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족·직업·지역·농촌·생명 등의 소멸

인천투데이=이재희 기자│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오는 1일 발간할 <황해문화> 2023년 여름호(통권 119호)는 소멸해가는 인구, 가족, 직업, 지역, 농촌, 생명 등에 주목했다.

황해문화 편집부는 “이번 여름호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인구, 가족, 직업, 지역, 농촌, 생명’ 등을 돌보기 위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사라져갈 위기에 놓인 모든 존엄한 것들을 위해

황해문화 편집위원회는 “이번 호 특집을 ‘소멸해가는 것들에 대해’라는 감성적인 제목으로 기획했다”며 “낮아진 출산율, 첨단 산업에서 필요 없어진 노동자들, 사라진 공동체와 연대의식, 농촌 지역 청년 등 우리 사회에서 소멸해가는 것들을 중심으로 다룬다”고 밝혔다.

이어 “사라져서는 안되는 것들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감각을 환기시키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인구소멸은 '사회체제적 문제'

먼저 박혜경 선생의 ‘숫자이자 삶으로서 인구’에선 인구 절벽, 인구소멸론을 다룬다.

박 선생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는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생존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막아야 하는 일이지,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출산율 저하와 노령인구 증가로 사회적 자원의 배분이나 노동력 수급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고 이는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선생의 설명이다.

박 선생은 이는 단시 출산율 제고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근대적 젠더관계 정립에 따른 결혼이나 가족, 성 등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 ▲다양한 돌봄 관계에 대한 고려 ▲경쟁의 일상화에 기초한 장시간 노동문화 지양 등 넓은 접근 방법으로 개선해야 하는 사회체제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전통적 가족의 소멸, 새로운 가족형태의 등장

김순남 선생의 ‘가족 제도를 교란하는 난잡한 관계’에선 소멸하는 것은 이성애와 가부장제 중심의 전통적 가족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전통적 가족이 그동안 수행한 돌봄·부양·상호 협조 등 역할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으며, 이미 불평등을 경험한 여성과 퀴어,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새로운 가족을 생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새로운 가족의 생성은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지위를 배제하는 사회, 배우자·혈연관계 중심으로만 관계를 인정하는 사회에 새로운 파열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소멸론은 곧 노동자를 기만하는 것

채효정 선생의 ‘노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서지는 것이다’에선 대부분의 소멸론들이 사실상 현재 주체의 미래를 박탈하는 일종의 기만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래의 어떠한 직업이나 노동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은 사실상 해당 직업군에 종사중인 노동자들의 자존감을 위축시켜, 그 노동에 지불돼야 할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채 선생은 “이런 예측은 노동자들의 기술적 자긍심과 높은 임금에 대한 기대도 분쇄해, 결국 노동자들을 ‘노동 유연화’란 이름의 불완전 고용으로 묶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업이 사라진다’는 말은 ‘고용이 사라진다’는 말과 같으며, 이는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뺏으려는 자본가들의 농간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지역소멸론을 다룬 선지현 선생의 ‘파괴와 착취위 종착치, 지역소멸’ ▲기후위기로 인한 한국 농촌의 위기를 담은 정은정 선생의 ‘기후위기의 북극곰과 농촌의 할머니’ ▲인간이 불러온 기후위기와 생태적 대멸종을 다룬 공우석 선생의 ‘벼랑끝의 생명’ 등 소멸을 주제로 한 특집 글 총 6편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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