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의혹 9명 대부분 혐의 ‘부인’
피해자들 법정 대거 출석해 ‘울분’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건축왕’ A씨(62) 등이 두 번째 공판에서도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3일 오후 2시 인천지법 형사1단독(판사 오기두)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A씨의 법률 대리인은 “고소인의 고소장, 고소인의 진술조서 이를 토대로 작성한 사법 경찰의 수사보고서 등 증거에 부동의한다.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A씨 측은 “사기죄 성립 여부를 따지기 위한 고소장, 진술조서 등 증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법 위반도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 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A씨와 함께 공범 혐의를 받고 함께 재판 중인 공범들도 지난 재판에선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두 번째 공판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A씨와 함께 구속 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B씨의 대리인은 “명의신탁 부분은 인정한다”면서도 “나머지 사기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대해선 2019년 이미 사업을 폐업하고 A씨와 관계를 끊었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함께 구속된 피고인 2명의 대리인 역시 “A씨와 같은 의견이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속 된 다른 피고인 1명의 대리인은 “기소사실이 많아 파악하는 중이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을 확보했지만, 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대부분 역시 혐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혐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A씨의 대리인은 공소를 제기한 피해자에 대한 심문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A씨의 기망행위에 대한 내용은 동일하다. 일일이 피해자를 불러 심문을 하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진술조서 신빙성이 떨어질 경우 직접 피해자를 부르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에 A씨의 대리인은 “공소사실 모두 죄가 성립해야 하는데 일부 죄가 성립된다고 해서 나머지 건도 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한 뒤, “재판장의 의견을 따르겠다. 다만 적절한 수의 피해자에 대한 심문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재판부 판단으로 A씨의 경우 객관적 자료로 입증할 수 있지만, 나머지 피고인은 다툴 여지가 있다”며 “몇몇 피해자 증인 심문을 하겠지만, 최소화할 것이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법정은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몰린 피해자로 가득 찼다.

오기두 판사는 재판을 마치며 피해자 측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했다. 안상미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은 “(피고인 측이) 시간끌기 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 모두 일하는 사람이다. 돈 잃어버리고 열심히 일해서 갚아야 하는데 법정에 다 나와있다”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각자 진술한 것 모두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피해자들은 재판부에 A씨 등 공범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며 피해자 2154명이 동의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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