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서해5도는 1·2차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국지전으로 생명의 위협,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생계의 문제, 외부와의 고립으로 생활의 어려움이 있는 지역이다.

한국·북한·중국의 접경수역으로 해양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서해의 독도’로 ‘주민의 실효적 지배’에 의한 ‘해양주권과 안보의 정당성’을 확보한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지정학적 특성상 서해 연안 방비를 위한 군사적 요충지이자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해로의 요지였다. 해방 후 서해5도를 비롯한 옹진반도는 지금과 달리 남측에 속했다.

국방부가 편찬한 ‘6.25 전쟁사 9’를 보면, “거래 목적상 유엔군도 (중략) 옹진과 연안반도가 계속 공산군 측의 통제하에 놓이는 것에 동의해도 좋다”고 했다.

‘버려진 옹진반도’는 분쟁의 바다를 잉태했고 서해 NLL(북방한계선) 갈등으로 이어졌다. 어민들에게도 안보에 따른 어업 규제의 족쇄가 채워졌다.

5도서 수역의 남북 경계의 문제는 9.19 군사합의서에도 드러났다. 서해평화수역 조성의 핵심은 ‘그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이다. 합의서에 명시한 ‘북경계선’과 ‘남경계선’의 기준을 양측이 합의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쟁점은 NLL과 북이 주장하는 경계선을 어떻게 풀 것인가로 귀결된다. 해상경계선은 육지의 합의된 군사분계선과 달리 종전협정 체결 시 남북 해상경계선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조업의 자유와 남북 평화공존을 희망하고 있다. 미래의 공동어로구역과 NLL까지 조업 확장보다는 현재 어장 범위에서의 규제 완화(시간, 면적, 허가)를 최우선으로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쟁점수역(NLL~북 주장 경비계선)은 해양생태 조사를 선행해 결과를 토대로 해양생태 보호수역으로 지정한 뒤, 수산과학 기술 교류와 중국어선 길목을 차단할 수 있는 남북 해상파시, 공동어로(양식) 등 단계별 추진을 정부에 제시한 바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대 정권 모두 5도서 어민들에게 수많은 약속을 했다. 그들은 더 이상 새로운 약속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누차 말한 약속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다.

어민들에게 평화는 생존이며 자유다. 이러한 목소리는 인권이자 또 다른 주권의 표현이다. 이들에게 희생의 굴레를 벗겨주고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누리는 기본권을 회복시켜줘야 한다.

‘평화’와 ‘안보’ 모두 ‘생존’과 ‘안전’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은 분단으로 인한 이념 갈등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정쟁 수단으로 의제화됐다. 대체로 진보정권은 평화를, 보수정권은 안보를 앞세우고 있다. 이 역시도 밀물과 썰물처럼 섬 가장자리만 왔다 갔다.

만약 다시 제2의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긴장 대결로 회귀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군사적 안보냐, 평화적 안보냐 등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선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도자는 국민 이상 위대할 수 없다. 평화와 안보를 진영논리에 가두면 안 된다. 동전의 양면처럼 보수도 평화를, 진보도 안보를 말해야 한다. 대북정책의 동력은 결국 국민의 상식과 지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과거 해상의 베를린 서독 같은 처지인 서해5도는 북의 옹진반도에 홀로 떠 있다. 서해5도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남북 공존과 실용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공존의 일관성과 실용의 유연성을 위해서 국가의 서해5도 평화 진흥 의무를 규정한 ‘서해접경수역 평화진흥법’ 제정도 필요하다.

서해5도평화운동본부는 지난해 5월에 서해5도어업인연합회,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인천지역 국회의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인하대 법학연구소 등과 공동주최로 ‘서해5도 등 서해평화 조성과 관리에 관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시도 서해5도 주민의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한 독자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 독도 홍보처럼 서해5도의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서해평화 정책의 지속가능성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평화와 안보에 관한 메시지를 왜곡 없이 학생을 비롯한 국민에게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

최근 인천시가 서해5도특별지원단을 구성해 서해5도 주민들의 정주여건 향상과 행정·재정 지원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등을 추진한다고 한다. 민선8기 서해5도의 평화공존과 정주권 강화를 위한 인천시 정책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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