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ㅣ지난 1일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다. 인천시가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신속 지원과 구제를 위해 실시한 1차 사전 접수에 피해자 680명이 피해 구제를 신청했다.

인천시가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와 공매의 유예 또는 정지 등 신속한 지원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접수한 1차 신고만 무려 680건에 달한다.

시는 680건 중 5월 29일까지 접수한 206건을 우선 지난달 30일 국토부에 제출했고, 국토부는 제1차 전세사기피해지원 위원회를 열어 206건 중 182건에 대해 경매와 공매를 유예하거나 정지했다. 인천시는 나머지 24건의 경우 보완 후 위원회에 다시 상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는 지난달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사흘간 접수한 474건을 추가로 국토부에 제출해 전세사기피해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피해주택 대상 경매와 공매의 유예 또는 정지 등의 구제 조치가 진행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천시가 4월 기준 파악한 전세사기 피해세대는 약 3400여 세대이다. 이중 680세대만 경매와 공매 중단을 요구하는 피해 구제 신청을 한 터라 신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시 또한 전세 사기 피해로 특별법 상 피해지원을 희망하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을 지속해서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세대 주택 대상 경매와 공매의 유예 또는 정지는 근본적인 대책이 못된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피해자가 요구한 핵심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여기에 금융권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특별법은 피해자가 요구했던 핵심인 보증금 회수 방안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대신 정부가 경·공매 시점에 최우선변제금 미지급자에게 10년 동안 무이자로 대출하는 방안이 담겼다.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선 1.2~2.1% 수준 저리 대출을 지원키로 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특별법 보다 보증금 요건이 5억원으로 완화됐고, 신탁회사 보증을 사칭한 전세사기 피해도 금융지원이 가능케 한 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맡고 부담 비율을 50%에서 70%로 늘린 점은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입주 전 사기 피해자 ▲수사 개시가 어려운 피해자 ▲보증금 5억원을 넘는 세입자 등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장 세입자들이 바라는 보증금 회수방안은 빠져 있는 게 문제다.

전세사기는 정부 정책의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급격하게 집값이 오르면서 전세가격 또한 올랐다. 전세사기단은 이 부동산 상승국면을 활용해 문어발식 매입으로 부당이득을 챙겼다.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금융권 대출로 이를 마련해야 했는데, 집값이 갑자기 폭락하면서 세입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 논의 당시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선구제 후 환수’ 원칙에 입각한 공공기관의 피해보증금 채권 매입과 최우선변제 범위 확대 후 소급적용이다. 그런데 둘 다 빠졌다. 특별법이 제정되던 날 전세사기 피해자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다섯 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여전히 전세사기 피해자는 ‘선 지원 후 환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최우선변제금마저 빚내서 갚으라고 한다. 정부 실패로 상승한 전세 값을 어렵게 빚내서 마련했다가 피해를 입게 됐는데 또 빚내라고 하는 게 정부와 정치권이다.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의 실패에 따른 재난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998년 IMF 경제불황 당시 부실은행이 속출했다. 부실한 은행을 구조조정 하는 동시에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금융권을 살리기 위해 혈세 160조원이 금융권에 투입됐다.

인천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선 지원 후 환수’로 채권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1998년 은행권에 투입된 공적자금 160조원의 0.25%도 안 되는 자금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위기 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은 고금리 대출에 따른 이자 장사로 올해 1분기에만 역대급인 7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전년 동기 5조6000억원보다 1조여원 더 늘어난 것이다.

이젠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금융권에 사회적 책임과 고통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극복과 전세사기 피해 극복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전세사기 피해 보증채권 ‘선 지원 후 환수’ 원칙을 세우고, 금융권이 이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