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우리 농민들은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 항의하기 위해 없는 돈 모아서 멕시코 칸쿤에 가고 홍콩에도 가서 항의했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국민들의 걱정이 이렇게 큰데 민주당에서 일본 원정투쟁이라도 가야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국민들은 민주당이 제대로 싸워주기 바랍니다.”

이영수 사람사는농원 대표.
이영수 사람사는농원 대표.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택(전북 김제·부안)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농어민위원회가 선봉에서 일본으로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원정투쟁을 가자고 제안했다.

내 제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틀 뒤 이원택 의원실의 보좌관한테 전화가 왔다. “이영수 위원장님 농해수위 의원단 중심으로 7월 10일부터 사흘간 일본 원정투쟁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가셔야죠?” 그렇게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를 위한 일본 원정 투쟁이 시작됐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8명(박범계, 위성곤, 양이원영, 김승남, 윤재갑, 주철현, 이용빈, 유정주)과 무소속 의원 2명(윤미향, 양정숙) 등 국회의원 10명이 동참했다. 당초 동행키로 한 안민석 의원은 출국 전날 갑자기 다쳐 합류하지 못했다. 김, 전복 등 수산물 양식을 하는 어민대표 4명을 포함해 농어민대표 7명이 함께 했다.

듣던 대로 일본의 여름 더위는 대단했다. 잠시 진행하는 기자회견동안에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더위만큼이나 한국과 일본 언론의 관심도 상당했다. 일본 내에서도 파장이 커지니 극우세력들이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전해졌다.

일본은 도대체 왜, 굳이 바다에 버리려는 것일까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핵오염수를 육지에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굳이 바다에 버리려고 할까?

많은 이들이 이야기 하듯 해양투기가 저렴하다는 경제적 이유만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됐었다. 그런데 이번 일본에서 원정투쟁을 하면서 시민단체와 핵전문가들과 만남을 통해 그나마 납득이 가는 실마리를 찾았다.

일본이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 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불가역적인 상황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 해양투기라는 것이다.

일본이 육지에서 핵오염수를 지속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면 향후 몇십년 동안 핵발전소 사고 나라로 핵오염수 보관국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 데, 전 인류가 사용하는 바다에 버림으로써 일본과 그 주변국 모두 같은 처지에 놓이게 함으로써 더 이상 일본만 핵발전소 사고국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추론이다.

일본과 그 주변국도 같은 처지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일본 정부가 해양투기를 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민주당 국회의원 10명과 국내 농어민대표단 7명이 참여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일본 원정투쟁단 활동 모습.
민주당 국회의원 10명과 국내 농어민대표단 7명이 참여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일본 원정투쟁단 활동 모습.

일본 원정투쟁 과정에서 잊지 못 할 장면

일본 원정 투쟁에서 잊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일본의 원자력전문가들로 구성된 원자력시민위원회와 간담회 자리였다. 평생을 원자력발전소 설계 일을 했다는 분의 첫 마디는 “죄송합니다” 였다. 본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많은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해 왔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고 원자력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국제범죄라 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반핵활동을 펼쳐 온 양이원영 국회의원이 자신이 반핵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핵전문가들이 인적관계 등으로 소신발언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일본의 핵전문가들이 소신 행보를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본 원자력발전소를 설계했다는 원자력시민위원회 관계자는 “그러면 뭐 합니까? 이미 핵폭발은 일어났는데요”라고 말했다. 그 분의 눈빛과 얼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일본에서 이동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가게에 들를 때가 있었다. 그러면 꼭 젊은 직원들에게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문제를 물어봤다. 3명중 2명은 모른다. 우리로 치면 대통령 이름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일본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정치가 정치답지 못하니 정치를 외면하는 일본사회. 그리고 정치를 외면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보니 남일 같지 않아 두렵다. 국민들은 정치를 외면하고 보수 자민당의 집권은 공고화되고 있다. 극우가 스멀스멀 등장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이 남일 같아 보이지 않아 씁쓸하다.

그건 그렇고 일본에서 내내 외쳤던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오센수이 호류 한타이(오염수 방류 반대)! 오센수이 호류 한타이(오염수 방류 반대)!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