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국토안전관리원 붕괴 경고에도 부실 조치
레미콘 부실 점검, 미인증 순환골재 못 걸러내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지난 4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종식(더불어민주당, 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은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LH의 부실 조치와 점검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3년 전 국토안전관리원 붕괴 경고에도 부실 조치

더불어민주당 동구미추홀구갑 허종식 의원 (사진제공 허종식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동구미추홀구갑 허종식 의원 (사진제공 허종식 의원실)

먼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의 2020년 10월 작성된 ‘인천검단AA13-2BL 설계안전검토보고서’를 보면 국토안전관리원은 ‘지하주차장 구조형식 추가와 기초형식 구분 표기 보완하고, 지하주차장 슬래브가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무너짐 등 위험 요소가 도출돼 무량판 구조 시공 절차 수립과 안전성 검토 등을 확인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는 ‘발주청인 LH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설계의 안전성 검토를 국토안전관리원에 의뢰하고, LH는 국토안전관리원 지적사항을 설계도서의 보완‧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LH와 설계사는 국토안전관리원의 ‘지하주차장 구조형식 추가와 기초형식 구분 표기 보완’ 의견에 대해 추후 반영하겠다는 의견을 조치결과서에 적시했고, 국토안전관리원의 재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주차장 무너짐 등 위험요소에 따라 무량판 구조 시공 절차 수립과 안전성 검토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강관동바리 설치위치를 추가 반영했고, 시공단계 설치위치에 따른 구조검토 실시와 시공상세도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고 제시했다.

붕괴한 지하주차장은 국토안전관리원의 설계 안전성 검토를 받지 않았으며, 무량판 구조에 대한 안전성 검토 보완은 빠진 것이다.

비슷한 지적을 받은 LH의 ‘음성금석 A2BL 공동주택 건설공사’의 경우, 무량판 가설구조물을 구조계산서와 상세도에 반영하는 등 무량판 구조 시공에 대한 안전성 검토 확인 내용을 조치결과에 반영했던 것과는 다른 대응이었다.

LH는 “관련 법 뿐만 아니라 계약서상에 설계도 시공사 책임이라는 점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며 시공사인 GS건설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 3년 전 국토안전관리원의 주차장 붕괴 위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부실 조치를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레미콘 부실 점검, 미인증 순환골재 못 걸러내

지난달 29일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의 모습.(사진제공 인천시)
지난달 29일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의 모습.(사진제공 인천시)

해당 아파트 공사 시 미인증 순환골재를 레미콘 원자재로 사용하고 품질관리에 관한 국토교통부 업무지침을 무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허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인천검단AA13-1‧2BL 아파트 레미콘 현황’을 보면, 2021년 7월~2023년 4월 해당 아파트 건설현장에 투입된 레미콘 계약물량은 25만7362㎥이며 계약금액은 189억원에 달한다.

레미콘은 발주처인 LH가 조달청 입찰로 시공사에 제공하는 관급자재에 해당한다. 해당 아파트 건설현장은 8개 레미콘 업체가 선정돼 2021년 7월부터 타설을 했다.

그런데, 2022년 2월부터 관급 레미콘 수급난에 직면하면서, 총물량의 약 8~9%는 GS건설이 5개 레미콘(사급자재) 업체를 추가로 투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토부의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지침 35조에는 원자재 수급 곤란으로 불량자재 생산이 우려될 경우 특별점검을 실시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검단 현장에서 특별점검은 생략됐고 LH와 GS건설, 감리사 측은 사전 점검과 정기 점검만 하고 모두 ‘적정’ 처리했다.

그런데 붕괴사고 후 LH 의뢰를 받아 정밀안전진단 보고서를 작성한 대한건축학회는 레미콘 원자재에 미인증 순환골재가 사용돼 콘크리트 압축강도가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특별점검을 생략하고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점검으로 미인증 순환골재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LH는 허 의원실에 “붕괴사고 이후 현장 공사가 전면 중단돼 레미콘 납품과 품질 점검 등의 실적이 없다”며 “순환골재와 관련해선 레미콘 업체가 검단 아파트 현장에 순환골재를 사용하겠다는 신청을 한 적도, 승인을 내준 적도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허 의원은 LH의 ‘지구별 품질관리 적절성 이행유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 발주 사업 123개 중 57.7%가 품질관리 적절성 확인을 이행하지 않았고, 미이행 사업장에 검단 아파트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품질관리계획서는 인력운용‧설계관리‧기자재구매관리 등 건설공사 계획부터 책임‧문서관리‧모니터링 등 관리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허 의원은 “LH가 품질관리 적절성 확인에 나섰다면, 부실골재 사용을 비롯해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공사 전반에 대해 파악하고 시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시공형이라는 이름으로 LH가 모든 역할과 권한을 민간기업에 위임 또는 방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토부 지침과 건설기술진흥법 등 현행 제도를 성실히 수행했다면 주차장 붕괴와 같은 안전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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