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인천시 영해(육지, 섬 등 관할 해안으로부터 12해리의 선까지 이르는 수역)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한 시기다.

타지역 어민 조업 허용, 인천시 어민의 조업 규제, 여객선 야간운항 금지, 해사 채취로 인한 생태계 파괴, 해양쓰레기 유입, 무역 항로 제공, 접경해역 방어 등 정부의 요구에 지금까지 정당한 대가 없이 인천의 바다가 희생하고 있다.

이제는 그 희생을 유발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청구서를 보내야 한다.

정부 지자체 해상경계 획정 국정과제 포함
유정복 인천시장 행정체제 개편 발표가 기회 

윤석열 정부는 해양공간 관리 강화를 위해 지자체 해상경계 획정을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유정복 인천시장은 행정체제 개편을 발표했다. 이 기회에 인천 바다에 대한 해양공간 정립과 섬 행정 개편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인천시의 해양공간 정립이다. 지자체 행정구역은 육지와 바다를 포함한다. 인천시의 경우 관할구역 중 바다가 차지하는 면적이 육지보다 더 넓다. 인천시장은 해양공간 중 영해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권한이 있다.

영해를 관할하는 지자체들은 생물, 광물, 해운, 에너지, 관광 등 다양한 해양수산자원의 개발과 활용을 꾀하고 있다. 해양수산자원 이용은 일자리와 세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해상경계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를 보면, “지방자치법 제5조제1항은 지자체의 명칭과 구역을 ‘종전’과 같이 하고 이를 바꿀 때는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자체의 해상경계에 관한 규정이 마련된 적이 없어 ‘종전’에 대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한편, 해양의 관리‧보전‧이용 등에 관한 다수의 법률에서는 해상경계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인‧허가 및 처분 등을 시행하고 있어, 현실과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동안 매립지, 조업, 바다모래에 국한된 해상경계 분쟁이 있었다. 최근에는 조 단위 사업비가 투자되는 해상풍력 입지 분쟁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분쟁들은 당사자 간 합의나 대법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결된다.

인천시 주권을 행사하는 관할 영해는 먼저 그 범위가 공간적으로 특정돼야 한다. 인천시 서해5도 남북 해상경계는 국가 차원의 일이지만, 경기도와 충청남도 해상경계 획정은 할 수 있다.

인천시와 충남도의 해상경계는 2009년 헌재의 결정(2005헌라2)이 있다. 2005년 당시 태안군이 인천시 관할 해역에서 모래 채취 허가를 내줬다. 이를 발견한 주민들과 옹진군이 권한쟁의심판과 이익금 반환청구를 제기해 모두 이겼다. 이 근거로 충남과 해상경계를 획정하면 된다.

인천시와 경기도의 해상경계는 미획정 상태다. 경기도는 서해로 나가기 위해서는 인천의 바다를 이용해야 한다. 작년 경기도 풍도 인근에 인천시 해역이 일부 포함됐음에도 협의 없이 해상풍력발전 허가가 난 적도 있다. 인천의 해양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평택당진항 매립에 따른 경기도와 충남도 간의 해양관할구역 분쟁은 22년 동안 이어졌다. 2021년 대법원에서 경기도가 승소했으나, 최근 충남범시민대책위가 당진항 분리 독립, 해상 도계 재지정, 어업구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 해양자원 지키고 관리하기 위해
해상경계 획정과 해양 세수 조정해야

인천시의 다양한 해양자원을 지키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상경계를 획정하고 해양 세수도 조정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의 해양 세수 권한은 많지 않다. 공유수면 점용‧사용료와 해양심층수 이용부담금 정도이다. 지역자원시설세 중 하나인 컨테이너(1TEU당 1만5000원)는 2007년 해운항만물류 경쟁력을 위해 폐지됐다.

인천시가 해양 항만을 보유한 광역단체들과 함께 해양 분권 차원에서 지방세 개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해상풍력 등 해양자원시설세 신설, 영해 해양환경개선부담금과 해양생태계보전협력금 지자체 이전, 관세 항로 구간 지자체 일정액 교부 등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섬 행정 개편이다. 서해5도 해역은‘지정학적 특수성’측면에서, 남‧북‧중 간 접경수역에 있다. 해양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서해의 독도로 주민의 실효적 지배를 통한 해양주권과 안보의 정당성을 확보한 곳이기도 하다. 유엔군사령부 규정(551-4)을 보면, ‘비무장지대/한강하구/서북도서에 진입하거나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인원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적용된다’고 명시할 정도다.

서해5도 주민은 ‘행정서비스의 형평성’ 측면에서, 울릉군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 두 지역 모두 국가 차원에서의 요충지이지만 울릉도와 독도는 군 단위 행정 체제다. 서해5도는 백령면, 대청면, 연평면 등 면 3개의 행정 체제다.

2021년 기준 서해5도와 울릉군의 면적은 약 74㎢와 73㎢로 별 차이가 없다. 주민등록 거주 세대와 인구 또한 서해5도 5246세대 8416명, 울릉군 5258세대 8867명으로 비슷하다.

서해5도의 경우 인구통계에 잡히지 않는 복무 군인까지 포함하면 실거주 인구는 울릉도보다 더 많다. 연간 여객선 이용도 5도서 주민이 14만1955명으로 울릉도 주민 8만8527명보다 많다.

이처럼 울릉군은 서해5도 섬 면적과 주민 인구가 비슷함에도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직접 운영한다. 울릉경찰서까지 있고, 현재 1만5000톤급 크루즈 여객선이 다니며 공항도 건설 중이다.

정부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2011~2020년)을 수립해 정주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약속한 사업 78개 9109억원의 집행률은 50%도 안된다. 사업비도 민자를 제외한 순 정부지원액은 약 5000억원으로 울릉군 예산 2년 치에 불과하다.

서해5도 노령화지수와 인구소멸위험지수 큰 폭 상승
2025년, 해양분권과 해양자치권 강화 전환 시작해야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서해5도 삶은 나아졌는가. 2가지 핵심 지표를 살펴보자. 1998년 대비 2021년 노령화지수는 76.7에서 284.6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인구 소멸위험지수는 0.91(보통)에서 0.43(소멸위험지역)으로 더 위험해졌다. 이 두 개 지수는 인천과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아래 그래프 참조)

지방자치제 이후 지역은 저마다의 이유로 새로운 행정 체제를 만들었다. 광역단체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를, 기초단체는 수원‧고양‧용인‧창원 특례시가 생겨났다.

정부는 그동안 서해5도에 중요한 규제 완화는 ‘특수성’으로, 주민의 지원 요구는 ‘형평성’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인천시 행정 개편 논리로 접경수역의 ‘특수성’과 울릉도 행정의 ‘형평성’을 명분으로 구 단위의 ‘서해5도특별구’ 전환도 전략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주민들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행정안전부로부터 인천시장 직속 ‘서해5도특별구역본부’ 형태의 한시 조직 승인을 받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서해5도 규제 완화와 종합개발정책은 국방부‧통일부‧외교부‧행안부‧해수부 등 최소 5개 부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인천시가 부처와 함께 주민의 안전과 평화관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인천의 해양주권은 섬과 바다에서 나온다. 유정복 시장의 임기 중 2025년은 지방자치 30년이 되는 해이다. 인천의 미래 30년을 위한 해양분권과 해양자치권 강화를 위한 전환이 시작되길 바란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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