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청 “영어통용도시 계획 수립했으나 공개 불가”
10월 15일 경제청 개청 20주년 기념식 영어통용도시 선포
한글문화연대 “영어통용도시 비밀리 강행, 국민 무시 행태”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인천경제청이 투자유치를 위해 사업계획과 내용을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영어통용도시를 추진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인천경제청 투지유치기획과 관계자는 19일 <인천투데이>와 통화에서 “영어통용도시 추진 계획을 수립했으나 시민과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며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영어통용도시를 시행하기에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전경.
인천경제청 전경.

이어 “영어통용도시 시행에 전략적인 부분이 있어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영어통용도시 선포식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 20주년에 맞춰 오는 10월 15일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경제청이 추진하는 송도국제도시 영어통용도시 조성 사업은 ▲영어 상용화 거점 지점 ▲영어 장벽없는 국제회의 도시 구축 ▲문화·사회 정보 영어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외국인의 투자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 3월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계획과 내용이 부실하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부결시켰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시의회 부결에도 불구하고 영어통용도시를 강행했다. 또한, 한글날이 있는 주에 영어통용도시 선포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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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국내 국어단체와 인천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진보정당 128곳은 지난 7월 1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금 낭비와 주민 불편을 야기하는 영어통용도시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렇듯 세금 낭비와 주민 불편을 야기한다는 비판과 한글날이 있는 주에 영어통용도시 선포식을 진행한다는 비판에도 인천경제청은 영어통용도시 계획과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투자유치기획과 관계자는 “영어통용도시 정책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투지 유치를 편리하게 할 것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자는 것이지 한글문화를 훼손하는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한글날이 있는 주에 영어통용도시 선포식을 진행한다는 비판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 20주년을 기념하는 날에 선포식을 기념하는 것”이라며 “지나친 억측이다”고 주장했다.

국내 국어단체와 인천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진보정당 등 단체 128개가 지난 7월 인천경제청 앞에서 영어통용도시 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내 국어단체와 인천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진보정당 등 단체 128개가 지난 7월 인천경제청 앞에서 영어통용도시 정책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영어통용도시 정책은 외국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영어통용이라는 말 자체에 내국인과 외국인이 영어로 통용한다는 뜻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영어통용도시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살고 있는 시민과 더 나아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인데 시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비밀리에 강행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 유치와 외국인 소통 편의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며 “내국인 불편을 동반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는데 비공개로 몰래 강행한다며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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