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장 건물주 <부평신문>에 밝혀 … 노조, 강력 반발

▲ 콜트악기 부평공장 뒤편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휀스를 설치하고 건물 철거 준비를 하고 있다. 경찰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작업하는 곳에 출입을 못하도록 막았다.
콜트악기와 콜텍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2180일 넘게 농성해온 콜트악기 부평공장 천막농성장이 지난 1일 철거된 가운데, 부평공장을 매입한 건물주가 ‘이번 기회에 공장 전체를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물주 ㄱ씨는 4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땅과 건물을 매입하고 1년 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 이번에 공장 전체를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농성 중인 노동자들에게 수차례 얘기했고 이해하려고 했으나, 막무가내였다”며 “한 달에 못해도 2000만원은 손해를 보고 있다. 석면 관련해서는 1일 ‘대체 집행’을 한 후 전문가를 대동해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석면 문제는 건물주가 걱정해야 할 문제인 것 아닌가? 왜 노조가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3일 삼산경찰서에 노동조합을 고소해 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종운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트악기지회장은 “소송에서 이겨 강제 철거 허락을 받은 것은 천막농성장과 식당으로 사용 중인 천막뿐인데, 건물 전체를 철거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석면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 철거는 말도 안 된다. 철거되지 않게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에 확인한 결과, 아직 석면 조사서와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ㄱ씨의 말을 들어보면 단시일 안에 서류를 제출해 철거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오전 8시께 인천지방법원 집행관과 용역업체 직원 150여명은 갈산1동에 위치한 콜트악기 부평공장에 들어와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대체 집행’을 실시했다. 최근 법원이 콜트악기로부터 부평공장을 매입한 건물주 ㄱ씨가 제기한 ‘대체 집행’ 소송에서 건물주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농성장에 있던 해고 노동자 4명이 공장 정문 밖으로 쫓겨났으며, 경찰은 전투경찰 3개 중대 350여명을 투입해 정문을 막고 출입을 봉쇄했다.

콜트악기와 콜텍 노동자,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은 공장 정문 앞에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고, 농성장 물건을 가져오겠다는 노동자들의 공장 진입 시도로 경찰과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이인근 전국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공장 정문 건너편에 천막을 세워 농성을 이어갔다. 2일에는 참가자들이 공장 진입에 성공해 4일 현재 15명이 공장 건물 안에서 농성하고 있다. 공장 안에 있는 용역업체 직원들은 휀스를 설치하고 건물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 콜트악기 부평공장에 입주한 성효숙 작가가 1일 강제 철거 당시 훼손된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번 강제 철거로 부평공장에 입주해있던 4명의 작가들은 대다수 작품을 훼손당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작가들 중 일부는 2일 공장 진입에 성공해 작품을 지키고 있지만, 나머지 작가들은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단체와 함께 강력 대응하고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효숙 작가는 “80년대에나 겪었던 예술 작품 훼손이 일어나 참담한 기분”이라며 “일부 작품은 용역 직원과 경찰이 춥다고 불을 때우는데 쓰기도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은 작품 보호를 하기 위한 작가의 출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경 작가는 “한 달 넘게 만든 작품들을 자루 포대에 쓸어 담아 작품이 다 훼손됐다”며 “예술단체들과 함께 강력 대응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는 소송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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