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장애인의 삶을 전면에 그린 두 편의 드라마가 연이어 이슈가 되었다. tvN의 ‘우리들의 블루스’와 ENA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것이다.

두 드라마 모두 한국 드라마가 장애를 그려내는 기존의 방식으로부터 벗어나서 장애인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보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실 대중매체 속에서 장애인이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장애를 그려내는 방식은 시대에 뒤쳐진 측면이 강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의 모습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거나 가족 내에서의 애물단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애의 증상을 그려내는 방식 역시 상당히 왜곡돼 있던 것이 사실이다.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정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존해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블루스’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장애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경우에는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영희 역)와 청각장애인 배우 이소별(별이 역)을 캐스팅했다. 두 배우는 자신의 장애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극중 인물을 연기한다.

장애를 연기한 비장애인 배우는 많았지만, 실제 장애를 가진 배우가 그대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큰 이슈가 됐다. 그러나 이 작품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장애를 가진 배우의 캐스팅이 동정심을 자극하는 소품이 아닌, 그들의 삶이 가진 진짜 가치와 의미를 이끌어낸 주제로 승화됐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비장애인 배우가 장애를 연기하지만, 진정성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애의 문제에 접근하는 배우 박은빈과 제작진의 태도가 놀랍다. 실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로 완성된 우영우(박은빈 분)의 캐릭터는 우리에게 자폐 스펙트럼이 가진 다양성을 잘 인식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장애인 우영우가 아닌 온전한 우영우의 삶을 위해 그녀를 받아들이고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향해 가져야 하는 시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 드라마 모두 2022년을 대표하는 웰 메이드 힐링 드라마로 평가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우리라. 그러나 드라마가 끝나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TV 화면 밖의 현실로 나와 보면, 우리의 현실은 드라마 속 풍경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2월, 바쁜 출근길에 벌어진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시작됐다. 이 시위는 지난 6월까지 31차례 진행됐다.

출근길에 등장한 휠체어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전장연의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82%가 지지를 표명했지만, 시위 자체에 대해서는 61%만이 공감을 표했다.(송승연, “88%가 전장연 요구지지, 시위는 61%만 공감”, <한국일보>, 2022.07.02. 참조)

어쩌면 이 간극이야말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일지도 모른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애인 인물은 대부분 힐링을 표방하는 서사 속에서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도 사람들은 때로 장애에 대한 조금씩의 편견을 품고 있기도 하지만, 이내 반성하고 함께하는 일상을 꾸려낼 만큼 건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판타지는 아름답고, 또 권장돼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의 기억을 되짚으면서 떠올려 보자. ‘우리들의 블루스’의 은혜나 별이를 일상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직장동료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가. 혹시 출근길에 등장한 휠체어를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지는 않았는가.

TV가 보여주는 진정성이 현실을 감추는 용도가 돼선 안 된다. 실천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이 드라마의 힐링은 일회적인 것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힐링을 판타지 안에만 가둬둘 수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현실에서 그 가능성을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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