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손보경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ㅣ|인천시가 파격적인 출생정책을 발표했다.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정책이다.

2023년 한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0.70명이며 인천은 서울, 부산에 이어 하위 3위의 0.66명이다. 초저출산율을 보이는 인천이 이대로는 소멸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파격적인 현금성 지원대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원 내용을 자세히 보면, 1억원이 모두 신설된 것은 아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매칭해 지원하는 약 7200만 원에 천사지원금, 아이 꿈 수당, 임산부 교통비 등 약 2800만원은 추가 지원하는 것이다.

천사지원금은 아이의 출생을 축하하는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에 1세부터 7세까지 연 12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내년에 1세가 되는 2023년생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아이 꿈 수당은 국내 최초로 그동안 0~7세까지 지원하는 아동수당에 더해 현금 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는 8~18세까지 월 15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현금성 지원은 약 2800만원이 확대되는 것이다.

인천시 ‘1억 플러스 아이드림’에 회자되는 허경영 대선공

인천시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 출생정책이 발표되며 2007년 17대 대선에 출마해 결혼 수당 1억원, 출산지원금 3000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허경영 후보의 공약이 다시 회자하고 있다.

과연 이 파격적인 인천시의 현금성 지원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출생률이 오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효과를 확신하기 어렵다.

전남 해남군은 2012년부터 아이를 낳으면 3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정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정책이었고 한때 전국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출산율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기준 1.04명까지 떨어졌다. 출산장려금 지급 기간이 끝나니 다른 지자체로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데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출산비, 의료비, 교육비, 부모수당, 아동수당 등 현금지원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요 지자체에서는 결혼장려금 지원정책도

펼치고 있으며 대전광역시도 결혼하면 현금 500만 원을 주는 정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혼인율과 출생률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2030세대의 결혼과 출산 의향 지속 감소

올해 발표된 ‘결혼·출산에 대한 2030세대 인식조사’에서 2030세대의 결혼과 출산 의향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고 나타났으며 여성들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남성 청년들은 38.5%가 출산을 원치 않으나 여성 청년들은 그 비중이 56.8%에 달하며 결혼 역시 여성이 더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감소의 원인은 남성은 경제적 부담이며 여성은 육아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라고 한다.

작년 한국갤럽에서 조사하여 올해 5월 발표된 ‘결혼과 양육 관련 인식’ 조사에서 ‘결혼을 하는 편이 낫다’에 20~30대 남성 68%, 여성 40%가 그렇다고 답했다.

저출생 대책과 관련해서는 ‘출산 시 1억 원 현금 지급하면 출산 의향이 많이 생길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 38%만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직장 3년 유급 휴직 보장, 보육 주거 공간 무상 지원, 보육 전면 국가 책임에 각각 64%, 63%,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본 조사 결과는 20~30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에 성별 격차가 있음을, 저출생 정책으로 현금성 지원보다는 주거 지원과 보육 지원, 육아 휴직 등의 지원이 더 가치 있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청년층 젠더갈등의 경제적 요인 분석’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젠더갈등 인식’이 높으며 이는 여성의 자녀 출산 의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젠더갈등・젠더 불평등 인식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 의향이 낮고 희망 자녀 수도 적게 나타났다.

최소한 여성의 경우 젠더갈등적 인식이 자녀 출산 의향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되는 이 분석에 따르면 저출생 정책을 세울 때 여성의 젠더갈등적 인식 수준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해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생률이 계속 감소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해마다 각종 수당을 확대하며 현금지원을 확대했지만, 급속도로 추락하는 합계출산율은 현금성 지원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젠더불평등으로 인한 구조적 차별, 지구를 고려하지 않는 기후위기시대, 끊임없이 경쟁하고 이겨야만 살아남는 경쟁사회, 여전한 가부장적 가족 구조, 생명보다 돈이 먼저인 사회에서 과연 행복한 일상을 꿈꿀 수 있을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돼 불안정한 고용, 너무 높은 부동산 가격, 고착화된 계층 사다리, 보장되지 않는 노후 등 출산을 하지 않을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여성들은 이에 더해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이 지워지고, 경력 단절을 각오해야 하며, 재취업 시 육아와 가정 내 돌봄 책임으로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를 감수해야 한다.

성별임금격차가 큰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육아 휴직이 더 경제적 타격이 크기에 여성이 육아휴직을 결정할 것이며 여성의 경력 단절은 당연한 결과이다.

여성과 남성 모두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 후 동일한 월급과 직급을 보장하면서 복직을 보장하는 제도가 생긴다면 남성은 육아 휴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여성은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 성차별 없애기 위한 정책 마련 중요

태어나니 경쟁체제 안에 내몰려있는 아이들, 경쟁에서 내 아이만큼은 살아남길 바라며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는 부모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이라고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기에 충분하다.

이대로면 지구에서의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기후위기를 넘은 기후재앙의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을 상상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인구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와 가치관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문제를 단편적인 정책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구조와 가치관을 변화시키기 위해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의 인식은 개인보다는 정책을 바꾸기가 더 쉽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치관을 인정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성평등 정책을 마련하며 경쟁보다는 공공성과 보편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과 차별 없는 고용 정책 또한 중요하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봄하는 성평등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성별과 상관없이 출산 및 육아를 부모에게만 전담케 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함께 키워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인천시의 파격적인 저출생 정책이 단기적이라도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출생률을 제고하는 성공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성인지감수성 제고와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마련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할 공무원을 배치하는 것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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