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권 교수 ‘양안관계의 분쟁과 동북아 긴장’ 강의
“미·중 경쟁 구도 아래 타이완 전략 가치 지속 상승”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미중 관계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만 해협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협력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다자외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부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지난 9월 21일 한국언론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강의에서 ‘타이완 양안분쟁과 동북아 긴장’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김한권 교수는 ▲미·중관계 관련 양안관계 변화의 역사적 배경 ▲타이완 현안에 대한 미국·중국·타이완의 입장 ▲미·중 전략적 경쟁과 타이완 해협의 전망 순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아래는 강의를 정리한 내용이다.<기자말>

“양안관계 이해, 대내외 역사 모두 살펴봐야”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중국과 타이완 관계를 칭하는 양안관계를 이해하려면 1945년 8월 장제스의 국민당과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사이 발생했던 국공내전과 일본의 패망의 역사부터 봐야 한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던 장제스가 이끌었던 국민당과 마오쩌둥이 이끌었던 공산당 사이 제2차 국공내전이 발생했다.

최종적으로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하면서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포했다.

이후 장제스는 1949년 12월, 중국 본토를 떠나 타이완으로 정부를 옮기면서 양안관계가 사실상 시작됐다. 이곳에서 장제스는 중화민국 주석으로 장기간 타이완을 통치했다.

탕이완과 중국.(사진 출처 구글맵)
탕이완과 중국.(사진 출처 구글맵)

당시 중국은 국공내전의 연장선상에서 타이완에 대한 영토 통합과 완전한 통일을 추구했다. 결국 미국과 타이완 사이의 군사, 안보적 협력 강화의 우려가 높아지자 중국은 1954년 타이완의 외도인 진먼다오를 포격해 제 1차 타이완해협 위기를 일으켰다.

이후 1958년 중국은 미국과 타이완이 국사·안보적 협력을 점차 강화하자, 중국은 또 다시 타이완 외도인 미주다오를 포격하고 진먼다오를 해상 봉쇄하는 제2차 타이완해협 위기를 일으켰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해 타이완을 향한 보호의지를 중국에게 확인시켰다.

그 뒤 1970년대 초 미·중 데탕트 시기, 중국은 국제연합(UN) 상임이사국으로 인정받으면서 중화민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게 된다. 중국은 현재까지도 중화민국과 수교하는 국가와 수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미·중 대립, 중국 경제성장 이후 대립 '고조'

미국 중국 갈등. 자료사진.
미국 중국 갈등. 자료사진.

'하나의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다. 중국과 미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다고 봤다. 하지만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것에만 인정한 것이며, 양안 간 일방적 현상 변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하한다. 즉, 미국은 중국과 타이완의 양안관계 상황 변경을 초래하는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 뒤 1979년 미·중 수교 체결과 미국 의회의 ‘타이완 관계법’ 제정 등을 거치며 양안관계는 변화를 거듭했다.

이후 냉전시기가 끝나고 탈냉전시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은 실용주의 정책으로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다.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무서운 경제 성장률을 보였다.

미국은 G2로 부상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와 군사 안보의 핵심 축에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대중국 헤징(hedging)' 정책을 실행했다. 이는 중국과 경제협력은 지속하지만, 중국이 국제규범과 질서를 위협한다면 중국을 군사안보적으로 견제한다는 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타이완의 가치는 매우 높아졌고, 양안관계는 미·중 관계 주요 현안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최근 상황으로 넘어와 보면, 2016년 타이완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과 2017년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2019년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 등으로 미·중 관계 갈등과 양안관계 대립은 점차 심화했다.

“미·중갈등 양안관계 2027년까지 계속, 한국 전략 모색해야”

미·중관계와 양안관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대만의 입장.
미·중관계와 양안관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대만의 입장.

타이완 해협 현안과 미·중관계는 지속돼 오는 2027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중국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 2027년은 제21차 당대회를 맞이하며 4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또한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다. 타이완 통일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명분이 될 수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에게 타이완 현안은 중국의 전략적, 군사적, 안보적 이익이 걸린 매우 민감한 현안이다. 또한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리더십과 함께 당 내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한 만큼, 타이완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은 미국에 비해 아직 경제력과 군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무력 충돌을 일으켜 통일하기 보다는 현재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타이완의 경우 내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양안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당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되면 양안관계 긴장이 현재보다 완화되겠지만, 내년 4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이 있어 양안관계 완화를 답보할 수 없다.

미국 역시 경제 분야와 지정학적 가치에서 타이완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경제 분야는 타이완의 뛰어난 반도체 기술력이다.

타이완은 미래먹거리 산업인 반도체 산업 세계 1위 기업 TSMC를 보유하고 있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로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에 핵심적인 존재다.

이에 미국은 최근 미국·일본·타이완 반도체 협력 강화에 이어 최근 한국까지 포함해 CHIP4의 반도체 생태계망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타이완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교두보이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장악하는 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약화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자세는 굉장히 중요하다. 다른 국가들은 미국과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거나 보호하고 있다. 미국도 이를 용인해주고 있으며, 미국도 첨단 사업 공급망 등에 한해 견제하면서도 중국과 협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만 중국과 갈등과 대립을 높이고 있다. 이는 나중에 한국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다자외교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 미국과 양자 관계에서 최대한 이익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갈등이 첨예한 현재 시점에서, 한국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