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 공동대표 김형회

말 그대로 난맥상(亂脈想)이다. 난맥상이란 이리저리 흩어져 질서 또는 체계가 없는 일의 양상이란 뜻인데, 인천시가 캠프마켓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모습이 그렇다.

인천시는 2030년까지 사업비 1조원을 투입해 부평구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마켓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첫 단계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그런데 시의 캠프마켓 마스터플랜 수립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캠프마켓에 대한 현황분석이 매우 부족하다. 마스터플랜은 기본계획이다.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황분석이다.

인천 부평평화복지연대 김형회 대표
인천 부평평화복지연대 김형회 대표

하지만 인천시는 공원 면적의 1/2을 차지하는 D구역에 대한 환경오염조사 결과를 알지 못한다. 또한 미군기지 내 건축물에 대한 역사·문화적 조사도 부족하다. 어떤 물질로 오염돼 있고 오염이 심각해 정화가 필요한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이 무엇인지 정보가 턱 없이 부족하다.

둘째, 마스터플랜에 시민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기본구상이다. 기본구상은 시민 공론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론화 여론수렴 기간과 마스터플랜 사업기간은 모순이다.

캠프마켓공원 조성 시민공론화 사업기간은 2024년 6월 30일까지며, 마스터플랜 사업기간은 3개월 더 빠른 2024년 3월까지다. 시민공론화 기간이 마스터플랜 기간 보다 더 길다. 물리적으로 시민의견이 마스터플랜에 반영될 수 없거나, 시민의견과 무관하게 마스터플랜이 수립된다는 얘기다.

셋째,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인천시의 태도에 큰 문제가 있다. 시는 지난 8월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기도 전에 캠프마켓 내 식물원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시는 2023년 9월 캠프마켓공원 조성 심의기구인 시민참여위원회에 일방적으로 식물원 설립 결과를 통보했다.

2022년 6월 유정복 시장이 당선된 후 인천시는 조례를 개정해 미군기지시민참여위원회의 의결 권한을 삭제하고 심의기구로 축소했다. 설령 시가 시민참여위원회를 심의기구로 축소시켰더라도 미군기지 내 식물원 설립과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를 일방적으로 시민참여위원회에 통보한 것은 민주적 절차와 상식을 무시한 것이다.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는 2011년 캠프마켓 활용 방안에 시민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해 시 조례로 만든 민관 협치 기구다. 시민참여위원회가 만들어진 데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캠프마켓 반환 결정에 시민들의 반환 운동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즉, 캠프마켓 시민공원화 방안을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시민의 힘으로 이룬 캠프마켓 반환 역사를 무시하는 행위다.

영국은 10여년 간 공공이 도시재생을 일방으로 주도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단체 등 민간에 불신과 불만을 초래했고 실행능력도 부족했다. 현 인천시의 캠프마켓 시민공원 조성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결국 영국 정부는 정책의 효과가 없다며 1990년대 초 민간주도 도시재생 정책으로 전환했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민간주도의 도시재생이 자리를 잡았다. 그것은 도시재생 사업에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에 사업 시작과 더불어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면화 됐을 때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핵심과제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인천시는 세계 흐름과 무관하게 공공주도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시의 캠프마켓 시민공원화는 마스터플랜 수립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난개발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민선 8기 인천시의 실행능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지금 바로 잡아야 한다.

인천시는 캠프마켓 시민공원화의 모든 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 공공주도의 일방적인 사업 관행을 멈추고 민간을 진정한 협치의 주체로 수용해야 한다. 결단은 인천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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