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인터뷰] 칸 아킬 목사와 부인 시정희 씨
설 명절엔 이주민들과 한복입기·세배 행사 등 열어
“다문화가족,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건강할 수 있어”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다문화가족은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는 것이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지만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가족이 건강할 수 있다. 무엇이든 일방향으로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는 파키스탄 출신 칸 아킬(56) 씨의 말이다. 칸 씨는 현재 인천 연수구 옥련동 글로벌하모니교회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칸 씨는 1994년에 한국에 왔고, 1998년 전도사 직위를 받았다. 이후 2000년 12월에 시정희(48) 씨와 결혼해 자녀 2명과 함께 살고 있다.

칸 아킬 목사.
칸 아킬 목사.

‘2022년 인천시 다문화·외국인 통계’ 자료를 보면, 칸 씨 부부와 같은 인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구는 2021년 11월 기준 2만7075가구로 전체 인천 가구(121만6719가구) 중 2.2%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2만5449가구)보다 6.4% 증가한 수치다.

2017~2021년 인천의 다문화가구는 ▲2017년 2만641가구 ▲2018년 2만2276가구 ▲2019년 2만4084가구 ▲2020년 2만5449가구 ▲2021년 2만7075가구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설 명절을 맞아 이주민이자 다문화가정인 칸 씨와 시정희 씨를 만나 한국에서의 생활을 인터뷰했다.

설 명절엔 이주민들과 한복입기·세배 행사 등 열어

칸 아킬 목사와 이주민들이 한복입기 행사를 했다.(사진제공 칸 아킬)
칸 아킬 목사와 이주민들이 한복입기 행사를 했다.(사진제공 칸 아킬)

칸 씨가 목사로 있는 교회엔 인천시와 경기도 안산시 등에 거주하는 이주민 70~80명이 다니고 있다. 이들의 국적은 필리핀, 파키스탄, 가나, 콩고 등이다.

이들은 설이나 추석 명절에 고향에 가지 않으면 교회에 모여 한복입기, 세배, 찬양 노래 경연대회 등을 진행한다. 이전엔 한국 전통문화를 알기 위해 민속놀이, 전통노래 게임 등도 진행했다.

칸 씨는 “이번 설엔 코로나19가 완화돼 가족을 만나러 간 이주민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번 설에도 고향에 가지 않는 이들이 모여 음식도 먹고 국가별 찬양 노래 경연대회를 하려고 한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와서 세배도 하고, 한복도 입는 데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키스탄에서도 한국과 비슷하게 새해가 되면 새 옷을 입고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문화가 있다”며 “부모님이 파키스탄에 계셔서 오랫동안 만나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명절 행사에 참여한 필리핀 출신 마이(37) 씨는 “명절 행사는 매우 좋은 파티다. 행사에 참여하면 새로운 기운을 받고, 서로 가족같은 느낌이 든다”며 “멀리서 왔기 때문에 외로운 점도 있는데, 이 행사에 참여하면 따듯함을 많이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칸 씨는 명절 행사 외에도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실, 나라별 음식 나누기, 나라별 모임 등도 교회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런 행사들은 타지에서 교류할 곳이 부족한 이주민에게 큰 힘과 활력이 된다.

칸 씨는 “교회에 나온 기간은 다 다르지만 가족처럼 지낸다. 서로 형님, 아빠, 엄마라고 부르며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며 “나라별로 전통 음식 등을 준비해 가져와서 나눠먹기도 한다. 이슬람교, 힌두교 등은 안 먹는 음식이 있어 분류를 잘 하고, 할랄푸드(이슬람 율법 허용 음식)를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건강할 수 있어”

시정희 씨(왼쪽)와 칸 아킬 목사.(사진제공 칸 아킬)

칸 씨와 시 씨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얘기를 하며 다문화가족으로 살면서 겪었던 고충을 전했다.

칸 씨는 “다문화가족은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는 것이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그렇지만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잘못을 용인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가족이 건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시댁이 외국인 며느리에게 한국어를 빨리 배우고 한국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한 경우도 봤다”며 “무엇이든 일방향으로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 씨는 “교회에서 칸 씨를 처음 만났는데 신기하게 잘 맞았다. 결혼하고 둘의 문제로 싸운 적은 거의 없다”며 “그러나 큰애 때문에 다툼이 있긴 했다. 큰애는 한국 국적이고, 어렸을 때 영어를 배우지 않고 한국어만 썼다. 그런데 같은 반 친구들이 큰애의 외모를 보고 영어를 써보라고 했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큰애가 많이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문화가족은 이런 문제를 많이 겪는다”라며 “청소년들은 가족에게도 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데, 특히 다문화 청소년들은 마음을 털어놓으러 갈 곳이 없어 혼자 분투한다. 이들을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상담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문화 공존하기 위해 편견 대신 다양성 존중해야”

칸 아킬 목사가 진행한 나라별 음식 나누기 행사.(사진제공 칸 아킬)
칸 아킬 목사가 진행한 나라별 음식 나누기 행사.(사진제공 칸 아킬)

이들은 글로벌시대에서 문화가 공존하기 위해 편견을 가지는 대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칸 씨는 “몇년 전에 흑인이 슈퍼에 갔는데 슈퍼주인이 ‘깜디’라고 하면서 저리가라고 한 것을 들었다”며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한국이 외국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있지만, 한국인의 인식 수준이 더 높아져야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시 씨는 “시민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한국인들이 백인과 동남아시아인, 흑인 등 피부색을 두고 생각하는 편견이 아직 남아있다”며 “한국에 온 이주민들 중 다수는 학벌도 높고, 열심히 일하며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디어에만 나온 이미지로 인한 편견으로 이들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또, 다문화가족과 이주민에게 꾸준하게 관심을 주고 이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게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칸 씨는 인천에 외국인이 많이 살기 때문에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영어를 병기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교회에 더 많은 이주민이 모여 나라별 모임을 더 확대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칸 씨는 “인천에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데 버스정류장 안내판은 한국어로만 돼있다. 영어로 병기했으면 좋겠다”며 “교회에 더 많은 외국인들이 와서 나라별 모임을 확대하고, 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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