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유통상인연합회, “6대 민생법안과 대형마트 규제조례 개정은 시대 요구”

지자체 81.6%가 유통재벌 규제조례 제정 … 석 달 만에 없던 일

유통재벌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무분별하게 진출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붕괴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이 2008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부터 사회적 의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 후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을 거치면서 ‘중소상인 보호’는 여야 모두에게 대표적인 민생과제이자 공약으로 제시됐다. 급기야 올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중소상인들의 힘겨운 투쟁 끝에 2010년 11월 여야합의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이 부분적으로 개정됐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올해 4월부터 조례를 통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했다. 그러나 이는 채 석 달도 안 돼 대부분의 지역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유통법이 개정될 당시(2010년) 400여개에 달하던 대형마트는 2012년 7월 현재 448개로, 기업형슈퍼마켓은 700여개에서 1116여개로 오히려 대폭 늘었다(2012년 7월말 기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중소상인 보호와 육성이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부각됐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2월 전북 전주시가 지자체 중 최초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제를 도입한 뒤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그리고 인천 부평구와 남동구 등이 잇달아 관련조례를 만들었다. 그 뒤 전ㄱ구으로 들불처럼 번져 전체 기초지자체 228개 중 186개(81.6%)가 관련조례 만들기에 나섰다.

그러나 법원이 ‘의무휴업일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서 유통재벌의 손을 들어주면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의무휴업일이 시행된 지 석 달도 안 돼 이런 일이 발생했다. 현재 의무휴업일제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2%에 불과하다. 결국 국회에서 유통법을 다시 개정해 규제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과 공조해 이번 9월 정기국회와 각 지자체 기초의회에서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입법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5월 국회에서 민주노총, 민주통합당ㆍ통합진보당과 함께 경제민주화를 위한 입법 과제를 선정했다.

재벌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유통법과 상생법(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 그리고 중소상인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등, 중소상인 보호와 육성을 위한 법안 개정과 제정에 야당과는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상태다. 새누리당 입장만 남았는데, 정기국회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공식적으로 만날 계획이다.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경제민주화 진정성과 의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구의회, 30일 본회의서 ‘조례 개정안’ 심의 예고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가 지역 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하려고 만든 ‘대형마트 등에 대한 규제’ 조례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이 ‘제정 절차상의 하자’와 ‘단체장의 재량권 침해’를 이유로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뒤, 인천을 비롯한 곳곳에서 유통재벌의 지자체 상대 ‘조례 무효 소송’이 이어졌다.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지에스리테일 등이 지난 7월 부평구를 상대로 제기한 ‘규제 조례 취소 행정소송’도 지난 24일 심리를 마쳤다. 다음 달 7일 선고될 예정인데, 유통재벌은 2차 행정심판에서 승소했고, 부평구는 조례 재개정을 예고하고 있어, 선고 판결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

부평구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진영광(우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집행정지 행정심판’에서 승소해 이미 매주 장사를 하고 있어, 유통재벌이 승소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판결이다. 또 재벌이 패소하더라도 부평구가 이달 입법예고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개정안에 맞는 규제를 실시하게 돼, 판결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해석했다.

부평구의회는 이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유통재벌 규제조례’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평구의회 신은호 의원은 “법원이 조례에 대해 행정심판을 판결할 때와 행정소송을 판결할 때가, 입장이 변했다. 다툴 여지가 충분해보여 대법원까지 이 소송을 진행해 조례 원안을 관철시키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적법한 개정 절차를 거치고, 법원에서 말한 단체장의 재량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루라도 빨리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민생이라고 생각해, 이번 본회의 때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부평구의 방안을 각 지역에 전달하고 있다. 이동주 정책실장은 “전주시의 개정안이 또 패소를 당한 뒤 부평구 조례를 바탕으로 인천 각 자치구를 비롯해 회원들이 있는 전북과 경남, 울산 등에 조례 개정안을 전달했다”며 “한편 순천시처럼 규칙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주말 대신 평일로 지정하는 지자체도 있는데, 그러면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의미가 퇴색된다. 조례는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로 하더라도 규칙은 ‘주말 휴업’을 권장한다. 대형마트가 동시에 쉬어야 상생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조례 개정안 통과되더라도 유통재벌은 또 의무휴업 정지 행정심판과 조례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중소상인과 시민사회단체는 유통법 개정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내달 3일 정기국회가 열린다.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 중소기업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공정거래법과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6대 민생과제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통법을 개정해 일요일과 공휴일에 의무휴업일 도입을 제도화하고, 상생법을 개정해 사업조정제도를 강화해야한다. 현 사업조정 절차 중 권고 수준인 ‘사업 일시정지’를 강제이행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사업이양제도에서도 중소기업청장이 사업이양 업종과 품목에 대해 ‘이양하라’고 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중소상인 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9월 국회는 올 대선 정국에서 ‘경제민주화’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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