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관, 인천 조성 첫 국립 박물관
‘구텐베르크 성서’ 등 희귀유물 전시
세계 문자 연구·전시의 구심점 기대

인천투데이=이은정 기자│인천 최초의 국립박물관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열었다. 인류 공동 유산인 세계 문자 55종을 전시했다.

인천시는 29일 송도 센트럴파크에 건립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일반시민들은 30일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29일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시)
29일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인천에 건립된 첫 국립박물관이다. 문자 전문 박물관으로는 프랑스 샹폴리옹 박물관, 중국 문자박물관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조성된 박물관이다.

국립세계박물관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한 프랑스 샹폴리옹 박물관과 갑골문자·한자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한 중국 문자박물관과 달리 세계 문자 55종을 전시·연구 한다는 점에 차별성이 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됐고, 총면적 1만5650㎡ 규모이다. 주요시설은 전시시설, 교육·연구시설, 수장고, 강당, 기념품가게, 식·음료가게, 주차장 등이다.

세계 문자 관련 희귀 유물 543점 확보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세계 문자와 관련된 진품 유물 543점을 확보했다. 이중 일부는 전시로 공개되고, 일부는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전시로 공개된 유물은 원본 136점, 복제품 44점으로 총 180점이다. 복제품 44점 중 지류를 제외한 25점은 유물 옆에 촉각 전시물을 구현해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전시된 '원형 배 점토판'(사진제공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전시된 '원형 배 점토판'(사진제공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전시된 유물 중 ‘원형 배 점토판(쐐기문자 점토판)’은 기원전 2000년에서 기원전 1600년 사이에 점토판 앞뒷면에 쐐기문자로 고대 서아시아의 홍수 신화인 ‘아트라하씨쓰 신화’를 기록한 유물이다.

점토판에 담긴 이야기는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다. 그 내용이 성서의 ‘노아의 방주’와 비슷해 성서고고학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록물로 여긴다.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는 유럽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한 가장 오래된 서적이다. 인쇄술로 인해 문자가 일반인에게 확산할 수 있었고, 종교와 지식 정보가 대중화됐다. 아시아권에서 구텐베르크 성서를 소장하고 있는 기관은 일본 게이오대학교를 제외하면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유일하다.

‘팔천송반야경 패엽경’은 야자수 잎에 인도 싯다마트리카 계열의 문자로 쓴 팔천송반야경(팔천개의 게송으로 이뤄진 반야경) 필사본이다. 이 필사본은 12세기 중반 이후 인도 북동부의 비하르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제작 당시의 표준화된 표기법과 일상적인 표기법을 모두 보여주는 자료다.

이외에도 서양 최초 백과사전의 이탈리아어 번역본 ‘박물지’,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망자의 내장 일부를 보관한 용기 ‘카노푸스 단지’ 등 세계 문자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박물관은 관람객이 전시를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물 옆에 재현된 ‘촉각 전시품’을 만져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일부 전시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술을 적용해 유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생동을 연했다.

전시 설명도 ‘세계문자박물관’에 걸맞게 9개 국어로 구성된 디지털 설명문을 배치해 전 세계의 다양한 문자 유물을 다양한 언어로 만나볼 수 있다.

세계 문자와 인류 문명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시

박물관 지하 1층 상설 전시장에는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주제로 상설전시가 마련됐다. 인류 문자와 문명의 역사를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이라는 주제로 풀어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전시된 구텐베르크 인쇄기 복원품. 인쇄기의 발명은 인류 지식 대중화를 이끌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 전시된 구텐베르크 인쇄기 복원품. 인쇄기의 발명은 인류 지식 대중화를 이끌었다.

상설전시는 1부 ‘문자, 길을 열다’와 2부 ‘문자, 문화를 만들다’로 나눠진다.

