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갑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회장
“사회 제도에서 소외된 이주노동자들에게 도움줘서 뿌듯”
“인천건치, 의료기술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 지속할 것”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회장 정갑천)가 15년간 이주노동자를 위해 지속한 '희망세상’ 치과 진료를 종료했다.

이후에도 인천건치는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희망세상’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가 지난 2004년부터 이주노동자을 위해 무상으로 치아 진료를 하면서 시작했다. 부평진료소는 지난 2009년 부평구 부개1동 상가건물 3층에 개소했다.

2012년 인천건치 회원들이 희망세상 부평진료소에서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인천건치)
2012년 인천건치 회원들이 희망세상 부평진료소에서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인천건치)

인천건치를 중심으로 인천시여약사회, 무료한방진료 비영리 의료단체 동의보감, 건강과나눔, 경인의료재활센터 물리치료사, 의사모임 ‘의과팀 우정’ 등이 희망세상을 같이 운영했다.

이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의 치과·내과·외과·한방진료, 물리치료와 약 처방을 매주 1회씩 진행했다.

2009년 7월부터 2019년 8월까지 희망세상에서 진료받은 이주노동자는 1만5500여명에 달한다. 인천뿐 아니라 경기도 김포·안산·시흥시의 이주노동자도 희망세상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2020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평진료소 운영을 중단했다. 그 뒤 올해 7월부터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다시 월 1회(셋째주 일요일)에 진료를 시작했다.

다만 현재 의료 장비 설치 문제 등으로 치과진료와 물리치료는 어렵고 내과·외과·한방진료와 약 처방만 진행하고 있다.

<인천투데이>는 정갑천 인천건치 회장을 만나 ‘희망세상’에서 치과 진료를 해왔던 역사와 앞으로 활동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 제도에서 소외된 이주노동자들에게 도움줘서 뿌듯”

정갑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회장이 지난 2018년 희망세상 부평진료소에서 진료하고 있다.(사진제공 인천건치)
정갑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회장이 지난 2018년 희망세상 부평진료소에서 진료하고 있다.(사진제공 인천건치)

정갑천 회장은 “2004년 인천건치는 치과 무료 진료 사업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빈민 중 이주노동자에게 치아 진료를 지원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당시 이주노동자 유입이 많고,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노동자 인권센터에 문의해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며 “맨처음엔 서구 가좌동에 있던 이주노동자 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진료했다. 그러다 인천시여약사회, 청년한의사회, 건강과놔눔에 뜻을 같이 내과, 외과 의원 등이 결합하면서 희망세상 진료소로 확대 운영했다”고 부연했다.

정 회장은 “그러다 임대인 사정으로 서구 가좌동 이주노동자 인권센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부평구 부개동 부일성당 신부님이 신도들에게 치료 공간 임차를 요청했다”며 “신도 중 한 할머니가 무상으로 공간을 임대해줘 부평 진료소를 10여년간 운영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정 회장은 희망세상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람을 더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제도 밖에 방치된 이주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했다. 어려움도 있었으나 보람을 더 많이 느꼈다. 언어와 인종이 달라 말이 잘 안 통하지만 진료를 받고 고맙다고 표현할 때 울림이 있었다”며 “희망세상 진료 시설 조건이 좋아서 계속 외부 치과 진료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진료 플랫폼 체계를 구성해 진료사업을 진행할 것이다”라며 “직접 진료가 필요한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것은 어려우니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진료가 필요한 이들을 추천받아 진료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건치, 의료기술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 지속할 것”

정갑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회장.
정갑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 회장.

정 회장은 1995년부터 인천건치 활동을 했고, 1996년 서구에 석남치과의원을 개원했다.

정 회장은 “다른 형태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의료 기술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기 위해 인천건치 활동을 하게 됐다”며 “인천건치 초기 슬로건은 회원 1명 당 건치와 지역단체 활동을 동시에 해서 지역과 호흡하자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건치는 올해 ▲인천시민재단 공익활동가 치과치료 지원사업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치과지원사업 ▲가정 밖 청소년 진료 지원사업 ▲인천시 아동주치의 사업 ▲지역아동센터 구강검진·진료 결연 사업 ‘틔움과 키움’ 등을 진행했다.

인천건치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고 있어 내년부터 목표한 사회공헌 활동을 더 활성화 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시대 흐름에 맞게 진료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 취약계층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인천건치는 의료기술을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지역사회와 호흡하겠다. 필요한 사람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진료 플랫폼을 섬세하게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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