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물류·여객운송 기능 부족 이미 판명
5000톤급 택없어 한중카페리 최소 1만2000톤급
인천항~서울 차타고 1시간... 배타고 5시간 ‘글쎄’
준설 필요성 환경단체 반발... "워터택시 정도 타당"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 재선 당시 역점 정책으로 추진했으나 무산됐던 서울항 조성계획을 다시 추진한다.

2026년 여의도 서울항에서 국제여객선을 타고 중국이나 제주도 등을 오간다는 구상인데, 해운업계에선 공상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항 조감도.(사진제공 서울시)
서울항 조감도.(사진제공 서울시)

서울시는 지난 14일 ‘한강 물길을 열어 서울을 동북아의 관광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구호로 ‘세계로 향하는 서해 뱃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서울항 조성 사업이다.

사업 주요 내용은 한강을 관광자원화해 국내외를 오가는 수상여행 코스로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한강 서북쪽 방면(마포대교~행주대교) 물길을 경인아라뱃길(서울 강서구~인천 서구)과 연결해 인천항 연안부두까지 잇는 뱃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해운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경인아라뱃길의 물류와 여객운송 기능은 저조한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개통된 경인아라뱃길은 물류 운송을 목적으로 사업비 2조700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하지만 개통 이후 2019년 말까지 항만물류 실적은 519톤으로 예상치의 8.2% 정도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여객 이용자 수는 누적 93만2000명으로 예상치의 20.2%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국제항로 여객을 유치하면 수요가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길이 130m, 폭 20m 이내 5000톤급 규모의 여객선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정도 선박으론 먼 바다를 운행하기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중국을 잇는 카페리만 봐도 최소 1만2000여톤에서 최대 3만2000여톤에 달한다. 연안여객선인 인천~제주 카페리조차 2만7000여톤급이다. 5000톤급 선박은 과거 인천~제주를 오갔던 세월호(6825톤)와 오하마나호(6322톤)보다도 작다.

이를 두고 인천의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이정도 선박으로 중국을 오가는 건 안전을 전혀 담보할 수 없어 어불성설”이라며 “굳이 국제여객선을 띄우려는지 모르겠다. 해외 뉴욕·로테르담·도쿄처럼 관광용 워터택시를 도입하는 게 적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인아라뱃길의 경인항. 경인항아라타워에서 내려다본 경인아라뱃길.
경인아라뱃길의 경인항. 경인항아라타워에서 내려다본 경인아라뱃길.

또한 서울시는 인천항에 들어오는 크루즈선 여객이 연안여객선을 타고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서울항까지 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인천항에 도착한 관광객이 차량이나 대중교통으로 1~2시간이면 서울에 당도할 수 있는데 굳이 선박을 이용할지 의문이다.

크루즈여객이 연수구 송도에 있는 크루즈터미널에서 내려 경인운하를 타기 위해선 다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이후 여의도까지 가려면 갑문통과에만 5시간 넘게 걸린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크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9일 “5000톤급 선박이 한강을 오가려면 강바닥을 더 깊이 준설해야 하고, 선착장 규모 확대와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수질과 수생태계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러 안팎의 우려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내년에 사업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 다음, 사업 계획 수립 시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미 기존에 갖춰진 수상 자원을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게 잘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