1부 전시는 소통을 위해 인류가 만든 문자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문자가 주변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담았다. 관람객은 다양한 세계 문자와 관련된 전시를 살피며 문자와 인류 문명의 변화 흐름을 함께 따라갈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문자인 쐐기문자, 세계 대부분 문자에 영향을 준 이집트문자, 현재까지 사용하는 가장 오래된 문자 한자, 창제자와 원리가 알려져 있는 ‘잘 만들어진’ 문자 한글 등 총 문자 55종이 전시에 소개됐다.

2부 전시는 문자가 인류 문화와 문명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 인류가 세계를 이해하고 지식을 확산하는데 문자와 기록은 큰 기여를 했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류가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기록해 후대에 전승했기 때문이다. 인쇄기의 발명은 지식이 소수의 특권 계층에서 일반 사람들에게 확산되는 인류 지식 대중화를 이끌었다.

관람객은 문자나 관련 기술의 발명과 발달이 문화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미래의 문자는 어떤 모습일지 생각할 수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시실에 마련된 체험공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시실에 마련된 체험공간.

개관기념 특별전시도 준비됐다. ‘긴 글주의-문자의 미래는?’을 주제로 긴 글을 기피하고 그림이나 영상 등 비문자적 소통을 선호하는 현대 사회를 돌아보고 문자와 비문자의 소통의 역할과 기능을 고찰한다.

전시는 관람객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일상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체험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관람객은 문자와 비문자의 소통 방식을 체험해보며 문자의 기능을 생각할 수 있다.

‘문자 도시’ 인천 관련 유물도 전시돼

국립세계박물관은 ‘문자 도시 인천’과 관련된 문자 유물도 준비했다.

지하 1층 상설전시실에는 강화군 출신인 송암 박두성 선생이 1926년 창제한 최초의 한글 점자 ‘훈맹정음’과 재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권534'이 전시돼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마련된 '훈맹정음' 전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마련된 '훈맹정음' 전시.

훈맹정음은 송암 박두성이 1926년 11월 4일 시각장애인들이 한글과 같은 원리로 글자를 익힐 수 있게 한 고유 점자 문자 체계다. 백성들이 문자를 익혀 억울한 일을 없도록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처럼, 훈맹정음에 시각장애인들이 문자를 익힐 수 있게 한 박두성의 ‘애민정신’이 담겨있다.

재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권534'는 고려 고종 19년에 몽골군의 침략으로 강화도로 수도를 옮겼을 때 강화도 대장도감에서 만든 재조대장경(두번째로 만든 대장경) 중 하나다.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알려져 있다. 재조대장경은 판각이 완료된 이후 강화도에 보관하다가 조선 태동 때 합천 해인사로 옮겨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다.

다양한 개관기념 문화행사 개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개관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준비했다. 이달 30일부터 7월 6일까지 7일간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센트럴파크 일대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먼저 박물관 2층에서는 ‘세계 문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영상 콘텐츠가 상영된다. 또 ‘위대한 발명품, 문자’를 주제로 대형조형물이 전시해 포토존을 꾸몄다. 박물관 1층 로비에서는 ‘대형방명록’, ‘즉석사진’, ‘타임캡슐 우편함’, ‘부패 만들기’ 등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센트럴파크 일대와 박물관 1층 로비에선 공연이 열린다. 7월 1일 토요일 오후 7~8시에 센트럴파크에서 음악으로 떠나는 세계문자여행을 주제로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가 선보이는 세계 음악 공연이 있다.

7월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박물관 1층 로비에서 ‘물결로 춤추다’ 공연이 있다. 이날 공연은 원형 수조 퍼포먼스와 악기 연주가 있을 예정이다.

세계 문자 연구·전시의 중심 역할 기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인천에 유치된 배경 중 하나는 ‘송도국제도시’라는 입지와 인천국제공항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립세계박물관은 입지의 장점을 살려 전시와 국제학술 대회를 활발히 개최해 인천시가 다양한 문자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전시 허브가 될 수 있게 노력할 계획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창제 원리가 분명한 고유의 체계를 갖춘 유일한 문자인 한글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세계문자박물관’이 건립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박물관이 한글과 세계 문자를 잇는 역사·문명의 통합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오는 30일부터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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