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정지 시 서해평화수역도 사라져... 군사긴장 고조
합의 전 조업통제 부지기수... 생계 지장 피부로 체감
옛 남북합의까지 효력 정지 검토... 대북전단 재개되나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지시하며 연일 대북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북간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가 나온다.

9.19 군사합의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내용도 담겨있다. 합의 효력 정지에 대한 서해5도 주민들의 근심도 크다.

서해5도 중국어선 대책위원회와 서해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서해평화와 우리 어민들의 어장확장을 촉구하기 위해 2018년 4월 어선에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서해5도 중국어선 대책위원회와 서해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서해평화와 우리 어민들의 어장확장을 촉구하기 위해 2018년 4월 어선에 태극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달고 조업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북한이 다시 국내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북측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남측과 북측이 지난 2018년 9월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군사 관련 합의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다.

당시 남북은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화 ▲교류협력과 접촉 왕래 활성화를 위한 군사적 대책 강구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강구 등 5개 분야의 합의사항을 합의문에 담았다.

9.19 합의 서해NLL 일대 군사적 완충수역 안전장치 역할

이에 따라 남북은 서해상에서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 수역 80km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를 폐쇄하기로 했다. 실제로 남북은 지난 2018년 11월 1일 새벽 0시를 기해 군사분계선과 서해 NLL 주변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했다.

아울러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성정하는 내용도 세부적으로 담았다. 덕분에 서해5도 주민들과 군사충돌 불안에 휩싸이지 않게 됐고, 어업들은 서해 NLL 인근에서 마음 편히 조업을 할 수 있었다.

합의 이후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관계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긴장국면이 지속되긴 했으나, 9.19 군사합의는 남북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

합의가 파기될 경우 2010년 연평도포격 사건과 1999년·2002년 연평해전과 같은 군사충돌이 발생해도 서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최근 남북 군사긴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서해5도 주민들은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측 무인기가 수도권에 나타나자, 인천항에서 연평도로 향하던 여객선 플라잉카페리호가 잠시 회항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업 중인 어선들은 모두 복귀해야 했다.

박태원 전 연평어촌계장은 “9.19 군사합의 이전엔 실제로 조업 통제가 심했다. 비상 시 조업을 중단하고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은 게 부지기수”라며 “남북 군사긴장이 지속되면 생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해5도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서해5도와 북방한계선 일대. 서해공동어로수역등은 2007년 10.4정상회담 때 합의한 내용이다.
서해5도와 북방한계선 일대. 서해공동어로수역등은 2007년 10.4정상회담 때 합의한 내용이다.

과거 남북합의까지 효력 정지 검토 한반도 정세 악화일로

윤석열 대통령이 9.19 합의 효력 정지를 거론한 뒤, 정부는 과거 정부 시절 맺은 남북 군사관련 합의까지 효력정지를 검토하는 모양새다. 대상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부속합의와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 등이다.

두 합의에 남북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방송과 게시물 등을 활용한 선전활동을 중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으로도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다. 하지만 남북합의서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처벌이 면제된다.

정부가 대북전단과 확성기를 재개를 조장하는 모양새가 될 경우, 남북 긴장의 골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북측은 지난 2020년 6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측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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