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조현근 정책위원장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지인과 연평도에 갔었다. 저녁 자리 옆 테이블에선 손님들의 술잔과 불만이 부딪히고 있었다. “먹을 걸 줬다 뺏는다.”“계속 준다고 거짓말한 사람도 나쁘다” 들어보니 인천e음카드 얘기다.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캐시백 혜택이 이번 7월부터 월 50만원 한도 10%에서 30만원 한도 5%로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분들 얘기를 요약하면 코로나19로 벌이도 시원찮고 물가도 올라 살림이 힘든데 처음부터 주지 말든지 서민들 상대로 장난 하냐는 거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 왕은 정치에서 먼저 백성의 밥을 힘써야 한다”란 말도 있다. 백성에게 민생정책은 국가에 대한 신의다. 왕이 누가 됐던, 주던 밥을 더 주든지 아니면 그대로 줘야 한다. 역사적으로 백성의 입과 몸이 힘들면 나라는 망했다.

오늘날 지방정부에서 건설투자, 설비투자, 소비, 무역 등 4가지 경기 부양 정책 중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공공건설투자 등으로 제한적이다. 이중 인천이음카드 등 지역화폐는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를 지원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올려주는 서민과 소상공인 대상 투자정책이다.

특히, 요즘 같은 저성장 고물가 시대에 가계소득과 소비가 중요하다. 최근 5%대의 소비자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돼 가계가처분 소득이 줄어 소비 심리가 점점 위축하고 있다.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 경기는 더 나빠진다.

지방선거는 정치적으로 4년마다 인천이라는 성을 두고 차지하려는 공성(攻城)과 지키려는 수성(守城) 세력 간 다툼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민선 8기 유정복은 공성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전쟁 중에 머물러 있다. 전리품을 두고 측근의 말들은 혼란스럽기만 한 것 같다.

대다수 서민은 공성과 수성을 한 자가 누가 되든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공성은 끝났다. 수성의 시간이다. 유정복 시장에 있어서 공성은 과거고 앞으로 수성의 어려움을 넘기는 게 더 중요하다.

한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은 공성과 수성 기간 모두 민심을 얻은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평민 출신으로 오늘날 이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정장(亭長)으로 시작해 귀족 출신의 항우를 이기고 중국을 통일했다.

밑바닥 생활을 경험한 유방은 무력 보다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유방은 당시 힘 있는 항우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인재를 신분에 상관없이 등용했다. 심지어 성을 함락시키고 본인의 군량미를 백성들에게 나누어 줄 정도였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면서 유방은 진 시황이 다스렸던 진나라 수도 함양에 입성하기까지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유방은 함양 공성에 성공한 후에도 민심을 먼저 살폈다.

그는 진나라의 엄격하고 기득권 위주의 통치를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통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법 세 가지만 공표했다. 살인자는 사형에 처하고 남을 해치거나 도둑질을 한 자는 경중에 따라 처벌하고, 그 외의 모든 진나라법은 폐지했다.

반면 뒤이어 함양에 입성한 항우는 책사인 범증의 간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나라 왕과 왕족뿐만 아니라 백성까지 처형하고 집들도 불태웠다. 항우의 복수심과 공포 정치는 주변 제후국과 백성에게 반감을 샀고 결국 최종 승자는 유방이 됐다.

유방은 중국을 통일한 후에도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는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였다. 백성의 입을 위해 문치를 펼칠 인재를 모아 경제를 부흥시키고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 힘썼다.

인간의 먹고 사는 문제와 감정엔 귀천이 없다. 민심은 물이고 배가 권력이라면,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고 그 배를 뒤집는 것도 물이다. 정치인은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공성과 수성 중 본인이 처한 위치와 상황이 다르면 등용해야 하는 인재도 달라야 한다. 공성 단계에는 모략과 싸움꾼이 필요하지만 수성엔 민심을 수습하고 관리할 인재를 써야 한다.

지도자의 빌린 지혜는 쓸모가 없다. 인간은 자신 모습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 자신을 보려면 역사와 인물의 말을 거울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인천은 민선 6기(2014.7~2018.6) 한국갤럽의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서 취임 첫해인 2014년 37% 긍정 평가를 제외하고 계속 부정 평가가 앞섰다. 국내 시도지사 중 최하위이거나 꼴찌에서 2번째였다. 민선 7기(2018.7~2022.6) 역시 취임 초기 43% 긍정 평가로 시작했으나 임기 후반엔 부정 평가가 앞섰다. 두 시기 모두 민심을 얻지 못해 수성에 실패했다.

지도자가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낮추고 민생을 위해 간언하는 자들이 많아야 한다. 바다는 수없이 많은 개울과 강보다 낮은 곳에 있어 모든 걸 담을 수 있다. 빌린 지혜는 쓸 수가 없다. 군주가 지혜가 없거나 옹졸하여 잘못된 정책을 펼치는데 참모들의 간언마저 없으면 제어하는 자가 없어 끝이 좋지 않다.

공성에 성공해도 적을 품고 백성에게 본인의 군량미까지 준 유방과 공성 후 적을 죽이고 복수와 약탈을 일삼았던 항우. 민선 8기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민생을 간언하는 인재를 등용하고 민심을 얻어낸 유방의 길을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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