된다”며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관리사무소를 지키는 것도 초유의 사태인데, 이렇게 수백세대가 난방과 온수배관이 터진 상태로 겨울을 지내야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터진 배관을 보면 그동안 관리업체가 제대로 관리를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입주민들이 지난해 배관의 문제가 많다고 공사 요청을 했는데 시간을 오래 끌다가 겨우 1개동 일부 라인만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리업체 관계자는 “추후 관리업체 선정은 입대의가 했어야할 문제”라며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당연히 업무를 종료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어 “지난달 말에 입대의 회장에게 새 업체가 선정될 때까지 업무를 맡아줄 수 있으니 비대위의 동의를 받아서 알려달라고 했는데 아무 답이 없었다”며 “아파트 자체가 워낙 오래돼 배관 전체를 교체하는 공사를 해야하는 것이지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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