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소금박물관부터 천사대교까지

인천투데이=박규호 기자│참 재밌었다. 기회가 닿아 지난 4월 27일부터 지난 4월 29일까지 2박 3일 여정으로 전남 영광과 신안으로 떠나는 새얼역사기행에 참여했다.

새얼역사기행 2일차는 전남 신안군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숙소를 출발해 하루 종일 신안군 곳곳을 봤다. 신안군이 재밌었던 이유는 인천과 참 닮은 도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먼저, 천일염을 생산했거나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바다가 있고, 섬과 섬을 잇는 큰 다리가 있다는 것도 비슷했다. 신안을 둘러보며 인천을 생각했고, 일부 언론이 조명하는 신안과 내가 체험한 신안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새얼역사기행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얼역사기행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004의 섬, 신안

신안은 섬이 무척 많다. 정확히 1004개가 아니라 1025개라고한다. 다만, 섬이 그만큼 많아 1004개의 섬으로 구성됐다며 1004의 섬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해수면이 하루 중에 가장 높은 때에 육안으로 보이는 섬은 또 1004개라 1004의 섬이다.

신안군은 전남 남서부 해역에 위치한 군으로 원래 무안군에 속했다가 1969년 새로운 무안이라는 의미로 신(新)안이라 이름으로 분리 신설됐다.

신안군 내에서 육로 이동은 일반적으로 2시간이 걸릴 정도로 복잡하다. 신안군이 섬으로 이뤄져 있고, 다리를 이동할 때 안전상의 이유로 60km 정도로 차량 속도를 조절한다.

신안은 볼거리 역시 풍부한데 태평염전과 소금박물관을 비롯해 ▲문준경 전도 순교기념관 ▲우봉 조희룡 미술관 ▲분재정원 ▲1004대교 ▲1004섬 뮤지엄파크 ▲암태도 소작인 항쟁 기념탑 등 풍부한 역사 문화 관광지가 있다.

인천과 비교하면, 인천 역시 섬 185개가 있을 정도로 많고 바닷물을 말려 소금을 얻는 천일제염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한 바 있다.

다만, 인천은 1950년대 이후에도 옹진군과 영종도, 강화도 일대에 천일염전이 번성했다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신안은 아직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신안군 소금박물관의 모습.
신안군 소금박물관의 모습.

태평염전과 태평염색 식물원, 소금박물관

태평염전은 국내 최대 규모 단일염전으로 여의도 면적 두배인 140만평(약462만㎡)이다. 한 해 생산하는 천일염은 약 1만6000톤으로 소금 창고만 60개가 있다. 이에 더해 국내 유일 천연 염전습지도 구경할 수 있다.

태평염전은 신안 지역에서 해수로 깨끗하고 건강한 천일염을 생산해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60호로 지정돼 있다.

태평염전에 인접한 태평염색 식물원은 국내에서 유일한 염색식물원으로 함초, 나문재, 칠면초 등 염식식물 100여종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짱뚱어, 칠게, 방게, 고동 등 갯벌 생물들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이 태평염색 식물원에 근접한 소금박물관은 경제사, 기술사 사회사 등 인류와 함께한 소금의 역사를 알 수 있다.

태평염전의 별미는 소금박물관 앞에서 판매하는 소금 아이스크림이다. 짠 소금과 단 아이스크림이 자칫 괴상한 맛을 자아낼 것 같지만 오히려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른바 ‘단짠’의 지극한 맛을 자랑한다.

분재박물관 내 1500년된 주목나무의 모습. 흰 색 부분은 죽어있다.
분재박물관 내 1500년된 주목나무의 모습. 흰 색 부분은 죽어있다.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주목나무가 있는 분재박물관

태평염전을 거쳐 오후에는 신안군 압해읍 소재 분재정원을 방문했다. 분재정원엔 소나무, 주목, 소사나무, 모과나무, 먼나무, 팽나무, 금솔, 향나무 등 명품 분재 1000여개가 전시돼 있다.

분재정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경거리는 1500년된 주목 나무 분재이다. 최병재 분재기념관 옆 비닐하우스 온실에 방문하면 1500년된 주목나무가 전시돼 있다.

주목나무 밑동을 관찰하면 흰 부분과 붉은 부분이 있는 데 흰 부분은 죽은 부분이다. 주목나무는 붉은 부분으로 영양소를 섭취해 살아가고 있었다. 수령은 1500년이고 화분생활은 45년이라고 한다.

분재 정원을 걷다보면, 참 조성을 잘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분재정원은 여러 종류의 분재를 구경할 수도 있고, 인접해 있는 바다와 분재정원이 조화를 이뤄 평화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천사대교의 모습.
천사대교의 모습.

현수교·사장교 공존 천사대교...제3연륙교는?

이후 천사대교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오도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오도선착장은 크루즈 요트와 어선이 드나드는 선착장이다. 이곳은 1004섬 요트투어를 즐길 수 있는데 신안 초란도와 암치도 등을 바다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천사대교는 전남 신안군 압해도과 암태도를 잇는 교량이다. 지난 2019년 4월 개통했다. 천사대교는 섬 1004개로 구성된 신안군의 특성을 반영해 천사(1004)대교로 이름지었다.

천사대교는 인천 영종도~내륙을 연결하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에 이어 국내 4번째로 긴 해상 교량이다. 상부구조는 유일하게 하나의 교량에 사장교와 현수교가 동시에 배치돼 있는 혼합형태로 지어졌다.

천사대교의 압해도 쪽 교량은 현수교로 구성했으며, 암태도 쪽 교량은 사장교로 구성했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늘어트린 강선에 교량의 상판을 매다는 방식이다. 곡선 구조 모양이 아름답기에 랜드마크에 활용되며 국내 대표 현수교는 인천 영종대교와 여수 이순신대교, 경남 남해대교 등이 있다.

사장교는 주탑에서 케이블을 비스듬히 늘어트려 곧바로 상판을 지탱하는 방식의 교량이다. 사장교는 현수교보다 조금 짧은 다리를 만들 때 유용하며, 국내 사장교 중 가장 길이가 긴 다리는 인천대교이다.

천사대교를 보면서 현수교와 사장교를 대표하는 국내 다리가 모두 인천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인천에서 영종국제도시를 잇는 다리 전부가 현수교와 사장교를 대표한다는 것이 재밌었다.

천사대교를 보면서 인천시가 현재 공사 중인 영종~인천을 잇는 새로운 다리인 제3연륙교가 어떤 구조로 지어지는지 궁금했다. 제3연륙교는 인천대교와 동일한 구조인 사장교로 지어진다.

분재박물관 내 분재의 모습.
분재박물관 내 분재의 모습.

일부 언론에선 신안의 ‘염전 노예’에만 주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본 신안은 ‘염전 노예’라는 말로 조명하기 아까울 정도로 볼 게 다양했고 평화로웠다.

인천 역시 ‘마계 인천(악마들의 도시)’이라는 이름으로 범죄율이 높다는 오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각종 안전분야 통계와 경찰청 집계 범죄현황을 보면 인천이 이른바 마계인천이라는 조롱은 낭설이며 오히려 안전한 도시라는 게 입증됐다.

인천과 비슷한 도시인 신안 역시 풍부한 볼거리가 많이 알려져 ‘염전 노예’라는 오명을 벗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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