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6km 추정... 정밀 탐사·측량 후 도식화
일제조병창 군수시설,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일제 강제징용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부평지하호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부평지하호는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이자 병참기지였던 부평조병창에서 군수물자를 생산하거나 나를 때 이용한 지하시설이다. 현재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내부에 있다.

시는 지난 19일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인근 지하시설물 조사에 착수했다고 26일 밝혔다.

부영공원 인근 부평지하호 조사 모습.(사진제공 독자)
부영공원 인근 부평지하호 조사 모습.(사진제공 독자)

그동안 캠프마켓 인근에서 일제 조병창 시설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호는 종종 발견됐다. 지난해 12월까지 확인된 입구만 26개에 달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쓰임새는 구전으로만 전해졌다. 또한 내부조사도 일부분에서만 이뤄졌다. 이에 시는 캠프마켓 인근 전체를 대상으로 부평지하호를 조사해 도식화할 계획이다.

시가 추정하는 지하호 총 길이는 약 4160m이다. ▲부영공원 지하시설물(480m) ▲캠프마켓 B구역 지하호(520m) ▲실포지하시설(260m) ▲캠프마켓 D구역 지하관로(2900m) 등이다.

시는 이 중 부영공원 지하시설물 조사를 먼저 시작했다. 지하호 입구 주변을 굴착 후, 간이 진입로와 출입문을 설치 중이다. 아울러 주변에 안전시설과 배수로, 먼지 방지 조치를 한 뒤 내부탐사와 측량을 할 계획이다.

이어 캠프마켓 B구역 지하호와 실포지하시설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두 시설은 그나마 일부 탐사가 이뤄진 곳이다.

이곳은 캠프마켓 인근 함봉산을 중심으로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평문화원은 지난 3월 이 구역에 대한 일부 조사를 진행해 VR(가상현실) 서비스로 시민에게 공개한 바 있다.

캠프마켓 D구역은 주한미군과 막판 반환 협상 중이다. 따라서 이곳의 지하관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조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지하호 내부 탐사와 측량 결과를 토대로 부평지하호를 도식화할 계획이다. 이후 역사적 가치를 분석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인천시 캠프마켓과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그동안 구술로 전해지던 부평지하호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제는 1939년 현 인천 부평구에 조병창을 설치하고, 함봉산 자락에 지하호를 구축했다.

일제는 이를 방공호나 군사기지가 아닌 미국의 폭격에 대비하는 지하공장으로 계획했다. 지하호 공사에 조선인 다수가 인부로 강제동원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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