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우리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3년 가까이 그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코로나19를 취재했다. 그 때 느낀 점이 있다. ‘그 많던 병원은 왜 보이지 않는가?’, ‘그 많던 의사는 다 어디로 숨었을까?’

골목마다 건물마다 걸린 병원 간판은 수없이 많다. 코로나19 이전 정부는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이라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정부의 자랑과 무색하게 코로나19 기간 동안 우리는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하거나 콧물이 나면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인천의료원이 운영 중인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사진제공 인천의료원)
인천의료원이 운영 중인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병상. (사진제공 인천의료원)

정부에선 코로나19 의심환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며 ‘감염병 전담병원’, ‘전담 응급의료센터’, ‘대면 외래진료센터’ 등 명칭을 붙여 홍보했지만 결국 그 병원이 대부분 공공병원이었다.

공공병원을 포함한 소수 병원이 그 많은 환자를 감당했다. 다른 뜻으로 표현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감염병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가용할 수 있는 공공의료 자원이 딱 그 만큼이었다. 국민들은 이 기간 동안 뛰어난 의료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역설적인 의료 현실을 체감했다.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민간병원에 ‘수가 조정’과 ‘지원금’이라는 당근을 꺼냈다. 그럼에도 민간병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를 받아 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일반 환자를 받는 것이 장사에 도움이 됐을 테니까 말이다.

정부의 당근을 받을 수 있는 민간병원도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외래환자를 나눠받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가 있는 큰 병원이었다. 그러나 그 큰 병원마저 내놓은 병상수가 부족했고, 민간병원의 병상을 강제동원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렇게 국민들은 공공의료를 강화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인식했고, 정치권은 앞 다퉈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

그도 그런 것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최전선에서 참전한 공공병원은 그 나름대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공공병원은 그들이 지고 있는 무게만큼의 지원은 받지 못하면서 민간병원과 경쟁을 강요당했다.

쥐꼬리보다 못한 지원을 받으면서 나머지는 다 경영수익으로 채워야 했다.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부실 운영’, ‘돈 먹는 하마’, ‘효율성 저하’ 등 힐난의 대상이 됐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고생하며 ‘덕분에’라는 국민의 찬사가 쏟아졌지만 그 이면에서 곪다 못해 터지기 직전의 상처는 차마 드러내지도 못했다.

공공병원 의사들은 코로나19만 치료하라고 하니 자신의 전문성을 찾아 공공병원을 떠났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공공병원에 입사한 간호사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 그렇게 공공병원의 조직은 무너지고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일상으로 회복을 하고 있다. 공공병원도 그렇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일반 환자를 받으며 경영수익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인천에선 코로나19 입원환자의 70% 이상을 담당했던 인천의료원이 그 중심에 서있다. 인천의료원에 보내졌던 찬사는 다시 힐난으로 바뀌고 있다.

인천시의회에선 ‘인천의료원이 돈을 벌지 못하면 차라리 폐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한술 더 떠 인천시는 인천의료원을 공공의 영역에서 민간의 영역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인천지역 공약으로 제2인천의료원 건립과 감염병전문병원 유치를 내걸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이들에게 공공의료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공공의료는 정치,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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