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21대 총선, 사표 43.7%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사표 59.3%

지난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자 2874만1408명 중 1256만7432명의 표는 죽었다. 이른바 사표(死票, wasted vote)다.

지역구 대결구도가 치열할수록 1등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의 맹점인 사표가 늘어난다. 지난 21총선은 소선거구제를 보완하는 비례대표 선거마저 위성정당 출현으로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수가 배분되지 않았다.

국내 선거구별 사표비율을 보면 울산 동구 사표비율이 60.9%로 가장 높았다. 인천의 경우 동구⸱미추홀구을 선거구가 가장 높았다. 당선된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은 40.6%인데 반해 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가혁명배당금당 후보 넷에 투표한 사표비율은 59.3%에 달했다.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이번엔 반드시 국회의원 정수 확대 공론화해야

단 한 표로도 승자가 결정되는 것이 선거지만 사표를 줄여 선거 결과에 수용성을 높여야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를 대신하는 대표자를 뽑는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사표를 최대한 줄여 다수의 뜻이 표심대로 결과에 반영되게 하는 일은 중요하다.

국회는 소선구제의 단점인 사표를 줄이기 위해 비례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국내 지역구 국회의원 1인당 국민은 약 17만100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많다.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로 좁혀보면 한국이 1위다. 2위 터키가 14만8000명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밑으로 가면 4만명 이하로 떨어진다.

도⸱농간 인구 격차를 고려하면 지역구도 더 늘리는 게 옳다. 하지만 현실은 253석 지역구도, 47석 비례도 더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의원정수 총원 300명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이번엔 반드시 의원정수 확대를 공론화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의 함정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꺼냈다. 정계 입문 전부터 소신이라 밝혔고 대선 공약이라 새로운 화두는 아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소선거구제에서 파생되는 양당 대결구도, 지역주의 진영과 팬덤정치 폐해, 사표 증가 등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단원제와 양원제 구분이 있지만 1990년대 중대선거구제였던 국가들 대부분이 돈과 부패정치를 개혁하기 위해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의 혼합제로 바꿨다.

한국도 2~3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제10대, 11대, 12대 총선이나 5대 참의원선거, 9대 총선, 지금의 기초의원선거가 그렇다. 중선거구라 하더라도 정당에서 1명만 공천하거나 2~3인 모두 공천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과거 독재정권 때 중선거구제는 야당세가 강한 곳에서는 여야가 동반 당선되고, 여당세가 강한 농촌에서는 여당의원을 복수 당선시키는 꼼수로 활용됐다.

최근 OECD 국가 중 선거제도 개혁에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비례대표를 우선하며 소선거구를 결합시킨 독일의 선거제도는 이상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종 의석수도 알 수 없을 만큼 너무 복잡하다.

최근 세계 추세는 ‘소선거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결합’이다. 이는 한국에 가장 적합한 선거구제이다. 극단적인 다당제를 막되, 대표성을 갖게 할뿐만 아니라 국민이 경험에 기초해 이해하기 쉬운 제도이기 때문이다.

비례 명부도 한국처럼 전국 단위로 작성하지 않고 대부분 국가는 권역별로 만든다. 그리고 정당이 만든 명부(closed list)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가 직접 후보에게 투표하고 그걸 정당별로 합산하는 개방명부(open list)가 대세다.

이렇게 개방형 명부를 도입하면 공천 잡음도 줄일 수 있다. 같은 당 후보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당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 협력하게 된다. 당내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고, 비례 당선인에 대한 최종 공천권을 유권자가 갖는 구조다.

선거법 개정이 정치개혁의 시작

선거법 개정 법정기한은 총선 1년 전인 2023년 4월 9일까지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를 열고 2023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현재 각 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소선거구제 유지 또는 폐지,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비례 의석수를 120명으로 늘리고 의원 정수를 360명까지 늘리는 법안도 발의돼 있다.

선거법 개정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극한 대립을 극복하고, 사표를 최대한 방지해 대의민주주의를 확대 구현하는 정치개혁의 시작이다. 무엇보다 대결구도 심화로 파생된 국내 양당 중심 정치질서를 개선하는 일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정치권 스스로 바꾸겠다는 진정성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끊임없이 얘기한 게 정치개혁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안일함 때문에 여전히 실현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지금 그대로 가도 총선에 이긴다.’거나 ‘내 지역구는 괜찮다.’하면서 시대의 요구를 거부하는 체인지 몬스터(Change Monster)들이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아니 벌써 지지율에 취해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권역별비례대표 총 의석 100석은 돼야 한다

‘소선거구 + 권역별비례제’ 외에 선거구제 개편을 위해선 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 권역별 비례 총의석은 최소 100석은 돼야 한다. 지역구는 지역적 이해를 담아 농ㆍ어촌지역 피해를 막되 도시지역 인구비중을 반영할 수 있게 조정해야 한다.

특히 인천은 인구수에 맞춰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 지난 총선 기준 부산이 인구 342만명에 지역구는 18석, 대구는 인구 244만명에 12석인데 비해, 인천은 인구 296만명에 13석이었다.

그 외 원내 진입 정당득표율 조정, 교섭단체 정수 조정 등 양당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젠 진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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