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구은경 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 상임이사.

인천투데이|‘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이 지난 16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1년 기자회견-시민이 지켜낸 여성가족부, 걸림돌 장관은 빠지고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라’를 진행했다.

당시 참석한 각 계 여성 대표자들이 여성 폭력, 여성 노동, 성평등 정책 후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윤 정부 들어서 여성과 성평등 정책, 성평등이 급속도로 지워지고, 사회 통합과 연대의 언어는 차별과 배제의 언어로 치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로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이 여성과 성평등 정책을 지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광역시도와 지자체의 성평등 전담 부서가 흔들리고 있는데, 이는 기존 부서명 또는 추진체계에서 여성 또는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여성정책담당관 체계 하에 여성정책팀, 성주류화, 성평등노동, 여성단체협력, 여성안심사업팀과 같은 체계를 두고 성별영향평가 내실화, 성인지 예산과 성별 분리통계를 관리하며 성차별 예방을 위한 여성권익조사 부서까지 꾸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여성정책담당관을 양성평등담당관으로 바꾸고 양육행복추진반을 신설하는 식으로 여성을 지우고 가족과 양육을 중심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서명을 여성 대신 가족정책, 가족행복 등으로 바꿔서 가족과 복지 중심으로 여성정책을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책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부서명과 모호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기자회견에서 노헬레나 한국여성노동자회 연대사업국장은 “윤석열 정부는 가족주의를 기반으로 여성노동자의 폭을 기혼, 맞벌이 여성으로 좁혀놨다”며 “여성노동자를 어머니로 환원하고 돌봄을 평등하게 분담하고 돌볼 권리에 대한 논의를 소멸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편견을 바탕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고용 과정에서의 미래 돌봄 전담자로 여겨져, 고용 성차별을 겪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정부가 생각하는 ‘여성 노동’은 양육을 위해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양육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할 때만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조 하에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개편하는 안은 정부가 가진 여성에 대한 관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현 정부가 성평등을 폐지하고 인구 문제를 운운하게 되면서 그동안 여성이 국가의 인구 정책 필요에 따라 임신, 출산, 돌봄, 가사, 노동을 위한 수단으로 국가의 통제와 차별을 받아 온 지난 역사를 상기할 수 밖에 없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윤 정부가 성평등 문제를 성별 이해관계의 문제로 협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성차별, 성폭력 해소를 비롯한 성평등 목표를 보편적 의제가 아니라 불공정 수혜의 문제로 취급하고 여성 청년을 수혜자로, 남성 청년을 피해자로 가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소수자로서 여성의 관점, 경험, 이야기를 부정했고 사회에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윤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펼친 여성정책은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을 시작으로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불평등과 배제의 문제를 ‘젠더 사이의 갈등’으로 틀 짓고 혐오정치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성평등은 특정한 성별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다. 성별을 넘어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정부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숙고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이용해 갈등을 부추기고 특정한 성의 역할을 규정하는 반인권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성평등은 정부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성평등 정책은 사라지고 가족정책과 인구증가정책만 남아 있는 이 상황은 여성도 남성도 행복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노동시장의 차별 해소, 젠더 폭력 피해자 보호와 예방 강화, 누구나 돌볼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돌봄 정책,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가족정책,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호와 권리보장 강화는 여성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책으로 정부는 본연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전담부처로 기능과 집행력을 강화해 갈 곳을 잃어버린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 기능에 집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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