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인천투데이|지난해 9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언론사인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했다. 이를 자랑하고 싶었던지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뉴욕타임스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한국 대통령 인터뷰를 게재한 경우는 최근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미국의 언론사인 <뉴욕타임스>는 1851년 창간한 신문으로 <월스트리트 저널> <USA투데이>와 함께 미국 3대 신문사의 하나이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12월 8일 41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월세가 8% 오른 상황에서 2.8% 임금 인상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 경영진에겐 봉급과 배당을 그렇게 많이 주면서 노동자 처우 개선엔 소극적”이라며 물가상승에 따르는 임금 인상, 재택근무 확대, 퇴직금·건강보험 지원 증액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44년 만에 신문 발행이 중단된 이유이다.

세계 곳곳에서 파업 투쟁 중
치솟는 물가에 임금 인상 투쟁

영국에선 우편과 택배회사인 로얄메일, 대학 강사, 스코틀랜드 교사가 파업을 벌였고, 이미 여러 차례 파업을 한 철도해운노조를 비롯해 간호사노조는 106년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에선 판사와 검사들이 파업을 결의했고 법복을 입고 거리로 뛰쳐나와 행진하고 시위를 벌였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 사무원, 변호사 등 법조계가 파업에 동조했다.

오스트리아의 국영 철도회사 노조원도 경고성 파업을 벌였고, 호주의 소방관, 항공 승무원, 간호사들도 파업을 강행했고, 미국에서도 30년 만의 철도 파업이 예고되기도 했다.

감옥에 갈 각오와 수백억 손해배상 폭탄을 걱정하지 않고도 파업을 자유롭게 하는 외국 노동자들이 부러워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미국·독일·영국·일본 등 세계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투쟁에 나서고 있다.

2024년도 적용을 위한 최저임금 협상이 본격화됐다. 지난 5월 2일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노·사·정 간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매년 반복되지만, 사용자 측과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며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여당은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하며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노동부의 자료를 보면, 2023년 1월 실질임금 인상률은 -5.5%를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5월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3.2%나 급등했다.

외식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6.9% 상승했다. 공동주택관리비(5.6%)나 호텔숙박료(10.8%), 휴양시설이용료(6.9%) 등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소폭 인상’이라고 표현해 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최저임금 올리는 국가와 급여 인상 업체들

지난 4월 4일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2023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4월 4일 민주노총 인천본부가 '2023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독일은 물가가 7% 오르자 2021년 10월 9.3유로(1만3600원)에서 2022년 10월 12유로(1만6900원)로 최저임금을 25%나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12월 노동자 1인당 현금 급여(명목임금)가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버블경제를 배경으로 임금이 빠르게 늘었던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게임업체 ‘닌텐도’는 올해부터 직원들의 급여를 10% 인상할 계획이며,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오는 3월부터 일본 직원들의 임금을 최대 40%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통계학회가 최저임금위원회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비혼 단신근로자(무주택 노동자 1인 가구 기준)’의 월평균 실태 생계비는 241만1320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월 201만원(시급 9620원)이다.

올해 노동계 최저임금 요구안은 시급 1만2000원(월급 250만8000원)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가구생계비를 반영할 것과 더불어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 삭제 ▲플랫폼 노동자 등 최저임금 미적용 노동자에 대한 적용 확대 방안 수립 ▲산입범위 원상 회복과 통상임금 간주 등 최저임금 제도개선 요구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취지는 노동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데 있다. 지금의 최저임금으로는 도저히 인간다운 삶의 유지도 미래도 꿈꿀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해소, 성별 임금 격차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재벌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통제하고 억제하겠다고 한다. 오히려 세계 각국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금을 올리자고 얘기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만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가 폭등으로 “하루 세끼는 사치, 두 끼는 과식, 한 끼는 일상”이라며 알바를 늘리고 식비를 줄이는 대학생들의 웃푼 현실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그리고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자랑할 게 아니라 그 신문의 기자들이 보편적 권리로서의 파업을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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