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석 작가, ‘2023년, 지금 왜 홍범도인가’ 강연
“항일무장투쟁 열사 모두 아우르는 인물, 홍범도”
“홍범도 흉상 철거, '독립군 정신' 지우려는 것”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항일무장투쟁을 승리로 이끈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한테 독립군 정신을 지우고, 조국의 항일 무장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단 1cm도 옮기지 마라."

장편 대하소설 범도를 집필한 방현석 작가는 지난 9월 25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린 제95회 인천마당에서 ‘시대의 절망을 저격하다-2023년 지금 왜 홍범도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이 밝혔다.

방현석 작가.(사진 박규호 기자)
방현석 작가.(사진 박규호 기자)

방현석 작가는 울산 태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와 모교 같은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년시절 인천에서 인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대표 저서 ‘내일을 여는 집’은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밖에도 저서로 ‘랍스터를 먹는 시간’, ‘세월’, ‘사파에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등이 있다.

방현석 작가는 2010년 신흥무관학교와 봉오동 전투지, 뤼순감옥 등을 직접 방문해 둘러보면서 독립열사들에게 큰 존경심을 느꼈고, 이들을 기억하고 살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봤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방 작가는 항일무장투쟁 이야기를 다룬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뒤 세상에 소설 ‘범도’가 나오기까지 무려 13년이 걸렸다. 소설은 1920년 6월 7일 봉오동전투 개전일에 맞춰 올해 6월 7일 초판이 발간됐다.

“항일무장투쟁 열사 모두 아우르는 인물 ‘홍범도’가 유일”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항일전승지. 지금은 저수지(위)에 묻혔다.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항일전승지. 지금은 저수지에 묻혔다.

방 작가는 “처음부터 주인공을 홍범도로 설정한 것은 아니었고 주인공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후보로 정했던 인물들 모두 주인공 자격이 충분했으나, 항일 무장 투쟁 전체를 관통하면서도 모든 독립 열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게 해 주는 인물은 홍범도가 유일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 '범도'는 홍범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다뤘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역사적 인물들을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책이다”며 “이 소설의 주인공은 홍범도와 함께했던 신포수와 백무현, 백무아, 남창일, 차이경, 김수협, 박한, 정파총 등 범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다”고 부연했다.

또한 방 작가는 홍범도를 영웅으로 표현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방 작가는 홍범도에 대해 ‘주인공을 양보할 줄 아는’ 인물이자, 인간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표현했다.

방 작가는 “홍범도는 처음 포수로 항일무장투쟁에 뛰어들어 30여년동안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며 “하지만 한 번도 총사령관을 맡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1907년 일본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당하고, 당시 한반도에서 무장하고 있던 유일한 존재인 ‘포수’들의 총마저 일본군에 의해 모두 뺏겼을 때 홍범도는 원로 포수였던 임창근을 총사령관으로 내세웠다”며 “봉오동전투의 총사령관 지위도 최진동에게 내준 뒤, 본인은 1군 사령관으로 일본군과 싸웠다”고 설명했다.

또한 “홍범도는 뛰어난 전술 능력도 갖춘 매력있는 사람이었다며 ”봉오동 골짜기로 적을 유인해 전멸시키는 뛰어난 지휘 능력과 기발한 전술 작전으로 열악한 군사력을 극복하고 결국 승리했다.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청산리 전쟁의 승리로 이어졌다“고 부연했다.

“조선 독립에 목숨 걸었던 홍범도, 흉상 1cm도 옮겨선 안돼”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흉상 앞에 서있다. (출처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흉상 앞에 서있다. (출처 육군사관학교 홈페이지)

방 작가는 이처럼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절대 철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범도를 둘러싼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방 작가는 “홍범도가 러시아 레닌을 만나고 공산당에 가입했기 때문에 육사 교정에서 홍범도 흉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건 한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홍범도가 출세하기 위해 소련으로 가 공산당에 가입했는가. 아니다. 무장투쟁 중 간도참변(경신참변, 1920년)으로 수많은 동포들이 죽어나가자 러시아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자유시 사건과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등으로 홍범도의 소련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며 “하지만 홍범도는 독립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았으며 그렇게 타국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덧붙였다.

방 작가는 평생 대한의 독립을 위해 싸우다 죽은 독립군들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 작가는 “홍범도는 단 한순간도 조국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고 만주와 연해주를 넘나들며 끝까지 투쟁했다"며 "대한민국 육사가 나라를 지키는 인재를 양성하는 육사가 아니라면 홍범도의 흉상을 도대체 어디로 옮긴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으로 홍범도 흉상을 파낼 순 있겠지만, 민족의 가슴 속에 있는 독립 영웅 홍범도를 파낼 수는 없다”며 “흉상을 1cm도 옮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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