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필운

Je suis Charlie. 한글 발음으로 옮기면 ‘쥬 쉬 샤를리’이고, 한글로 뜻을 해석하면 ‘내가 샤를리다’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국외 통신원 강소휘씨에 따르면, 프랑스의 주간 풍자 신문 <샤를리 앱도>는 사회 전반에 걸쳐 부조리와 부패를 풍자만화로 비판해 왔고, 특히 이슬람교에 대한 풍자만화가 일부 과격한 이슬람 신자들에 의해 종교 모독으로 인식되면서 여러 차례 테러 협박을 받았다.

한필운 변호사
한필운 변호사

결국 2015년 1월 7일 오전 11시경 복면을 쓴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의 두 테러리스트가 파리에 소재한 해당 신문사 본사를 급습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총격 이유가 <샤를리 앱도>가 만평에서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경찰관 2명을 포함해 총 12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약 1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언론은 보도했다.

이 사건은 유럽 전역에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이 외친 구호가 바로 ‘Je suis Charlie(쥬 쉬 샤를리)’이다. 이는 테러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들과 연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을 넘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와 테러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

<샤를리 앱도>에 대한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는 물론이고, 유럽위원회 의장, 독일 수상, 이탈리아 총리, 영국 총리, 네덜란드 총리, 러시아 대통령, 인도 총리, 미국 대통령, 스페인 정부 등 세계 각국 정상이 테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샤를리 앱도>는 갑자기 표현의 자유의 상징이 됐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근본적인 자유이다. 이는 대한민국도 헌법 21조에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으로 구체화돼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한국 헌법은 검열을 금지하고 있고, 국내법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왔다.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다면, 가까운 예로 전두환 정부의 언론통제인 보도지침을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민주주의는 없다.

‘바이든’이 ‘바이든’으로 들려서 ‘바이든’으로 자막을 달았던 <MBC>는 대통령실로부터 공문을 받고 여당으로부터 항의방문까지 받았다. 연일 <MBC>를 때리는 발언이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나왔다.

<MBC>는 갑자기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방송사가 돼버렸다. 9월 30일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국민의 59%는 바이든으로 들었고, 29%는 날리면으로 들었단다. 사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선 고등부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라는 작품이 전시 후 폭풍을 몰고 왔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작품은 안 된다는 후원 조건을 위반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엄중경고를 했다. 뭐는 되고, 뭐는 안 된다. 검열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기시감일까. 수상자는 갑자기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학생이 돼버렸다.

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기독교를 주축으로 한 반동성애 혐오 세력의 폭력 사태로 얼룩져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을 축복한 기독교 목사는 소속 종단으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지금도 퀴어문화축제는 반대 세력으로부터 끔찍한 모욕과 협박을 받으며 집회를 해야만 한다. 소수자는 갑자기 표현의 자유와 인권의 수호자가 돼버렸다.

‘수호’는 ‘핍박’과 ‘파괴’의 반작용이다. 2022년을 사는 우리에게 한물 간 것으로 생각했던 표현의 자유 ‘수호’의 시대가 다시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들리는 대로 보도한 <MBC>를 지지하고, 재능 있는 예술가인 고등학생을 지지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하는 소수자를 지지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구절이 있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한글로 옮기면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주장할 권리는 목숨을 걸고 옹호하겠다”이다. 타렌타이어의 저서 ‘볼테르의 친구’의 한 구절이다.

나는 당신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당신의 생각이 표현되는 것이 금지된다면 함께 싸울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샤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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