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경수, 철종 진면목 찾으려 ‘조선왕조실록’ 등 당대 기록 고찰

조선 임금이라기 보단 ‘강화도령’이라 불리는 조선시대 철종 임금의 삶과 그 시대상을 다룬 책이 나왔다. 이경수 선생이 쓴 ‘철종의 눈물을 씻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철종은 후대 사람들의 오해로 눈물을 흘리고 있고, 저자는 진실을 밝혀 철종의 억울한 눈물을 씻어 주고자 책을 집필했다. 실제로 철종은 재위 초기 세도정치로 망가진 조선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세도가의 세에 눌려 주저앉게 된 불운의 임금이다.

철종은 ‘일자무식’의 나무꾼이었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 같은 선입견이 확산하는 데 1960년대 제작된 ‘강화도령’이라는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라디오 연속극, 영화, TV 연속극 등에 등장하는 철종 이원범은 농사짓고 살았다거나, 글도 모르는 무지렁이 라거나, 양순이와 사랑을 나눴다거나, 한양에서 모시러 왔을 때 자신을 죽이러 오는 줄 알고 도망갔다거나, 즉위해서 양순이만 그리워하다 자식을 낳지 못하고 일찍 죽었다 거나 식이다.

이런 선입견은 ‘조선왕조실록’ 등 철종과 그 시대를 기록한 기본 사료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발생한 흥미 위주의 평가에서 비롯한다. 저는 책 제목대로 ‘철종의 눈물을 씻어’ 주기위해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승정원일기’와 ‘비변사등록’ 등 당대의 기록을 토대로 실제 철종의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가 쓴 ‘철종의 눈물을 씻다’를 읽으면 대부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철종의 업적을 바로 떠올리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조선 후기 세도정치와 탐관오리에 신음하던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애쓰는 철종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경수 저 | 철종의 눈물을 씻다 | 출판 디자인센터 산
이경수 저 | 철종의 눈물을 씻다 | 출판 디자인센터 산

‘철종의 눈물을 씻다’ 곳곳엔 철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는 항목 70여개에 달하는 작은 주제로 구분해 우선 읽기 쉽게 풀어썼다. 굳이 긴 호흡이 아니어도 편안하게 저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정조 사후 안동김씨 가문이 주도하는 세도정치기 접어든 조선이 어떻게 쇠락하는지 알 수 있다. 정조 사후 순조와 헌종, 철종 시기 세도정치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백성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당시 임금은 안동김씨 가문을 넘어서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독자가 스스로 그 시대를 이해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태정태세문단세... 등 외우기만 했던 조선 임금의 묘호이야기, 조선시대 과거제도, 백성들의 삶은 궁핍하고 대외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데 조선 내부를 멍들게 한 예송논쟁과 등 역사를 접하다보면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는 아리송한 말들도 저자는 쉽게 풀어준다.

책 중 저자의 말로 이런 말이 나온다. “어떤 사실(史實)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가 시대 상황 따라 변하기도 합니다. 역사는 켜켜이 먼지 앉은 과거가 아니라 변주되어 흐르는 강물입니다.

이제 조선 세도정치기의 임금, 철종을 불러냅니다. 강화도에서 귀양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왕이 된 그 강화도령, 이원범입니다. 지금, 상식처럼 여겨지는 철종의 형상이 실제와 얼 만큼 간극이 있을지 확인해 봅니다. 그가 살아낸 전후 시대를 요모조모 살펴보고 또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도 다시 생각합니다.”

저자 이경수는 고등학교 역사교사였다. 지금 학교 밖으로 나와 세상에서, 읽고 쓰고 종종 강의를 하고 답사를 안내하며 지낸다. 한국사 속에서 강화도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찾아가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에세이집 ‘나는 오늘도 선생이다’, 한국사 교양서 ‘한국사 키워드 배경지식’ 등을 냈고 강화도와 한국사를 잇는 ‘연산 광해 강화’, ‘오군, 오군, 사아이거호-강화도에서 보는 정묘호란·병자호란-’, ‘강화도, 근대를 품다’, ‘강화도史’, ‘숙종, 강화를 품다’, ‘왜 몽골제국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는가’, ‘역사의 섬 강화도’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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