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관련 단체들, “시교육청 대책 미흡” … 인천시교육청 “할 수 있는 일 다했다”

▲ 20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관계자들이 ‘학교 급식 식중독 재발방지 혁신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9월 초 인천지역 학교 7곳에서 1000명에 가까운 학생ㆍ교직원이 집단식중독 증상을 보였고, 동일 업체에서 이 학교들에 급식 식재료로 공급한 김치가 원인으로 밝혀진 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학교 급식 지도ㆍ감독의 책임이 있는 인천시교육청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고, 더 이상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시교육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9월 6일부터 11일까지 인천지역 7개 학교에서 발생한 집단식중독 사고의 원인은 이 학교들에 식재료를 납품한 ㄱ업체의 김치에서 검출된 대장균이다.

식약청 조사 결과, ㄱ업체에서 납품한 총각김치와 포기김치에서 병원성대장균(EAEC)이 검출됐다.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22일 현재 발표되진 않았지만, 시교육청은 배추 겉절이 김치의 보존식에서 대장균이 다량 검출돼 겉절이가 식중독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시교육청은 1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식재료 납품 업체의 위생관리 등 식중독 제로(=0)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학교급식 실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각 학교에 겉절이 등 비가열 식품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제조일로부터 일정기간 이상 숙성된 김치를 제공하거나 가급적 가열해 제공하도록 당부했다.

또한 각 학교 영양사와 교사를 대상으로 직무연수를 실시해 ‘손 씻기, 익혀먹기, 끓여먹기’ 등 식중독 예방 3대 요령을 전달하고, 식재료 검수ㆍ조리ㆍ배식 등 급식 전 과정의 위험요인을 중점 점검토록 했다.

아울러 지역교육지원청의 ‘학교급식점검단’을 통합관리시스템으로 개편해 학교와 거래하는 모든 식재료 납품업체를 점검하고 부적절한 업체는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또한 시교육청은 지난 10일부터 군ㆍ구와 합동으로 식자재 공급업소 73개소에 대해 영업자 준수사항 위반 여부와 식재료 수거ㆍ검사를 실시했으며, 연 2회 학교급식소의 위생 점검과 미생물 검사, 안전성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난 5월 식재료 구매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해 학교 교육 여건에 맞는 계약기간과 계약방법을 선택해 식재료 납품업체와 계약하도록 하고, 급식소위원회를 활용해 위생 점검을 강화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대책은 예전에 발표한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고,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은 20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학교 급식 식중독 재발방지 혁신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모임은 “겉절이 김치가 원인이라면 원인 추적 조사를 통해 김치의 무슨 재료가 문제인지, 음용수가 문제인지, 조리 과정이나 배달 과정이 문제인지, 더 구체적인 원인 규명과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며 “식재료 품질 기준에 대한 엄격한 감독, 품질 기준 강화, 최저입찰제와 페이퍼컴퍼니(=사무실만 있는 회사) 퇴출 등 혁신적인 안전성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정상화하고 민ㆍ관 협력 공공시스템을 마련해 학부모 참여를 보장해야한다”며 “전자 입찰을 지명경쟁입찰로 전환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학부모의 일상적인 감시와 모니터 참여를 보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학교운영위원연합회 관계자도 “시교육청의 대책으로는 근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이 문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시교육청이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B2B)을 이용해 입찰 계약을 하도록 해, 페이퍼컴퍼니와 위생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급식 사고를 낸 업체는 애초에 그렇게 많은 학교에 납품을 할 수 있는 업체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교육청이 어떤 자격 제한도 없이 사업자등록만 있으면 입찰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시교육청이 뒤늦게 지난 5월부터 지명경쟁 입찰을 해도 되고, 급식소위가 사전에 업체를 방문해 위생을 점검하고 업체를 선정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실제로 사전 방문한 학교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 이런 부분이 먼저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학교급식팀 관계자는 “지금 현재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각 학교에 업체 선정 전에 위생을 점검하라고 지도하고 있고, 업체 선정 방식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모두 학교의 자율 사항인데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교육청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식중독을 일으킨 김치를 제작한 업체는 식중독 사고 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시교육청은 이 업체가 납품하는 20개 학교 모두, 납품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이 업체는 아직 행정 처분을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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