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십정동 인천교구노동자센터 1층서 이동노동자 쉼터 개소

인천투데이=염은빈 기자│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천주교 인천교구노동자센터 1층에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 ‘엠마오’가 문을 열었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직업 특성상 업무 장소가 일정하지 않고 이동하며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이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부(부국장 양성일 신부)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동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동노동자 쉼터 엠마오를 만들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 북서쪽에 있던 마을로, 예수가 부활한 후 두 제자를 만난 곳으로 유명하다.

양성일 신부(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부국장).
양성일 신부(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부국장).

인천 내 이동노동자 휴게공간 부재... 안전 위협 

코로나19 발병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며 배달서비스 규모와 이동노동자 종사자가 급증했다.

이동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만, 이동노동자 중 몇몇 직업군은 헌법과 노동관계법 상 노동자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천연구원이 진행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 실태연구에 따르면 이동노동자(배달기사)들은 일하며 어려운 점으로 교통사고 등 안전문제와 휴식 공간 부족을 꼽았다.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가 없어 이동노동자는 도로변, 계단, 편의점 등 열악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부는 이동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작년 11월부터 이동노동자 쉼터 마련 방안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양성일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부국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노동사목부가 해야할 새로운 일과 방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동노동자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배달라이더 100명과 택배기사, 대리기사, 플랫폼 노동자 등 116명에게 이동노동자의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이를 토대로 쉼터를 설립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권익 보호를 위한 이동노동자 쉼터 확산 기대"

양성일 신부는 “설문 결과 이동노동자는 하루 9시간 장시간 일하지만 특정한 근무지가 없어 도로변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며 “또 응답자의 80%가 사고를 경험했다고 했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노동자의 안전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이동노동자들이 특수종사자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동노동자들이 노동자 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안전한 환경에 있길 바란다”며 이동노동자 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영주 노동사목부 실장은 “이동노동자 쉼터는 국내 30개소가 있다. 민간으로 운영하는 쉼터는 이번에 개소한 엠마오가 처음이다”며 “지역적인 한계가 있겠지만 많은 이동노동자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휴게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 준비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운영하며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향후 전자레인지, 컵밥, 가벼운 다과 등을 구비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끝으로 양성일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부국장은 “엠마오를 천주교가 운영하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며 “엠마오가 이동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노동 여건 향상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